한류 상품은 잘 나갔지만 멤버 별 개별 아이템이 많고 신곡이 나올 때마다 아이템을 바꿔줘야 해서 손이 많이 가는 아이템이었다. 한정판이 많아 수요가 많아도 원활히 공급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는 한류상품 판매를 시작한 1년 후 다음 상품군을 찾아보게 되었다.
1. 가벼울수록 좋다.
- 해외 배송비는 가벼울수록 저렴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아이템 가격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진다.
2. 깨지거나 파손되지 않는 상품이어야 한다.
- 하루 만에 오는 국내 택배도 깨지고 파손되는 경우가 있다.
- 2주~한 달 동안 국내 배송 –> 항공기 -> 세관 -> 타 국가 배송 시스템에 따라 이리저리 던져지는 해외 판매 상품은 파손 위험이 더 많다.
3. 기온이나 습도에 민감한 상품은 안 된다.
- 동남아시아뿐 아니라 아프리카,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주문이 들어오며, 상품이 그 나라 세관 창고에서 며칠 동안 계류됐다가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4. ‘글로벌 스탠더드’를 생각하자.
- 전 세계 200개 국가에서 골고루 주문이 들어오니, 가능하면 모든 국가에서 선호하는 상품을 판매한다.
5. 퀄리티는 기본이다.
- 온라인 판매는 후기가 생명이고, 상품 하자로 반품 들어오면 판매자가 왕복 해외 배송비를 부담해야 한다.
6. 중국, 홍콩 판매자와 가격경쟁 하는 상품은 피한다.
- 중국이나 홍콩 판매자가 판매하는 가격은 한국셀러가 절대 이길 수 없다. 그 나라는 아이템 제조 가격도 싸지만 해외 배송비도 싸기 때문에, 1$에 무료배송으로 미국/유럽까지 보내주는 상품들이 꽤 있다. 이건 한국 셀러들이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가격이다. 우리는 차라리 비싸도 퀄리티로 승부하는 것이 낫다.
위에 쓴 것들은 내가 상품을 이것저것 판매해 보며 세운 나만의 상품 선정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라 이리저리 상품을 고민해 본 결과, 나는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사입한 레깅스와 스타킹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가볍고, 전 세계 여성들의 레깅스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사이즈가 자유자재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중국 셀러가 판매하지 않는 독특한 무늬와 컬러감의 Made in Korea 옷만 팔았다.
해외로 옷을 파는 경우에 사이즈는 굉장히 중요하다. 서양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한국인과 서양인이 얼마나 신체 사이즈가 다른지.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어떤 러시아 여성분이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레깅스를 너무 입고 싶은데 자기 키는 190cm에 몸무게가 150kg인데 이 바지가 맞겠냐는 것이다. 여성의 키가 190cm에 몸무게가 150kg면 도대체 허리와 허벅지 둘레가 어떻게 되는지, 나로서는 잘 상상이 안 되었다. 레깅스를 눕혀서 이리저리 한계까지 늘리며 고민해 봐도 그 바지가 터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없어 그 고객께는 죄송하지만 판매를 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해외 판매 아이템을 고를 때에는, 관점을 완전히 해외로 돌려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복의 M사이즈는 서양에서는 S이나 XS로 표기하여 판매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동대문의 여성복 대부분은 내 주 고객인 서양인들에게는 맞지 않는 사이즈였다. 그리고 스타일도 다르다. 서양 여성들은 한국 여성에 비해 굉장히 과감하게 입는다. 가슴이 깊게 파이거나, 어깨 한쪽이 아예 없거나, 일상복으로도 그냥 끈나시에 레깅스 하나로 간편하게 입고 돌아다닌다. 선호하는 옷의 무늬 / 재질도 다르다. 그래서 나는 레깅스와 스타킹 판매가 자리를 잡아가자 다른 여성복도 함께 판매하고 싶었지만, 동대문 옷은 팔지 않고 따로 수출용 옷을 만드는 공장을 찾아 그 상품만 판매했고 그 아이템 역시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신기하게도, 이 모든 ‘상품에 대한 감’이 지난 4개월 유럽여행 때 생겼던 것 같다. 그때는 사업 아이템 찾는다고 이것저것 먹기만 하며 다녔는데,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향인 의류 아이템 찾는 데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때 무심코 보았던 외국 여성들의 스타일, 그들의 평균 사이즈 등이 내 무의식에 녹아들었나 보다. 역시 내 인생은 계획대로 되진 않았지만, 내 계획보다 더 멋진 결과를 가져왔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