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밴드붐이 왔다고 볼 수 있는 2024년, 국내 인디와 밴드씬에서는 여러 신예들이 개성 넘치는 음악들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2010년대 후반 등장해 현재 씬의 부흥을 이끌어나가는 밴드들은 특색 있는 사운드로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그 중심에서 꾸준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한국 대표 인디 밴드로 자리 잡은 너드커넥션. 어지러운 세상에서 따뜻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을 알아보고자 한다.
파스텔 같은 밴드 (feat. Hollywood Movie Star)
많은 대중들에게 너드커넥션의 음악을 알린 곡 ‘좋은 밤 좋은 꿈’은 달달한 가사와 따라 부르기 쉬운 대중적인 멜로디로 노래방 차트에서도 높은 순위를 점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그러다보니 이 곡으로 너드커넥션을 접한 사람들은 이들을 발라드 스타일의 잔잔한 인디 밴드로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너드커넥션은 그러한 틀에 갇히기엔 너무도 다양한 매력을 가진 밴드이다. 1990~2000년대 초반 영국 밴드 음악의 영향을 많이 받은 이들은 주로 브리티쉬 팝과 얼터너티브 록 장르를 기반으로 하며 거기에 자신들만의 색과 메시지를 담으며 장르를 확장한다.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고 비로드와 같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빛깔의 가짓수도 많은 '파스텔'처럼 다양한 특색 있는 음악들을 들려주는 유니크한 밴드. 너드커넥션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다.
강렬한 보컬 (feat. I robbed a bank)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시즌1)>에서 26호 가수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무대로 그의 목소리를 접한 사람들은 청량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에 빠졌지만 사실 보컬 서영주는 락스타다. 잔잔한 노래들에서도 숨길 수 없이 힘 있게 뻗어나가는 목소리는 강렬한 록 음악에서도 묻히지 않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음역대가 올라가도 단단한 목소리와 시원시원하게 뚫고 나가는 발성은 특유의 음색과 함께 여전하다. 편안하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고음을 내지르는 그를 보면 신기할 따름. 이러한 너드커넥션의 또 다른 매력을 맛보고 싶다면 EP 2집의 ‘I Robbed a Bank’를 찾아 들어보길 권한다. 대놓고 ‘때려 부수는’ 로커 서영주를 잔뜩 느낄 수 있다.
이를 부드럽게 아우르는 세션 (feat. 29)
그리고 이러한 보컬을 부드럽게 곡에 녹여내는 (서영주 본인을 포함한) 세션들이 있다. ‘SUPERNOVA!’와 같은 브리티쉬 팝 기반 트랙에서는 전형적인 브릿 팝 사운드를 구현하며 정석적인 스타일을 보여주지만 공간계 사운드에도 상당히 능한 이들이다. 2010년대 후반에 등장한 여러 신예 인디밴드들처럼 공간계 및 기타 톤을 통해 트렌디한 사운드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본인들만의 색을 그려갔다. 그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로 확장할 수 있었고 예쁜 사운드들을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곡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만나서 날카롭지만 따뜻하다 (feat. Hymn of the Birds)
그래서 이 ‘너드’들의 ‘커넥션’은 ‘날카롭지만 따뜻한’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성립했다. 귀를 사로잡고 시원하게 뻗어가는 날카로운 보컬이 따뜻한 사운드에 자신의 목소리를 얹으며 어우러지고, 귀에 꽂히면서도 따뜻함을 남길 수 있는 음악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여기서 보컬리스트 서영주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연대 공대 출신의 ‘찐 너드’답게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그는 때로는 거칠게 내지르고 때로는 부드럽게 읊조리는 등 곡에 따라 자신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내지를 때도 강렬하고 시원한 것과 호소력 짙게 소리를 뽑아내는 것이 구분되는 등 상당한 표현력을 보여준다. 처음 제대로 대중에게 자신들을 선보였던 <너의 목소리가 보여> ‘Stay’ 무대는 현장의 모두를 감탄하게 만들며 이를 증명했던 순간 중 하나로 Mnet 특유의 반복 편집에도 볼만한 가치가 충분한 영상이다.
누구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feat. Where Are We)
다양한 취향을 아우를 수 있는 넓은 음악 스펙트럼, 부담 없는 사운드와 탄탄한 실력, 유니크한 색채까지. 너드커넥션만이 줄 수 있는 은은한 아름다움이자 매력이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 볼빨간사춘기 편에 실력자로 출연했던 이들이 카이스트 축제에서 그들과 함께 초대받아 무대에 섰다. 당시에도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던 부드럽지만 힘 있는 이들의 음악은 발전을 거듭해 지금에 이르렀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따뜻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의 행보는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 매력적인 너드들의 음악과 한 번 연결 되어 보지 않겠는가.
-Written by. 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