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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Apr 24. 2024

[엔시티 도영] 맑을 청青, 봄 춘春, 청춘의 포말


NCT127의 메인 보컬 도영이 솔로 앨범을 발매했다. 첫 시작임에도 10곡을 가득 담아낸 도영의 고집이 보인다. 곡 수 부터 남다르듯 도영의 손길이 닿은 첫 솔로 앨범 [청춘의 포말(Youth)]은 곳곳에서 다른 솔로 앨범들과 차별점들이 보인다. 흔하게 사용하는 ‘청춘’, 보컬 포지션의 아티스트가 첫 솔로로 낼 때 많이 선택하는 ‘밴드’에서는 특별한 점을 찾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나면 확실하게 다시 머물러 들어야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도영 [청춘의 포말 (youth) ] 컨셉 포토


‘포말’이라는 단어


생소하게 느껴질 단어이다. ‘포말’이란 물이 다른 물체에 부딪히며 생기는 하얀 거품으로 파도가 절벽을 깎아 절경을 이뤄내는 과정 속에서 가장 크게 존재하지만 작은 찰나의 물거품이기도하다. 도영은 이에 영감을 받아 “청춘의 시절 속에서 크고 작게 일어나는 사건들과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결과물을 담아 낼 수 있다”는 의미로 청춘의 포말이라는 앨범 제목을 내었다 (도영 PPT 발췌). 여느 청춘과는 다른 청춘을 담아내려는 도영의 생각이 엿보이는 단어 선택이다. 청춘을 단편적으로 아파서 시리도록 아름다웠던 시절이라고 볼 수 있지만, 도영의 청춘은 그 청춘을 파고들어 구성한 하나하나의 감정과 사건에 집중해 [청춘의 포말]의 모든 곡을 집중해서 들어봐야하는 이유를 마련한다.



도영은 작은 포말에 이름을 붙혀주었다. 시작과 포부를 담은 ‘새봄의 노래(Beginning)’, ‘반딧불(Little Light)’, 소중함과 감사함을 담은 ‘나의 바다에게(From Little Wave)’, 꿈을 꾸는 열정 어린 순간은 ‘Lost in California’, ‘댈러스 러브 필드(Dallas Love Field)’, 잠시 쉬어가고 싶은 지친 순간에는 ’쉼표(Rest)’, 마음이 아리는 그리움은 ‘끝에서 다시(Rewind)’ 등 이 순간과 감정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우리가 보내고 있는 청춘의 순간은 언제나 푸르고 따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치열할 때도, 지쳐 숨고 싶을 때도, 편안할 때도 있다. 그 순간 순간을 우리는 도영의 목소리를 빌려 집중하고 곱씹기도 하며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출처 도영 [청춘의 포말 (youth) ] 컨셉 포토
부서지면 파도, 뭉치면 바다가 된다.


도영은 앨범이 ‘한 권의 책’같았으면 한다는 그의 말을 실현했다. 듣는 음악에 집중하여 [청춘의 포말]은 청춘이라는 클래식한 장르를 정성스럽게 담아 모든 것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수록된 곡들은 각각의 의미가 있지만 전체의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트랙리스트를 구성했다. 듣는 내내 푸른 색의 그라데이션을 보는 듯 했다. “푸른 색의 깊이가 이렇게 다양했지.. 역시 하늘 아래 같은 색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명하게 시작하여 어느 순간 깊어진 감정을 느끼다 다시 한 번 청자를 끌어올린다.


주로 스트링과 건반을 이용한 반주 위 도영의 시원한 목소리가 올라간 밴드와 발라드를 선택했기에 앨범의 전체 곡을 연달아 듣는 것에 어려움이 없다. 곡에 들어간 도영의 목소리는 꾸며냄이 없다. 곡의 컨셉에 맞추기 위한 인위적인 목소리가 아닌 본인이 가진 본연의 목소리의 가치를 가졌다. ‘청춘’, ‘밴드’와 잘 어울리는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저 청춘과 밴드는 도영의 자연스러움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기도 하다.


더불어, 자연스러움에는 차가운 느낌의 전자 사운드보다 따뜻한 느낌의 악기를 사용해 장르와 분위기의 유기성을 높여 앨범 전곡을 듣는데 걸림돌 없는 탄탄대로이다. 이 탄탄대로의 노래들의 티져였던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에서 도영의 손길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듣는 음악에 집중하고 싶다는 도영의 의견대로 본인보다 노래와 어우러지는 자연경관에 포커스를 맞춰 음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또, 책처럼 작가의 말을 친형인 배우 공명의 내레이션으로 삽입해 도영 세계관.. 아니, [청춘의 포말]의 한 장을 열었다. 또 그의 실물 앨범은 찰나를 담는 포토북같기도 하다. 양장본의 104페이지에 달하는 앨범은 안에 담긴 찰나를 궁금하게 한다.

정식 발매를 앞두고 진행한 <스페셜 라이브>는 서울 반포 한강 공원 예빛섬 야외 무대에서 진행되었다. 무대 뒤로는 바다로 향할 강의 물이 흐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청량함을 더했고, 무대 앞은 초록빛의 반딧불이 가득했다. 청량한 사운드의 밴드를 부르기에 완벽한 곳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노래가 닿았으면 하는 도영의 바람과 팬의 편지에서 온 노래를 부르기에 아주 적합한 곳이었다. 그의 바람이 담긴 노래들은 정말 바람을 타고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팬들은 다시 한 번 그에게 힘을 주고 있었다.


컨셉, 음악, 비주얼, 프로모션 모든 것이 한 곳을 향해 흘러가 바다가 되었다.


출처 도영 [청춘의 포말 (youth) ] 컨셉 포토


도영이 이끌어 낸 푸른 색의 그라데이션


PPT까지 만들면서 회의에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직접 작곡가들을 리스트 업해오는 열정과 음악에 대한 욕심은 스텝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 이런 앨범을 만들어 내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청춘의 포말]은 다른 앨범들과 다르게 ‘미니’, ‘정규’로 구분 짓지 않는다. 앞으로 발매될 앨범들이 도영의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가 되길 바랐으며, 단위에 얽매어 곡 선택의 폭을 줄이거나 억지로 넓히길 원치 않았기에 한 선택이다. 이번 앨범에 대한 욕심, 음악 퀄리티에 대한 욕심 또 미래에 대한 욕심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도영이 강조한 “듣는 음악”. 이를 위해 그가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작가진의 리스트에서 드러난다. 말해 뭐 하나 싶은 작곡가 ‘KENZIE’, 아이유 ‘LOVE WINS ALL’의 작곡가 ‘서동환’, 밴드 루시의 프로듀서이자 베이시스트 ‘조원상’, 백예린과 많은 작업을 한 ‘구름’ 등 어벤져스를 꾸렸다.



<서동환X 도영>

Track 01. 새봄의 노래 (Beginnig)


그 중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서동환 작곡가는 첫번째 트랙인 ‘새봄의 노래(Beginnig)’에 함께 했다. ‘새봄의 노래’는 가벼운 피아노 소리로 시작해 스트링과 건반으로 점차 꽉 채워가 에너지를 키워간다. 곡의 후반부에서는 보컬 포함 모든 사운드를 터뜨려 미친 청량함을 선사한다. 도영이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여 더욱 의미있는 곡이다.



<조원상 X 도영>

Track 02. 반딧불(Little Light) *


타이틀 곡 ‘반딧불(Little Light)’은 루시의 조원상과 함께 하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OST같은 따뜻하지만 맑고 정말 푸르른 노래를 만들어냈다. 곳곳에 들어간 악기가 굴러가는 듯한 사운드는 루시만의 장난스러움과 따뜻함이 엿보인다. 이런 아기자기한 사운드는 도영의 시원하면서 따뜻한 보컬과 어우러지며 노래 속의 온기를 제곱으로 만들었다.



<시즈니 X 도영 X 구름>

Track 03. 나의 바다에게(From Little Wave)


‘나의 바다에게(From Little Wave)’는 팬이 써준 편지에서 감명을 받아 도영이 작사하고 백예린의 밴드인 ‘더 발룬티어스’의 베이시스트이자 프로듀서인 구름과 함께 했다. 팬은 바다, 본인을 파도에 비유한 제목, “나의 바다에게”와 “From Little Wave” 사이에는 그들 만의 끈끈함이 있고 범접할 수 없을 만큼 깊이가 있다. 팬들이 있기에 도영이 존재하고, 본인을 더 빛나게 하는 팬들 곁에서 더 멋지게 성장하겠다는 다짐을 담아냈다. 그리고 거칠지만 단단함이 느껴지는 사운드는 도영의 다짐을 표방하고 있다. 사운드에 벅참과 먹먹함을 적절히 배치해 보컬을 강조하여 메세지 전달에 힘을 준 연출은 구름의 시각이 돋보이며, 한층 더 그들의 끈끈함에 힘을 실어주었다.



<태연X 마크 X 도영>

Track 04. Time Machine (feat. 태연, 마크)


‘Time Machine’은 “과탑들의 팀플”이라는 댓글이 달린 곡이다. 같은 멤버인 마크, 소녀시대의 태연은 도영의 최애 조합으로 공명에 이은 도영 세계관..아니, [청춘의 포말]의 수록곡으로 참여했다. 헤어진 관계를 타임머신을 타고 돌리려 하지만 다시 원점인 상황을 그려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돌렸기에 모든 데이터는 “엊그제”라는 점이 흥미로운 점이다. 미니멀한 사운드로 보컬에 집중시켰고, 태연과 도영, 래퍼지만 보컬로 참여한 마크의 조합은 새롭지만 감미롭다. 도영이 노래부르는 마크의 톤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신의 한 수였을 지도 모른다. 태연은 부드럽고 고음, 마크는 단단하고 저음, 도영이 그 중간을 자처하며 유니크하지만 안정감있는 톤을 만들었다. 어쿠스틱 장르에서 오는 늘어짐이 마크의 벌스로 인해 중화되는 역할을 하며 더불어 이들의 조심스러운 보컬이 차분하면서 편안함을 즐길 수 있다.



<KENZIE X 도영>

Track 10. 댈러스 러브 필드 (Dallas Love Field)


‘댈러스 러브 필드 (Dallas Love Field)’는 도영에게 주는 켄지의 선물이다. SM아티스트에 대한 이해도는 어느 작가진보다 높을 켄지라 어떤 프로듀싱을 내놓을지 궁금해지는 곡이다. 이 곡을 들으면 궁금증은 놀라움으로 바뀔 것이다. 둘의 조합은 “도영에게서 이런 보컬을 꺼내올 수 있구나”, “켄지는 이런 곡도 잘 해내시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댈러스 러브 필드’의 보컬은 앞의 곡들과 다르게 NCT 노래 속 날카로운 보컬에 가까워 익숙해야하지만 낯선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낯선 느낌이 반가웠다. 열 번째 곡까지 들어 봐야하는 이유가 또 생겼기 때문이다.

 켄지의 노래 속 강렬한 에너지와 동화같은 감성은 도영에게 아주 만족스러운 선물이었을까? 마지막 트랙으로 배치되며 [청춘의 포말]의 마무리를 짓는다. 곡 마지막에 순식간에 일어나는 페이드 아웃은 이 앨범이 끝난다는 아쉬움을 느끼게 하지만 다시 새봄의 노래로 돌아가기에 충분한 여운을 만든다.


이 앨범 속 작가진만 봐도 안들을 수 없는 조합이지만 결국 다시 들을 수 밖에 없는 음악을 도영의 보컬이 만들어 냈다.



출처 도영 [청춘의 포말 (youth) ] 컨셉 포토

최근 틱톡의 여파로 점점 곡 길이가 짧아지고 한 부분에 집중하는 추세였지만 도영의 앨범은 이를 거슬렀다. 정말 “듣는 음악”에 집중하고 단단한 유기성을 가진 앨범을 발매했다. 대부분의 곡들이 3분 30초를 넘기며 곡 구성 안에서도 버릴 곳 없게 만들었다. 이렇게 모인 열 곡은 도영이 말한대로 트랙리스트의 기승전결을 살렸고, 타이틀곡만 듣기보다 전체를 듣기에 좋은 앨범이 되었다. 그의 고집과 욕심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 이런 한 권이라면 언제든 그 욕심과 고집을 내놓았으면 한다. 청춘과 밴드는 떼 놓을 수 없는 클리셰지만 그 클리셰에 무엇을 어떻게 입히느냐에 따라 흥행의 결과는 달라진다. 클리셰에 실력과 진정성 그리고 확실한 방향성을 두르고 있다면 이 앨범은 “좋은 노래”가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도영이 가진 푸른 색의 다채로움과 한 곡 한 곡 집중하다 마지막 곡을 끝으로 정신을 차렸을 때 펼쳐질 감탄은 이 앨범의 전체를 들어보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앨범의 의미처럼 작은 포말들이 모여 또 하나의 바다와 절경을 만들어냈듯이 이 앨범도 도영의, 또는 도영이 앞으로 써 내려갈 책의 포말이 될 것이다. 그 포말이 이뤄낸 풍경은 어떨까?




✏️written by. Editor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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