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깡통 속에 흔들리는 동전

변태들

by 참파노


학생 시절 국어과목을 가르치던 노년의 선생이 한 명 있었다. 정년 퇴임할 시기를 가까이 맞이한 선생이었는데 항상 엿가락만 한 나무 막대기를 들고 다니며 조는 학생들의 머리를 중이 목탁을 치듯 후려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딱! 하는 청아한 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졌고 머리를 맞은 학생은 단발의 숨을 내쉬었다.

“많이 아는 사람은 절대 그 지식을 티 내지 않아! 원래 조금 아는 놈이 안다고 자기 아는 것을 흔들어 소리를 내는 법이지!”

그 노년의 선생이 하던 말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선생은 서울대를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 노년의 선생이 그 말을 했을 때 내가 많지 않은 지식을 뽐내는 것을 들킨 사람처럼 마음에 철렁거렸고 모멸감 또한 느꼈다. 그때의 나로서 그 말을 생각하면 그 말은 맞는 말인지 모른다.

“하나 가지고 떠드는 놈은 가진 것이 그거 하나뿐인 거야! 그거 하나 가지고 자랑하는 법이지!”

그때의 나로서는 모멸감을 느끼며 그 말을 가슴 아프게 수긍해야 했을는지 모르지만 그때의 어른의 입장에 대해서 이제는 변명을 제법 할 만큼 머리가 자랐다. 변명을 해주고 싶고 그 노년의 선생의 말은 썩어버린 구시대의 유물이라며 나 또한 모멸감을 안겨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지금 돌아보건대 그 노년의 선생은 자신이 가진 가치의 수준으로 자기가 힘들게 쌓아 올린 작은 지식을 귀히 여기고 소중히 여기며 그것을 때로는 자랑하며 만족하고자 하는 소박한 사람들마저 짓밟아 버리는 잔인한 말이었다. 내가 지금에서야 그 노년의 선생에게 기대하는 바는 존중의 자세이다. ‘넌 그것밖에 모르니 아는 척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는 잔인하며 폭력적인 마음의 태도를 버리고 ‘그래도 학생이 그 지식을 갖기 위해 노력했으며 작지만 빛나는 그 지식을 나는 존중하네..’라는 마음의 존중 말이다. 그렇게 뿌리진 가라지 같은 말들의 파편들이 때로는 나와 타인을 괴롭게 했던 적이 많았다. 타인보다 앎의 분량이 적은 것 같으면 나를 괴롭혔고 내가 타인보다 많은 것 같으면 그 사람에게 가만히 있기를 바라는 것이 그 노년의 선생의 과목 외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방법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많이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노인이 되었을 그 선생을 마주하며 대화를 하고 싶다.

‘선생님? 여전히 조금 아는 녀석은 조용히 입 다물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아무리 세상의 석학이라도 모두들 적은 지식부터 시작하여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되고야 만 것이다. 그런 시절을 존중하며 귀하게 여기고 더 달려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 많은 지식을 가진 자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언젠가부터 지식을 내 마음 어느 곳에 축적을 하고 그 노년의 선생으로 배운 그 지식에 대한 태도가 정말 내 마음속의 가라지 같은 것임을 알고 난 후 누굴 지식으로 조롱하며 쾌감을 느끼는 변태와 같은 태도는 버린 지 오래다. 그리고 지식이 만연한 세상에서 어쩌면 또 다른 지식을 탐구하는 흥미도 버린 지 오래다. 귀찮다. 다만 내가 그 시간을 거쳐 마음에 배운 진정한 의미는 그 작은 지식으로 기뻐하고 자긍심을 느끼는 다른 사람들을 보며 짓밟지 않고 존중하며 칭찬해 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었다. 그 작은 지식을 가지고 기뻐하는 그 사람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내가 작은 지식을 가지고 기뻐하고 설레던 그 마음이 저 사람 안에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같이 좋아진다. 내가 배운 건 지식이 아니라 마음이다. 마음.



오늘도 그 노년이 선생에게 묻고 싶다.

‘선생님? 선생님은 작은 지식을 가지고 뛸 듯이 기뻐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하던 적 없었나요? “

만약 그 노년이 선생이 이 질문을 듣는다면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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