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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Sep 14. 2020

처음으로 난 돌아가야겠어!

이곳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아!

뒤뚱거리며 고개를 연신 돌바닥에 찧어댔다. 과자 부스러기를 찾는 것인지 아니면 돌바닥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비둘기 이반의 모습이 참 우습다. 이반은 그렇게 자기에게 주어진 오늘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중이다. 운이라도 좋으면 지하철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이 팝콘이나 강냉이 같은 것을 던져주곤 했는데 이반은 그날을 스스로가 횡재한 날이라 여기며 스스로의 삶을 무척이나 축복했다. 그렇게 사는 이반의 동료들은 지하철의 플랫폼에 많았다. 그들은 서로의 영역을 위해 다투거나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더 가지기 위해 서로를 해하지 않았다. 때로는 서로의 눈치를 보았지만 먹이를 나누어 먹으며 그들은 서로 공존을 했고 존재해 나갔다.
 
이반은 지하철 플랫폼이 너무 좋았다. 늘 어디론가 바쁘게 움직이며 자기의 길을 가는 사람들과 때로는 큰 여행용 가방을 끌며 어디 더 먼 곳을 향해 가는 사람들을 보며 이반 스스로도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 어디론가 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꿈을 꾸며 대신하여 만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들을 보며 꿈을 꾸고 있다가 때가 되면 먹이를 먹을 수 있었다. 예전에 먹던 벌레나 곡식의 낱알처럼 감미로운 맛은 아니었지만 부드러운 빵조각과 과자 조각들을 부지런하기만 하면 끊이지 않고 이반과 이반의 동료들에게 꾸준히 공급이 되었다. 그게 이반과 그의 동료들로 하여금 이 사랑스러운 플랫폼을 떠나게 하지 못하는 이유였다.
 
이반이 만나가는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 나뉘었다. 대부분은 이반과 동료들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다른 부류는 상냥하거나 친절한 사람들로 이반과 동료들에게 과자나 빵 조각 같은 것을 주기적으로 주어 이반과 동료들을 흡족하게 했다. 그리고 나머지 부류의 사람들이 이반과 이반의 동료들을 경멸했다. 무섭게 달려오며 그들의 무리를 쫓아내기도 했고 때리기도 했으며 몇몇의 이반의 동료들을 그들 때문에 목숨을 잃기도 했다. 플랫폼 한 구석에 주검이 되어 돌에 빻아진 반죽같은 모양으로 놓여있는 모습을 이반과 동료들은 종종 보곤 했다. 그럴 때마다 이반은 마음으로 다짐하고 다짐했다.
 
‘난 절대 저렇게 생을 마감하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서도 내일은 어떤 사람들이 나에게 어떤 먹이를 줄까? 가 삶의 전부인 고민이 되어버린 자신을 느낄 때 면 이반은 주검을 볼 때 보다 더 큰 불안감을 마주하곤 했다. 하지만 이내 모여 있는 동료들 틈 속으로 달려가 그런 불안감을 억지로 내어 쫓곤 했다. 이반도 하늘을 날아본 적이 있다. 분명히 먼 거리를 날아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반은 날아 본적이 분명 있었다. 그때 이반은 자신이 날아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존재라는 것을 분명 인식하고 그것이 자신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여겼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날아 본 지가 언제인지 이반은 그때의 기억이 가물가물 했다. 그리고 일부러 그때의 기억을 하지 않았고 플랫폼 천장의 지붕 넘어 하늘을 일부러 보지 않고 고개를 열심히 땅으로만 향했다. 거기에는 운이 좋으면 발견하는 빵조각과 과자 조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반은 스스로 생각했다. ‘난 날 수 있어! 하지만 날지 않는 것뿐이라고! 나도 언젠가는 다시 평화시장으로 돌아가 그 하늘을 마음껏 날아 보겠어!’라고 말이다. 여전히 이반은 하늘에서 자기 몸이 날고 있을 때의 기분을 기억했다. 날개 죽지 와 등은 서늘했고 바람의 느낌은 청량했다. 이반은 늘 그 기억을 가슴에 묻으며 때로는 자신이 이 플랫폼에 살고 있다는 것에 위축될 적마다 그때의 기분을 꺼내 다시 기억하곤 했다. 그러면 그 순간만큼은 자신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괴로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렇다. 우리의 플랫폼 비둘기 이반은 언제고 평화시장 하늘을 다시 날 것이다. 그곳의 하늘을 가로지르며 시원한 바람을 자신의 가슴속으로 마음껏 삼켜 이 땅의 사람들을 내려다볼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평화의 상징이라고 부르는 것을 당연히 여기며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만끽할 것이다. 그런 이반을 응원한다. 그렇게 될 우리의 플랫폼 비둘기 이반을 응원한다. 오늘도 플랫폼 바닥을 두리번거리는 이반의 눈에 운 좋게도 과자 부스러기가 많이도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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