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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파노 Jul 03. 2020

고백으로 혼내줬다.

이 이야기는 철저한 허구이자 픽션임.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 취급하는 여편네가 있었다. 노처녀였고 히스테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득했다. 그 일터에서 나는 용역 직원이었기 때문에 소속감을 좀처럼 느끼지 못했다. 대신 소속감과는 다른 소외감이라는 것을 자주 느꼈다. 처음에는 또래였기 때문에 친하게 지내고자 사적인 질문을 자주 하곤 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느낀 건 ‘나는 너와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아’였다. 그러한 그 여편네의 태도들이 나를 향한 짜증과 미움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아직도 그 여편네의 동기를 알 순 없다.
 
나는 그 조직에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었다. 용역 직원인 만큼 스스로 큰 소리를 내었다가는 목구멍이 포도청인 나에게 어떠한 피해가 올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그들은 나를 백수로 언제든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다가도 내 목소리가 들리면 금세 싸늘해졌다. 업무를 분주하게 하다가도 내가 통로에 서있으면 ‘비켜주세요’라며 정중한 부탁을 할 줄 몰랐다. 아니다. 하지 않았다. 손바닥을 양쪽으로 파닥거리며 비키라는 수신호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날들이 반복되었다. 퇴근하고 술로 스트레스를 풀지 않는 나는 매운 라면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이 난제를 어찌 돌파할 것 인가?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답이 보이질 않았다. 퇴근 후 편의점에서 매운 라면을 찾는 날들이 늘어만 갔다. 그 여편네는 나를 향한 언어의 감정 속에는 80% 이상이 짜증을 차지했다. 내가 미움받을 짓이라도 했으면 억울하지나 않을 텐데 이유 없이 미워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여편네의 다른 동료들까지 나와 말을 섞지 않았다. 고독의 시간이 길어졌다.
 
집으로 돌아와도 쉴 수 없었다. 나에게 했던 고약한 행동들을 복기하고 복기했다. 그렇게 고민을 반복하다가 드디어 대책이 섰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여편네는 이성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 그럴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회식 날이 되었다. 혼을 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회식이 기분 좋게 진행되어 갈 때 별안간 물었다.
 
“대리님? 내가 남자로 보인 적 있어요?”
 
그 여편네가 말했다.
 
“아니! 없는데...”
 
역시나 단칼에 잘라 말하는 그 여편네였다.
 
“난 여자로 보인 적 있는데... 많아요.”
 
용기 있게 던졌다. 순간 회식자리에 정적이 흘렀다. 같이 죽자는 논개의 심정이었다. 그러자 그 여편네가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듯 주말에 소개팅을 한다고 했다. 상대 남자의 높은 사회적 지위를 스펙으로 자랑했다.
 
“내가 더 멋있어요. 그 사람보다... 내가 더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고 목소리도 더 멋있어요. 내가...”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나의 그 말을 들은 여편네는 몸 둘 바를 몰라했다. 입을 계속 쩝쩝거렸다. 나는 순간 내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여편네의 마음속에 거절할 수 없는 강렬한 낙인을 찍은 순간이었다.
 
회식이 다 끝나고 그 여편네는 나에게 좀처럼 하지 않는 잘 가 라는 인사를 했다. 그 날 나는 돌아오면서 내 마음속을 살펴보았다. 여러 감정이 내재해 있었다. 통쾌함 60%, 설렘 30%, 자신감 10%였다. 집으로 돌아와 주방 테이블에 앉아서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다. MC the MAX의 ‘행복하지 말아요.’라는 곡이었다. 그리곤 스스로에게 칭찬의 말을 했다.
 
“참파노! 너 아직 안 죽었구나! 너 아직 괜찮아! 용기 있어! 너 진짜 남자야!”
 
그 날 그 노래가 구구절절하게 마음속에 박혔다. 그 날, 난 계속해서 날 칭찬했다. 마흔이 임박한 나에게 정말 오랜만에 칭찬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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