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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Oct 14. 2019

민법 제108조,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제108조(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①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
②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어제 공부한 3가지의 사례 중 하나인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줄여서 통정 허위표시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이 역시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는 경우인데, 세밀한 부분에서 비진의표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통정'(通情)이란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것입니다. 남녀 간에 정을 나눈다고 할 때에도 쓰는 단어이지만, 서로 짜고 합의한다고 할 때에도 쓰는 단어입니다. 여기서는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상징하는 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허위의 의사표시'란 거짓으로 하는 의사표시라는 뜻이지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와 영희는 부녀지간입니다. 철수는 10억 상당의 건물을 가진 건물주입니다. 그런데 철수는 자신이 가진 건물을 영희에게 물려주고 싶지만 증여세가 워낙 만만치 않아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철수와 영희는 서로 짜고 이렇게 하기로 합니다. 철수와 영희가 마치 매매를 하는 마냥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고, 철수가 영희에게 건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돈 받고 파는' 것처럼 꾸미자는 것입니다. 그러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러한 경우, 철수가 영희에게 '매매'로 건물을 팔겠다고 하는 의사표시가 바로 허위표시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허위표시에 따른 법률행위(여기서는 매매계약)를 가장행위라고도 합니다. 가장(假裝)이란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꾸민다는 뜻이고요. 제108조제1항은 바로 이 허위표시는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무효인 허위표시에 의한 가장행위인 철수-영희 간의 매매계약은 무효입니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철수와 영희 사이에는 매매계약 외에 다른 의사표시가 하나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증여계약입니다. 철수가 영희에게 실제로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증여인데, 이를 꾸며서 매매로 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례에는 '증여'와 '매매'라는 2가지 의사표시가 등장하는데 그중 '매매'가 무효가 되는 것이지 '증여'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허위표시에 의하여 숨기고자 하는 진짜 행위를 은닉행위라고 하는데, 제108조제1항은 은닉행위까지 무효로 한다는 말은 없으므로 주의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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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증여계약 자체가 적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없으면 증여계약은 유효합니다. 즉 영희는 철수로부터 건물을 받기는 받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철수는 증여세를 당연히 내야 합니다. 가장행위와 은닉행위의 구별이 꽤 어려운 부분이니 꼭 이해하고 넘어가시면 좋습니다.


이처럼 제108조에서 규율하는 것은 당사자 간에 짜고 치는 행위(통정)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상대방과 짜고 치지는 않는 제107조(비진의표시)와는 다릅니다. 차이점을 확실히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이제 제2항을 봅시다. 제2항에서는 제1항의 무효로 제3자에게는 대항할 수 없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가장행위에 의한 매매계약으로 부동산을 취득한 사람이, 아무 사정을 모르는 제3자에게 부동산을 재빨리 팔아 버렸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그런 선의의 제3자에게, "당신이 부동산을 산 사람은 가장행위로 부동산을 산 사람이오. 그런데 그 가장행위는 무효이니, 당신은 부동산 소유권이 없는 사람에게 부동산을 산 것이 되므로 당신의 부동산 매매도 무효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될까요? 선의의 제3자는 보호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제2항이 있는 것입니다.


내일은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 중 마지막 사례인 착오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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