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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Oct 15. 2019

민법 제109조,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①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②전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제109조는 의사표시의 착오를 다룹니다. 착오라는 것은 착각으로 잘못 생각하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표시를 한 당사자도 자기가 잘못 말한 것을 모르고 있는 것입니다. 딱딱한 표현을 쓰자면, 대체로 학설과 판례에서는 “표시로부터 추단되는 의사(표시상 효과의사)와 진의(내심의 효과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의사표시로서 그 불일치를 표의자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김용덕, 2019).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계약서를 쓰면서 실수로 1만 원을 10만 원으로 오기(誤記) 하였다면, 이 의사표시를 있는 그대로 효력을 발생하게 해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철수도 영희도 1만 원이라는 내용에 합의했는데, 단순히 실수로 10만 원으로 썼을 뿐이니까요. 제109조는 이러한 의사표시의 경우에는 이를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107조와 제108조와는 달리 '무효'가 아닌 '취소'로 정하고 있는 점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제109조가 적용되기 위한 요건을 알아봅시다.


1. 법률행위 내용 중에서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을 것(제1항 본문)

그냥 착오로는 안됩니다.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맺은 계약서에 이렇게 적혀 있다고 합시다: "철수는 영희에게 12월 31일까지 자신의 건물 A를 1억 원에 넘긴다."


여기서 만약 10억 원이라고 써야 할 것을 1억 원이라고 쓴 경우에는 이건 계약의 중요한 부분에 착오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건물'이라는 단어를 '견물'이라고 썼다든가 하는 정도의 착오 따위로는 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겠지요.


그렇다면 도대체 '중요한 부분'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판례는 이에 대하여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의 착오라 함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섰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1996. 3. 26., 선고, 93다55487, 판결)라고 합니다.


위의 사례에서 철수는 건물을 10억 원에 팔 생각은 있어도 1억 원에 팔 생각은 절대 없었을 것입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럴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표의자인 철수는 그 착오가 없었더라면 1억 원이라고 절대 의사표시를 할 리가 없고, 또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솔직히 10억 원의 건물을 1억 원에 팔 리가 없기 때문에 이는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인 것입니다. 판례가 중요부분에 관한 판단 기준을 표의자의 관점(주관적 기준)보통 일반인의 관점(객관적 기준)으로 나누어 둘 다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2.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지 않을 것(제1항 단서)

제1항 단서에 의하면,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땅을 팔기로 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영희는 땅 위에 공장을 지을 계획으로 토지를 매입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철수는 영희에게 땅을 파는 것까지만 알지 영희가 그 땅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는 알 턱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희가 토지를 사고 보니 그 땅은 그린벨트여서 공장을 지을 수 없는 땅이었습니다.


그러면 영희가 자신의 의사표시("철수의 땅을 사겠다")를 마음대로 취소할 수 있을까요? 없습니다. 땅을 사려는 사람은 최소한 자신이 사려는 땅이 스스로의 목적에 맞는지 정도는 확인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영희는 그런 기초적인 부분도 신경을 안 쓴 겁니다. 이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착오의 의사표시가 취소되기 위한 2가지 요건을 알아보았습니다. 방금 전 사례에서와 같이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게 만든 '동기'와 실제 사실이 다른 경우("내가 토지를 사는 이유는 공장을 짓기 위해서야" vs. "(토지를 사고 보니) 이 토지는 공장을 지을 수 없는 토지입니다")를 착오 중에서도 동기의 착오라고 부릅니다. 이건 엄밀히 말해서 의사표시의 착오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동기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인데, 그걸 어떻게 상대방이 알 수 있겠습니까? 그런 것을 원인으로 해서 의사표시의 취소를 허용하게 되면 법질서가 어지러워지겠지요. 그래서 보통 동기의 착오로는 의사표시의 취소가 안됩니다.


그러나 예외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그 동기가 외부로 표시되어 법률행위의 내용으로까지 인정될 정도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실제 판례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가명)은 영희(가명)의 땅을 사서 자신이 살 주택을 짓고 싶어 합니다(철수의 '동기' : 땅 위에 새 주택을 짓고 싶다). 그런데 철수와 영희 사이를 중개한 부동산 중개인이, 매매 대상 토지 중 20∼30평가량만 도로에 편입될 것이라고 했고 철수는 '그 정도면 괜찮겠다. 가격도 싸고.'라고 생각하면서 오케이 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정이 계약 과정에서 영희에게도 알려져 있었습니다(영희도 그 사정을 알고 있었음).


그런데 철수가 토지를 산 후 실제로는 전체 면적의 약 30%에 해당하는 197평이 도로에 편입되어 버렸습니다. 철수는 굉장히 화가 났지요. 철수는 민법 제109조를 들어 토지매수의 의사표시를 취소하겠다고 했고, 대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착오에 의한 것임을 이유로 그 취소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 적법하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고 하여 철수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대법원 2000. 5. 12. 선고 2000다12259 판결).


즉 판례는 동기의 착오가 제109조에 따라 중요부분의 착오로서 취소되기 위하여는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함을 이유로 표의자가 법률행위를 취소하려면 그 동기를 당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을 것을 상대방에게 표시하고 의사표시의 해석상 법률행위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인정되면 충분하고 당사자들 사이에 별도로 그 동기를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삼기로 하는 합의까지 이루어질 필요는 없지만, 그 법률행위의 내용의 착오는 보통 일반인이 표의자의 입장에 섰더라면 그와 같은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으리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 착오가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이어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겁니다(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6210, 판결). 표현이 어려우니 천천히 읽어 보세요.


또한, 판례는 표의자의 '동기' 자체가 상대방에 의하여 유발되어 착오가 발생한 때에는 이 역시 제109조에 따른 취소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자기 스스로 '동기'에 착오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그 단초를 제공한 경우이지요. 판례는 동기의 착오가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해당하고 착오가 상대방의 적극적 행위에 의해 유발되는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표의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하여 착오를 이유로 한 매매계약의 취소를 인정한 적이 있습니다(대법원 1997. 9. 30., 선고, 97다26210, 판결).



마지막으로 제2항을 보겠습니다. 제2항은 간단합니다. 제1항에 따른 의사표시의 취소는 그 사정을 모르는 선의의 제3자에게는 효력이 없다는 겁니다(대항할 수 없음).


오늘은 착오의 의사표시 취소와 동기의 착오에 관한 어려운 내용을 공부하였습니다. 특히 ‘동기의 착오’ 부분은 내용이 다소 복잡하니 여러 번 판례를 정독하셔서 논리를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우리가 공부한 지난 2개 조문과 달리 착오의 의사표시는 무효가 아니라 ‘취소’하는 것으로 제107조는 규정하고 있습니다. 취소가 있게 되면 소급하여 무효가 되는 것이지요(제141조). 무효와 취소의 의미, 차이점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전에 살펴보았으니 대략 이해하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제141조(취소의 효과) 취소된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무효인 것으로 본다. 다만, 제한능력자는 그 행위로 인하여 받은 이익이 현존하는 한도에서 상환(償還)할 책임이 있다.


나중에 취소권자라든지, 취소의 제척기간에 대해서는 자세히 공부하게 될 것입니다만, 간단하게만 말씀드리면 취소의 경우, 민법 제146조에 따라 표의자가 착오의 상태를 벗어난 때를 기산점으로 하여 3년 내, 법률행위를 한 날부터 10년 내에 취소권을 행사하여야 합니다(김용덕, 2019: 748).                    

제146조(취소권의 소멸) 취소권은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내에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어쨌건 드디어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에 대한 내용을 모두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사기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를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총칙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703-704면(김문관).



19.10.15. 작성

22.11.25.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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