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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Oct 17. 2019

민법 제111조, "의사표시의 효력발생시기"

제111조(의사표시의 효력발생시기) ①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긴다.
② 의사표시자가 그 통지를 발송한 후 사망하거나 제한능력자가 되어도 의사표시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오늘 배울 내용은 의사표시의 효력이 언제 발생하는가? 에 관한 내용입니다.


제1항은 상대방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효력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우선 상대방 없는 의사표시, 예를 들어 권리의 포기 같은 것은 그 의사표시를 하는 순간 그냥 효력이 발생합니다(유언과 같은 것은 조금 예외입니다만, 여기서는 원칙적인 내용만 설명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결국 상대방 없는 의사표시에서는 효력이 언제 발생하느냐의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어떤 계약을 맺었는데, 어떤 사유로 철수가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통지를 영희에게 보냈다고 합시다. 철수가 통지를 보낸 시점이 1월 1일이었는데, 우편배달부의 실수로 그만 그 통지가 중간에 유실되어 버렸습니다. 영희는 그 통지를 받지 못했습니다(이메일로 보냈는데 전송 오류로 송신이 지연된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발송을 기준으로 의사표시의 효력이 발생되게 한다면, 계약은 이미 1월 1일에 해제되었지만 영희는 그 사실도 모르고 계약사항을 열심히 이행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철수가 의뢰한 물건을 제작한다든지).


이러한 억울한 상황을 피하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 민법은 의사표시의 효력은 그것이 상대방에게 도달한 시점에 발생한다는 도달주의를 일반 원칙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철수와 영희가 눈앞에서 서로 대화를 하고 있다면, 철수의 입에서 나온 말("계약을 해제하겠다")이 바로 그 순간 영희의 귀에 들어가게 되므로(도달), 별문제는 없을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도달'이란 도대체 어디까지를 말하는 걸까요?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가 잠시 외출을 한 틈을 타서 영희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간 다음, 영희의 책상 위에 계약 해제를 통보하는 통지서를 놔두고 도망쳤다고 합시다. 영희는 해외여행을 떠난 상태여서 책상에 그런 물건이 있는 줄도 모릅니다.


이런 상태는 상식적으로 영희에게 통지가 '도달'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에 대하여 판례는, "여기서 도달이라 함은 사회통념상 상대방이 통지의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 상태에 놓여 있는 경우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상대방이 통지를 현실적으로 수령하거나 통지의 내용을 알 것까지는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다19973, 판결).


즉 '내용을 알아야 한다'라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 '내용을 알 만한 상황에는 있어야 한다'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한 편지가 도착한 경우(반송되지 아니하였음)에는 '도달'이 성립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도달주의'는 민법의 일반 원칙이지만, 개별 조항에 따라서는 예외적으로 도달주의를 배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내용을 이미 공부한 적 있습니다.

제15조(제한능력자의 상대방의 확답을 촉구할 권리) ① 제한능력자의 상대방은 제한능력자가 능력자가 된 후에 그에게 1개월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그 취소할 수 있는 행위를 추인할 것인지 여부의 확답을 촉구할 수 있다. 능력자로 된 사람이 그 기간 내에 확답을 발송하지 아니하면 그 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본다.
② 제한능력자가 아직 능력자가 되지 못한 경우에는 그의 법정대리인에게 제1항의 촉구를 할 수 있고, 법정대리인이 그 정하여진 기간 내에 확답을 발송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추인한 것으로 본다.
③ 특별한 절차가 필요한 행위는 그 정하여진 기간 내에 그 절차를 밟은 확답을 발송하지 아니하면 취소한 것으로 본다.


기억나시나요? 제한능력자와 거래한 상대방은 경우에 따라 제한능력자 본인 또는 그의 법정대리인에게 '추인'을 해줄 것인지 말 것인지 대답해 달라고 촉구할 수 있는데요, 만약 그 촉구에 대한 답을 기간 내에 '발송'('도달'이 아닙니다) 하지 아니하면 이를 추인한 것으로 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예외를 두었는지는 제15조 부분을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공부한 예외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제71조(총회의 소집) 총회의 소집은 1주간전에 그 회의의 목적사항을 기재한 통지를 발하고 기타 정관에 정한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바로 법인 파트에서 공부했던 총회 소집에 관한 내용입니다. 총회의 소집은 회의 1주일 전에 그 통지를 '발송'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1주일 전까지 '도달'하도록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정하였는지는 제71조 부분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 외에도 민법 제531조에 따른 격지자 간의 계약 승낙에 대한 규정이 도달주의의 예외입니다만, 해당 내용은 여기서 공부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으므로 일단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2항에서는 "의사표시자가 그 통지를 발송한 후 사망하거나 제한능력자가 되어도 의사표시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합니다. 이건 무슨 말일까요? 예를 들어 철수가 1월 1일 영희에게 "당신이 파는 장난감 100개를 100만 원에 사겠다"라는 의사표시를 발송했는데 1월 10일 영희에게 도달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철수는 1월 3일 불행한 사고로 이미 사망한 뒤였습니다. 그럼에도 영희가 철수의 의사표시에 대하여 승낙하게 되면, 매매계약은 성립합니다.


이미 죽었는데 무슨 계약이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지만 철수의 의사표시가 제111조제2항에 따라 유효한 이상 영희의 승낙에 의하여 계약은 적법하게 체결되고, 대신 계약의 상대방은 죽은 철수가 아니라 철수의 상속인인 것입니다(상속과 승계에 관한 내용인데, 너무 자세히 알 필요는 없으므로 여기서는 그냥 유효한 의사표시에 따라 법률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철수가 의사표시를 발송한 후 제한능력자가 된 경우에도 의사표시의 효력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오늘은 의사표시의 도달주의에 관한 내용과 그 예외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제한능력자에 대한 의사표시의 효력에 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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