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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Oct 18. 2019

민법 제112조, "제한능력자에 대한 의사표시의 효력"

제112조(제한능력자에 대한 의사표시의 효력)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의사표시를 받은 때에 제한능력자인 경우에는 의사표시자는 그 의사표시로써 대항할 수 없다. 다만, 그 상대방의 법정대리인이 의사표시가 도달한 사실을 안 후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112조에서는 어제 공부한 내용과 달리 의사표시의 '상대방'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어제 공부한 내용이 의사표시의 '도달', 그리고 의사표시를 한 '본인'이 사망하느냐 아니면 제한능력자가 되느냐의 문제였다면, 오늘 공부할 내용은 의사표시의 '상대방'이 제한능력자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제한능력자의 개념에 대해 다시 한번 복습해 봅시다. 행위능력이란 단독으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제한능력자란 그러한 행위능력이 제한되는 사람을 말합니다. 우리가 '법률행위'의 개념을 배웠으니 이제 쉽게 이해가 갈 겁니다. 제한능력자제도는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행위의 영역, 즉 단독행위와 계약 부분에서 적용되는 것이라는 겁니다.


제112조의 내용은, 제한능력자는 의사표시를 제대로 수령하고 이해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의사표시를 한 사람이 그 유효함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80세가 넘은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병으로 정상적인 판단이 힘들어 성년후견심판을 받아 피성년후견인인 상태라고 합시다. 후견인은 철수입니다.


아버지가 가진 고가의 시계를 팔아 병원비를 마련하여야 겠다는 생각이 든 철수는 아버지를 설득하여 시계를 인터넷 중고 판매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이 매물을 확인한 시계 수집가 영희는, 싼 값에 좋은 매물이 올라왔다고 좋아하면서 사이트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합니다.


전화를 받은 것은 '제한능력자'인 '철수의 아버지'였습니다. 영희는 철수의 아버지에게 "당신의 시계를 사고 싶다"라고 말하고, 아버지는 "그러슈."라고 하였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잠시 밖에 나갔다가 돌아온 철수의 집에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또다른 시계 수집가 민수였습니다. 이번에는 '철수'가 전화를 받습니다.


민수는 '철수'에게 시계를 사고 싶다고 말합니다. 철수는 민수가 부르는 금액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시계를 민수에게 팔아 버렸습니다. 다음날 영희가 나타났지만, 이미 시계는 민수에게 넘어간 뒤였습니다. 이 경우 영희 입장에서는 억울하긴 하겠지만 영희는 '제한능력자'인 철수의 아버지에게 한 의사표시로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 사실 철수의 아버지가 영희의 제안을 제대로 이해하고 승낙한 것인지,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제한능력자를 보호하려는 민법의 태도가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물론 영희가 너무 억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제112조 단서에서는 상대방의 법정대리인이 그 의사표시의 도달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철수도 효력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철수가 '시계를 이미 영희에게 팔기로 한 사실'을 아버지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면, 영희에게 시계를 팔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의사표시의 상대방은 의사표시를 '수령'할 능력만 있으면 되는 것인데, '법률행위'에 적용되는 행위능력이 제한되는 제한능력자라는 이유로 수령능력까지 제한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걸까요?


사실 행위능력과 수령능력(의사표시를 받아 보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완전히 같은 개념이 아니므로, 제한능력자가 반드시 논리 필연적으로 의사표시의 수령능력이 없다고 봐야만 할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민법 제112조는 제한능력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전반적으로 넓게 보아 제한능력자의 경우 수령능력 역시 제한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정도만 알아 두시면 충분합니다.


내일은 의사표시의 공시송달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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