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조(대리권소멸후의 표현대리) 대리권의 소멸은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그러나 제삼자가 과실로 인하여 그 사실을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표현대리의 마지막 유형, 대리권소멸 후의 표현대리입니다. 앞서 공부한 표현대리의 유형은 실제로 대리권을 준 것은 아니지만 제3자에게 대리권수여의 표시를 한 경우, 그리고 대리권의 범위를 넘어선 법률행위가 저질러진 경우였습니다.
대리권은 소멸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원칙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런데 대리권이 소멸한 사실을 제3자의 입장에서는 모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A 법인의 이사인데, 1월 31일에 이사직을 그만두었음에도 불구하고 2월 1일에도 마치 여전히 이사인 마냥 행세하고 다닐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제3자는 (철수가 이사직을 그만둔 사실을 모르고) 철수가 A 법인의 이사일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이처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제129조가 존재합니다. 제129조에 따른 표현대리의 성립요건을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대리권이 소멸하지 않은 상태라면 일단 제129조가 성립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126조에 따른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와는 구별되는 것입니다. 판례 역시 "민법 제126조에서 말하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는 현재에 대리권을 가진 자가, 그 권한을 넘은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지, 현재에 아무런 대리권도 가지지 아니한 자가, 본인을 위하여 한 어떤 대리행위가 과거에 이미 가졌던 대리권을 넘은 경우에까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라고 하여 이러한 입장입니다(대법원 1979. 3. 27., 선고, 79다234, 판결).
소멸된 대리권의 범위 밖이라면 제129조가 성립하기는 어렵습니다. 판례는 오히려 이러한 경우에는 제126조에 의한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126조가 성립하려면 일단 대리권이 있어야 하는데, 어쨌거나 대리권이 소멸된 상황에서 어떻게 제126조가 성립할 수 있느냐? 이렇게 의문을 가지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어 학설의 논란이 있습니다. 판례의 입장은 제129조에 따라 표현대리로 인정되는 '표현'대리권도 하나의 대리권으로 보아 '그 대리권'을 넘는 행위를 제126조에 따라 규율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제126조가 적용되는 것이고 제129조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제 솔직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판례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마음에 들긴 합니다. 판례의 입장은 꽤 어려운 부분이므로, 여기서는 이 정도로만 아시고 판례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는 정도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냥 지나가셔도 무방하지만, 심화 학습을 원하시는 분들은 판례의 내용을 꼼꼼히 읽어 보시고 판례의 논리가 타당한지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은 공부가 될 것입니다:
"민법 제129조에 의한 표현대리가 인정되는 경우, 그 표현대리의 권한을 넘는 대리행위가 있을 때 민법 제126조에 의한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한편 과거에 가졌던 대리권이 소멸되어 민법 제129조에 의하여 표현대리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 표현대리의 권한을 넘는 대리행위가 있을 때에는 민법 제126조에 의한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다74713, 판결).
상대방이 이미 대리권이 소멸한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스스로의 과실로 몰랐던 것이라면 제129조의 표현대리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제129조에 의한 표현대리의 성립요건을 알아보았습니다. 제129조가 임의대리 뿐 아니라 법정대리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하여 학설의 엇갈림이 있지만, 우리의 다수설과 판례는 법정대리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입장인 듯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총 3가지 유형의 표현대리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제125조(대리권 수여의 표시에 따른 표현대리), 제126조(권한을 넘는 표현대리), 제129조(대리권 소멸 후의 표현대리) 중 어느 것이라도 성립하게 되면, 본인은 대리인에게 정당한 대리권이 없었음을 주장하면서 법률효과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즉, 본인이 다른 사람의 행위로 인한 법률효과를 받게 됩니다. 분명 본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표현대리가 실제로 성립하는지 아닌지는 엄격하게 따져야 할 것이며, 성립하는 경우에도 본인의 이익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되지 않는지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것입니다.
내일은 무권대리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표현대리 파트는 중요하니 나중에 꼼꼼히 복습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