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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Feb 11. 2020

민법 제186조, "부동산물권변동의 효력"

제186조(부동산물권변동의 효력)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


오늘은 좀 공부할 내용이 많고 어렵습니다. 긴장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자, 제186조를 읽어 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 '물권'이나 '법률행위'는 그나마 공부했으니까 알겠는데,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효력이 생긴다는 것은 무슨 말인지...


차근차근 알아봅시다. '물권의 득실변경'이란 무슨 뜻일까요? 이는 물권의 변동을 말합니다. 물권이라는 것이 영원히 그대로 그냥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유권을 생각해 보세요. 물건의 소유권이란, 자주 바뀔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A주택의 소유권은 철수에게서 영희로 이전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처럼 물권이 발생하고, 변경되며, 소멸하기도 하는 현상을 통틀어서 물권의 변동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제186조는 이러한 물권의 변동이 일어났을 때, 특히 그것이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하여 일어났을 때에는 그 내용을 [등기]하여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전에 등기에 대해서 [총칙]에서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나시는 분들은 민법 제33조에 관한 파트에서 등기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해두었으니 복습하고 오셔도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철수는 A주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A주택의 부동산 등기에는 소유자가 철수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철수는 급전이 필요해져, A주택을 2억 원에 영희에게 팔아넘겼습니다. 이는 A주택에 대한 매매 계약(법률행위)이므로, 제186조에서 말하는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합니다.


영희는 철수에게 2억 원을 건네주고 A주택으로 이사를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새 집이 생긴 것에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등기'에 소유자가 변경되었다는 것을 기재하지 않고 살아 버렸습니다. 이 경우 제186조에 따르면 영희는 A주택에서 살고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A주택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물권 변동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등기부에 따르면 여전히 A주택의 소유자는 철수입니다.


이와 같이 등기를 하여야만 모든 사람에 대하여 "이 부동산에 대한 법률행위에 따른 물권 변동은 유효하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을 성립요건주의라고 부릅니다. 성립요건으로서 등기를 하지 아니하면, 물권 변동은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영희가 2억 원을 냈는데, 너무하지 않습니까?"

너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법이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논리 하에서 입니다. 지루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짚고 넘어가야 할 이론적 배경에 대해 공부하도록 합시다.


물권 변동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거래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자신의 부동산을 팔았다는 사실은 제3자 입장에서는 잘 모르는 내용입니다. 철수가 자기가 부동산 매매를 하는 모습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데 누가 소유자인지 명확히 모르는 부동산을 거래하다 보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부동산을 살 때 철수의 부동산인 줄 알고 철수에게 돈을 주었는데, 알고 보니 영희가 그 부동산 소유자였다, 이렇게 되어 버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게 되면 부동산 시장은 완전히 혼란해지게 되겠지요.


이와 같은 문제를 막고, 물권 변동에서의 거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주로 2가지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데, 하나는 공시(公示)의 원칙이고, 하나는 공신(公信)의 원칙입니다.


공시의 원칙이란, 물권의 변동은 누구나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공시방법을 수반하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법률행위에 따른 부동산의 물권 변동이 있으면, 이를 부동산 등기에 기재하여야 하며 이 등기는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법제는 부동산 물권에 공시의 원칙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오늘 공부하고 있는 민법 제186조도 이를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공신의 원칙이란, 공시방법을 신뢰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설령 공시방법이 진실한 권리관계와 다른 경우에도 공시된 대로 권리관계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나부자가 영희로부터 부동산을 10억 원에 하나 매입했다고 합시다. 등기부 상으로 그 부동산의 소유주는 원래 영희였습니다. 나부자는 안심하고 거래를 한 것이지요. 그런데 사실, 영희가 위조된 서류를 이용해서 그 부동산의 소유권 등기를 자기 앞으로 한 것이고, 실제 그 부동산의 진짜 소유자는 바로 철수였다고 합시다.


이 경우 나부자는 어떻게 될까요? 만약 공신의 원칙을 '인정'하는 경우라면, 공시방법(등기)이 진실한 권리관계(실제 소유자는 철수)와 다른 상태(등기부상의 소유자는 영희)이므로, 제3자(나부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등기부에 적힌 대로 권리관계를 인정해 주게 되어 나부자는 유효하게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공신의 원칙을 '불인정'하는 경우라면, 진실한 권리자(철수)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부자는 유효하게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나부자는 추후에 영희를 고소하건 어쩌건 일단 지금은 부동산을 취득하지 못한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의 법제는 부동산물권에서 공신의 원칙을 불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위의 사례에서 나부자는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됩니다.


공시의 원칙과 공신의 원칙을 비교해 보면, 공신의 원칙이 좀 더 강하게 '제3자'와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2개의 원칙 중 1개 만을 인정하느냐, 2개 모두를 인정하느냐는 입법정책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세계 각국의 예를 비교해 보면 어떤 나라는 2개 모두를 인정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부동산물권에서 공시의 원칙만을 인정하고, 공신의 원칙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 반드시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전에 제186조를 잠깐 본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재단법인의 출연재산 귀속에 관한 문제인데요, [총칙] 편에서 제48조를 복습하고 오셔도 좋겠습니다. 과거 우리가 보았던 제48조가 어떻게 제186조와의 관계 속에서 해석되는지, 이제는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48조(출연재산의 귀속시기) ①생전처분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때에는 출연재산은 법인이 성립된 때로부터 법인의 재산이 된다.
②유언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때에는 출연재산은 유언의 효력이 발생한 때로부터 법인에 귀속한 것으로 본다.


오늘은 제186조를 공부하였습니다. 내용도 많고 어렵기도 한데, 오늘 공부한 내용은 어디까지나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의 물권 변동'에 적용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법률행위가 아닌 경우나 동산의 물권 변동의 경우 다른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명확히 구별해 두셔야 합니다.


내일은 법률행위가 아닌 경우의 부동산 물권 변동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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