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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Feb 21. 2020

민법 제192조, "점유권의 취득과 소멸"

제192조(점유권의 취득과 소멸) ①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는 점유권이 있다.
②점유자가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상실한 때에는 점유권이 소멸한다. 그러나 제204조의 규정에 의하여 점유를 회수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오늘부터는 물권법에서의 중요한 파트 중 하나인 점유권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전에도 잠깐 맛을 본 적이 있지만, 좀 더 상세히 알아봅시다.


민법 제192조제1항은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점유권이 있다고 선언합니다. 즉 점유(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점유권'이라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철수가 볼펜을 지니고 있는 경우, 철수는 그 볼펜의 진정한 소유자인지를 불문하고 일단 볼펜을 점유하고 있으므로, 점유권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철수가 그 볼펜을 설령 누군가에게 훔친 거라고 하더라도 점유권은 있습니다. 


"물건을 훔쳤는데도 점유권을 인정해 주다니, 너무 불합리한 것 아닙니까?"

그다지 불합리하지 않습니다. 소유권과 점유권은 엄연히 다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192조제1항은 '사실상의 지배'를 할 것을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지, '정당하게 물건을 취득하였을 것'을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철수에게서 볼펜을 도둑맞은 사람은 여전히 볼펜의 진정한 소유자이기 때문에, 그 소유권에 기하여 철수에게 볼펜을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 또 철수는 경찰에게 붙잡혀 절도죄로 법정에 서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점유권만 있다고 전부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런 점유 제도를 두는 걸까요? 이에 대해서는 다채로운 학설이 있지만, 최대한 학설을 단순화하여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물건은 보통 누군가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부동산도 그렇고, 동산도 보통 누군가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물건을 지배하고 있다고 할 때, 그 지배가 정당한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것인지 얼굴에 써붙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상의 지배를 일단은 인정해 주고 보호해 주지 않는다면, 현실에서는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단 외견상 보이는 점유의 상태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인정해 주려는 것이 점유권이라는 제도를 둔 취지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이런 궁금증이 생길 것입니다. "도대체 그러면 점유권이 있으면 뭐가 좋은 거지?"

점유권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도둑에게도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굉장히 크고 중요한 권리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점유권은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상태를 그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소유권이 그 물건을 절대적으로 지배하면서 사용, 수익까지 할 수 있는 내용인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점유권과 점유를 정당화할 수 있는 권리(점유할 권리)는 다르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정당한 소유권이 있는 사람은 그 물건을 점유하는 것이 당연히 정당화됩니다. 그러나 정당한 소유권이 없는 자(예: 도둑)는 물건을 점유하더라도 점유권은 있지만 그 점유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될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점유권은 다른 물권(소유권, 저당권, 지상권 등)에 비하여 점유로부터 나오는 것이지만 점유 그 자체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데, 이러한 의미에서 점유권 외의 다른 물권은 '근원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본권(本權)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물권'에는 '본권'과 '본권이 아닌 권리'(점유권)가 있는 거지요. 어렵지만 이해하고 넘어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제192조제2항을 봅시다. 제2항도 점유권의 개념상 자연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점유권은 점유라는 상태에 기반하여 인정되는 것이니까, '사실상의 지배'를 상실한 때에는 당연히 점유권도 소멸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점유권은 점유라는 상태에 따라 있다가 없다가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일시적인 권리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로마 시대의 법학자 율피아누스(Ulpianus)는 이러한 점유 제도에 대하여, "점유는 법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의 문제이다"(Possessio non est iuris, sed facti)라고 한 바 있습니다(곽윤직, 1992).


그런데 제2항 단서에서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단서에 따르면 설령 사실상의 지배를 현실적으로 상실하였다고 하더라도 민법 제204조에 따라서 점유를 다시 되찾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점유를 상실하지 않았던 것으로 쳐준다는 것입니다. 잠깐 제204조를 봅시다.

제204조(점유의 회수) ①점유자가 점유의 침탈을 당한 때에는 그 물건의 반환 및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전항의 청구권은 침탈자의 특별승계인에 대하여는 행사하지 못한다. 그러나 승계인이 악의인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제1항의 청구권은 침탈을 당한 날로부터 1년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제204조에 따르면 정당한 점유자, 예를 들어 볼펜을 도둑맞은 원래의 볼펜 주인은 제204조에 따라 볼펜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으며, 도둑은 볼펜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점유를 회복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여 이기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볼펜을 돌려받게 된다면, 볼펜 주인은 처음부터 볼펜의 점유를 계속하였던 것으로 보게 됩니다.




오늘은 점유권의 개념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이제 차근차근 점유권의 내용과 효과 등에 대해서 알아볼 건데요, 내일은 점유권과 상속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곽윤직, 민법주해(IV), 박영사, 1992, 28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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