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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Feb 28. 2020

민법 제195조, "점유보조자"

제195조(점유보조자) 가사상, 영업상 기타 유사한 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지시를 받어 물건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하는 때에는 그 타인만을 점유자로 한다.


우리는 어제 간접점유의 개념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점유는 직접점유와 간접점유로 나눌 수가 있고, 점유의 개념이 단순히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소지'보다 더 넓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오늘은 배울 내용은 점유보조자에 대한 내용인데, 제195조에 따르면 점유보조자란 '가사상, 영업상 기타 유사한 관계'에 의하여 타인의 지시를 받아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195조에 따르면 점유보조자는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것은 맞지만, 그 물건을 점유한다고 인정해주는 사람은 아닙니다("그 타인만을 점유자로 한다"의 의미).


어려우니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자신의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게의 소유자도 철수이고, 그 가게 안에 있는 옷도 모두 철수가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철수가 다른 도시에 오래 머물 일이 생겨, 가게를 돌볼 만한 사람이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영희라는 사람을 고용하여 종업원으로 쓰고 있습니다. 


제195조를 사례에 따라 다시 읽어 보면, 철수와 영희 사이에는 가사상, 영업상 기타 유사한 관계가 있으며(철수가 영희를 종업원으로 고용한 관계), 영희는 타인(철수)의 지시를 받아 물건(옷)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데, 이 관계에서 영희는 빼고 오직 지시를 내린 철수(타인)만을 점유자로 보겠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가사상 또는 영업상의 이유 등으로 타인에게 지시를 내리고, 그에 따라 물건을 지배하는 관계를 점유보조관계라고 하며, 이는 어제 공부한 점유매개관계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므로 서로 구별하여야 합니다. 


"그러면 종업원인 영희는 간접점유를 하고 있다는 건가요?"

이렇게 묻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아닙니다. 간접점유자와 점유보조자는 아예 다른 개념입니다(하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조문으로 떼어서 규정했겠지요). 위 사례에서 영희는 점유보조자로서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고는 있으나 제195조에 따라 점유자로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간접점유자와 점유보조자는 둘 다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간접점유자는 (간접)점유를 인정받고 그에 따라 점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점유보조자는 점유를 인정받지 못하므로 점유권도 행사할 수가 없게 됩니다(예외적으로 자력구제권은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은데, 이는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왜 굳이 점유보조자에게는 점유권을 주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어, 간접점유와 구별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점유보조자에게까지 점유권을 주게 되면 오히려 점유 제도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어제 공부한 점유매개관계에 따른 '간접점유'의 경우, 임대차 계약 등을 통해 대등한 관계에서 물건을 사실상 지배하는 사람에 대해서 권리를 어느 정도 보호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점유보조자'의 경우 대등한 관계가 아니고, 지시를 받는 수직적인 관계이며 그 사람들에게 굳이 점유권까지 인정해 줄 필요성이 별로 없습니다. 예를 들어 옷가게의 종업원인 영희가 옷에 대한 점유권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영희에게 크게 피해가 갈 일은 없지요. 영희는 그냥 자기가 일한 만큼 월급만 받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판례는 고속국도에 관한 (건설부장관의) 권한 일부를 대행하는 한국도로공사는 단지 정해진 범위 내에서 건설부장관(옛날 명칭입니다)을 대행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독립한 점유주체가 될 수 없고 단지 건설부장관을 기관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점유보조자에 불과하다(대법원 1995. 2. 14. 선고 94다28994 판결)고 하였고, 반면 고속도로의 추월선에 방치된 각목으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한 사건에서는 고속도로의 공작물에 대해서는 한국도로공사가 공작물의 점유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던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6. 10. 11., 선고, 95다56552, 판결). 따라서 사안에 따라 어떠한 물건의 점유자인지, 점유보조자인지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므로 각각의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하여야 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점유보조자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어제 공부한 내용과 헷갈리지 않도록 꼭 복습해 두시길 바랍니다. 내일은 점유권의 양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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