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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Apr 17. 2020

민법 제215조, "건물의 구분소유"

제215조(건물의 구분소유) ①수인이 한 채의 건물을 구분하여 각각 그 일부분을 소유한 때에는 건물과 그 부속물중 공용하는 부분은 그의 공유로 추정한다.
②공용부분의 보존에 관한 비용 기타의 부담은 각자의 소유부분의 가액에 비례하여 분담한다.


오늘은 좀 중요한 개념을 공부할 겁니다. 바로 건물의 '구분소유'라는 개념입니다. 제215조의 설명이 너무 간단하므로, 추가적으로 좀 배경을 말씀드려야 할 듯합니다.


우리 물권법의 가장 기초 중 하나는 일물일권주의(一物一權主義)입니다. 단어는 어렵지만 의미는 간단합니다. 1개의 '물건'에는 양립될 수 없는 1개의 물권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개의 볼펜이 있는데 소유권이 2개가 성립할 수는 없습니다. 볼펜은 그 자체로 1개의 물건인데, 볼펜의 뚜껑은 철수가 가지고, 볼펜의 펜대는 영희가 가지고 해서 소유권이 수십 개로 늘어날 수는 없는 겁니다.


"어, 소유권 2개 성립할 수 있는데요. 저랑 제 친구랑 부동산을 공유하기로 하고 등기도 했는데요?"

공유(共有)의 개념은 소유권을 서로 지분에 따라 나눈다는 것입니다. 친구랑 둘이서 부동산을 공유한다고 해서 소유권 자체가 2개라는 것은 아닙니다. 1개의 소유권을 나누어 갖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하나의 '건물'이라고 할 때에는 1개의 소유권이 성립하여야 원칙상 맞습니다. 건물 중에서 1층은 철수가, 2층은 영희가 갖는다는 것은 일물일권주의에 따르면 허용되지 않아야 할 겁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1개의 건물에서 101호는 철수가, 102호는 영희가, 103호는 민수가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 법제가 '구분소유'라는 개념을 통하여 일물일권주의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1개 동의 건물은 1개의 물건으로서 1개의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건물이 구조상 구분된 여러 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서 사용될 수 있을 때에는 그 구분된 부분에 각각 소유권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이때 그 부분을 소유하는 것을 구분소유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기 1동의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은 15층짜리 건물로, 1층에는 101호부터 105호까지, 2층에는 201호부터 205호까지 있는 식으로 총 75개의 호실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호실에는 방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부엌도 있고 해서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되어 있지요. 이런 경우 각 호실은 그 구조와 이용의 측면에서 독립적인 건물로 취급할 수 있을 것이며, 101호의 소유권 따로, 102호의 소유권 따로... 이런 식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즉 101호를 구분소유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구분소유할 수 있는 건물이 모인 집합체를 집합건물이라고 부르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라는 별도의 법률로 규율하고 있습니다. 집합건물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아파트라고 할 것입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건물의 구분소유) 1동의 건물 중 구조상 구분된 여러 개의 부분이 독립한 건물로서 사용될 수 있을 때에는 그 각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각각 소유권의 목적으로 할 수 있다.


자, 이제 제215조를 자세히 봅시다. 제1항은 수인(여러 사람)이 한 채의 건물을 구분하여 각각 그 일부분을 소유한 경우 그 건물과 부속물 중에서 공용(함께 사용하는 부분)은 그의 공유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이해하기 편하게 아파트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아파트에서는 사람이 사는 공간이 있지요? 대문이 있고, 대문 안쪽에 현관이 있고, 방이 있고 화장실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면적을 따져서 25평이다, 몇 평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지요. 이와 같이 구분소유의 목적이 되는 부분전유(專有)부분이라고 합니다.


'전유'라는게 '오로지 전'에 '소유할 유'인데, "이건 나의 전유물이다" 이렇게 얘기는 경우가 있지요? 오로지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생각해 본다면 '전유부분'의 뜻이 좀 더 이해가 가실 것입니다.


반면, 아파트에는 사람이 직접 사는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파트에는 비상계단도 있고, 옆집이랑 우리 집이랑 사이에 복도도 있고요, 소화전 같은 것도 있고 엘리베이터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전유부분이 아닌 부분으로서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공간을 가리켜 공용(公用)부분이라고 합니다.


제1항의 의미는, 이러한 공용부분의 경우에는 여러 구분소유자가 같이 공유하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101호의 집주인은 공용부분에 해당하는 복도에 대해서 자기가 '전유'한다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102호의 집주인하고 같이 써야 하는 부분인 겁니다.


그런데 공용부분(복도, 엘리베이터 등)이라고 해도 그냥 다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현실적으로 청소도 가끔 해줘야 하고, 고장 난 부분이나 부서진 데가 있으면 수리도 해줘야 합니다. 즉, 공용부분의 유지에는 돈이 들어갑니다. 이 돈을 어떻게 부담해야 할까요? 제215조제2항은 이와 같이 공용부분의 보존에 관한 비용 등은 각자의 소유부분의 가액에 비례해서 분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대개 현실에서는 관리비를 통해서 해결하기는 하지만요.




제215조는 구분소유와 공용부분에 대해서 정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만으로 현실에서 아파트와 같은 복잡한 사회를 규율하는 것은 거의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 (앞서 말씀드린)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따로 집합건물을 규율하고 있고, 이 법률은 민법 제215조의 특별법으로서 집합건물에 대해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제215조는 큰 의미는 없는 조항이라고 하겠습니다. 다 공부해 놓고 이제 와서 큰 의미가 없다니 허탈하실 수도 있겠지만, 구분소유와 전유부분, 공용부분 등은 꼭 알고 지나가야 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가 습득한 지식 자체는 의미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오늘은 구분소유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현실적으로 굉장히 자주 사용되는 집합건물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내용이니 꼭 기억하고 지나가시길 당부드립니다. 내일은 인지사용청구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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