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2조(지상권의 양도, 임대) 지상권자는 타인에게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그 권리의 존속기간 내에서 그 토지를 임대할 수 있다.
지상권은 물권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그 땅을 임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 소유의 땅에 영희가 건물을 하나 갖고 있고, 그 건물의 사용을 위한 지상권(견고한 건물의 소유를 위한 지상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봅시다. 영희는 그런데 철수에게 땅세(지료)를 내는 것도 벅차, 그냥 건물을 팔기로 했습니다.
이 경우 영희는 건물(지상물)만을 따로 팔 수도 있고, 건물은 그대로 자신의 소유물로 한 상태에서 지상권만을 따로 팔아 치울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판례 역시 "지상권자는 지상권을 유보한 채 지상물 소유권만을 양도할 수도 있고 지상물 소유권을 유보한 채 지상권만을 양도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지상권자와 그 지상물의 소유권자가 반드시 일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지상권설정시에 그 지상권이 미치는 토지의 범위와 그 설정 당시 매매되는 지상물의 범위를 다르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하여 지상물과 지상권을 따로 파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6다6126, 판결).
다만, 건물만을 산 사람의 경우 임대차계약을 하건 다시 지상권계약을 하건 어떻게든 남의 땅(철수의 땅)을 사용할 권리를 확보하여야 하는 등 번거로운 측면이 있으므로 현실적으로는 따로 파는 경우는 드물고 지상물+지상권을 합쳐서 거래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특수한 경우를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영희가 자신의 건물을 다른 사람에게 팔면서, 지상권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이 매매계약을 해버린 것입니다. 이 경우 영희의 건물을 산 사람은 당연히 건물(지상물)만을 산 것으로 보아야 할까요?
비록 지상물(의 소유권)과 지상권을 따로 양도할 수 있다고는 하나, 지상물의 소유권을 넘기는 경우에는 암묵적으로 그 건물이 있는 땅을 사용하기 위한 권리까지 함께 넘기려는 의사표시가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 학계에서의 다수설입니다(김준호, 2017). 다만, 설령 그렇게 의사표시가 해석되더라도 지상권 역시 소유권과는 구별되는 물권이므로 부동산 물권변동의 효력에 관한 민법의 규정에 따라 '내가 새로운 지상권자다'라는 내용을 등기하여야 효력이 발생할 것입니다(지원림, 2011). '따로 팔 수 있다'라는 것과 '따로 팔 수 있지만 지상물을 파는 경우에는 지상권도 같이 파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석되더라도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등기하여야 한다'라는 명제들이 함께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을 천천히 이해하고 곱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제186조(부동산물권변동의 효력)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제282조에 따르면 지상권자는 그 땅을 임대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상권자인 영희는 그 지상권의 목적이 되는 철수의 땅을 다른 누군가에게 세 받고 빌려줄 수 있습니다. "남의 땅을 왜 자기 마음대로 빌려줍니까?" 이렇게 분노하실 수 있겠지만,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지상권자인 영희의 지위는 단순한 임차인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상권 제도는 임대차 제도에 비해서 땅을 빌려 쓰는 사람을 크게 보호한다고 했었지요? 그 차이점이 제282조에서도 나타나는 것입니다. 임대차계약에 따라 남의 땅을 빌려 쓰는 임차인의 경우, 민법 제629조에 의하여 세 놓은 땅을 (임대인의 동의 없이) 마음대로 다시 세 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상권자의 경우에는 제282조에 따라 가능합니다. 왜 현실에서 땅 주인들이 어지간하면 지상권을 잘 안 내주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시나요?
제629조(임차권의 양도, 전대의 제한) ①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없이 그 권리를 양도하거나 임차물을 전대하지 못한다.
②임차인이 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오늘은 지상권의 양도와 임대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내일은 지상권자의 갱신청구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 법문사, 제23판, 2017, 729면.
지원림, 민법강의, 홍문사, 2011, 67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