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3조(공유관계, 일부양도와 불가분성) ①토지공유자의 1인은 지분에 관하여 그 토지를 위한 지역권 또는 그 토지가 부담한 지역권을 소멸하게 하지 못한다.
②토지의 분할이나 토지의 일부양도의 경우에는 지역권은 요역지의 각 부분을 위하여 또는 그 승역지의 각부분에 존속한다. 그러나 지역권이 토지의 일부분에만 관한 것인 때에는 다른 부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293조는 지역권의 불가분성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불가분성이란 서로 쪼개어 따로 떼어낼 수 없는 성질을 의미하는 것인데요, 하나씩 살펴보도록 합시다.
먼저 제1항을 보겠습니다. 제1항에서는 토지를 공유하는 여러 사람이 있을 때, 그 중 1명은 지분에 관하여 그 토지를 위한 지역권, 또는 그 토지가 부담한 지역권을 소멸하게 할 수는 없다고 정합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우리는 예전에 공유의 개념에 대해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기억이 잘 안 나시는 분들은 제263조 파트를 복습하고 오셔도 좋겠습니다. 그때 공부하기를, 공유의 개념상 그 공유지분이 구획이 칼같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관념상 공유물의 전부에 미친다고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A땅을 철수와 영희가 50%씩 공유하고 있다면, A 토지의 좌측 끝부터 4m까지만 철수가 이용할 수 있거나 가운데 10m 폭의 땅만 영희가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철수와 영희는 공유물 전부를 자신의 지분의 비율로 사용, 수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제263조(공유지분의 처분과 공유물의 사용, 수익) 공유자는 그 지분을 처분할 수 있고 공유물 전부를 지분의 비율로 사용, 수익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공유'의 특성을 생각해본다면,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어떤 땅에 지역권이 존재하는 경우에는(또는 어떤 땅이 다른 땅의 지역권을 위하여 편익을 제공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지역권 역시 공유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공유하는 땅 A에 왼쪽 끝 폭 10m, 길이 30m 만큼의 부분에 이웃 토지 통행을 위한 지역권(통행지역권)이 설정되어 있다고 해봅시다(지역권자는 A 땅 옆에 있는 B 땅의 주인). 이러한 경우 지역권이 설정된 부분 중 어떤 부분이 철수의 것이고, 어떤 부분이 영희의 것일까요? 공유의 개념에 따르면 이를 칼같이 나눌 수 없고, 나눌 수 없다면 철수와 영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결국 영희가 설령 통행지역권이 자신의 (공유지인) 땅 A에 설정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 땅에 대한 50%의 내 지분만큼은 통행지역권을 인정할 수 없어! 50%만큼 통행지역권 설정한 부분을 없앨 거야."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지금 사례는 철수와 영희의 땅이 승역지인 경우인데, 요역지인 경우라도 논리는 똑같습니다.
만약 지역권을 소멸시키려고 한다면, 철수와 영희, 즉 공유자 전원이 소멸시키는 식으로 하여야지 공유자 중 1인이 단독으로 지역권의 일부분만을 소멸시킬 수는 없는 겁니다. 이것이 제1항의 의미입니다.
이제 제2항을 보겠습니다. 여기서는 토지의 분할, 일부양도의 경우 지역권은 요역지의 각 부분(또는 승역지의 각 부분)을 위하여 존속한다고 합니다. 다만, 지역권의 토지의 일부분에 관해서만 존재할 때에는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요. 무슨 의미일까요?
땅이라는 게 일부를 떼어서 팔 수도 있는 거고, 쪼개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지적공부에 등록된 1개의 필지가 있다고 할 때, 이걸 2개 이상의 필지로 쪼개면 토지분할이 되는 거고, 1개의 필지 중 일부분을 떼어서 다른 사람에게 팔면 일부양도가 되는 것입니다(사실 일부양도를 하려면 애초에 토지를 분할해야 하는 거라서, 조문에 분할의 의미가 중복으로 쓰인 듯한 느낌은 있습니다). 그런데 토지분할이나 일부양도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지역권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요, 제2항은 여기에 대한 답을 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C 땅이 있는데, 이 땅의 소유자는 나부자입니다. 나부자의 옆에는 D 땅이 있고요, 그 땅의 소유자는 김불쌍입니다. D 땅은 맹지여서, C 땅을 지나지 않고는 도로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부자는 김불쌍을 불쌍히 여겨, 자신의 C 땅 일부분에 통행지역권을 설정하여 주었습니다(지역권설정자: 나부자, 지역권자: 김불쌍).
그런데 나부자가 어느날 C 땅의 일부를 떼어서 철수에게 팔았습니다. 이제 나부자가 여전히 갖고 있는 C 땅의 일부를 아래와 같이 C1, 새로이 철수가 갖게 된 땅을 C2라고 합시다.
이렇게 되면, 원래 지역권이 설정되어 통행로로 써 오던 영역이 철수의 땅과 나부자의 땅으로 갈라지게 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제 김불쌍은 철수의 땅은 지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가능합니다. 제2항에서는, 이러한 경우라도 할지라도 지역권은 요역지(D 땅)를 위하여 승역지의 각 부분(C1과 C2)에 존속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2항 단서의 의미는 뭘까요? 위의 그림에서 C 땅이 세로가 아니라 가로로 갈라진 경우를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가로로 갈라서 아래쪽 땅이 철수의 것이라면, 통행로는 철수의 땅만을 지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나부자의 C1 땅은 더 이상 통행에는 필요가 없기 때문에 C1 땅의 지역권은 소멸하게 되고요, C2의 지역권만 여전히 존속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지역권의 불가분성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지역권의 불가분성은 제293조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조문에도 좀 흩어져 있는데, 차차 공부할 것이니 급하게 마음먹지 않아도 좋습니다. 내일은 지역권의 취득기간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