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5조(취득과 불가분성) ①공유자의 1인이 지역권을 취득한 때에는 다른 공유자도 이를 취득한다.
②점유로 인한 지역권취득기간의 중단은 지역권을 행사하는 모든 공유자에 대한 사유가 아니면 그 효력이 없다.
앞서 제293조에서 우리는 지역권에는 불가분성이라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공부하였습니다. 그런데 불가분성이라는 것이 제293조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제295조에서 다시 등장합니다. 제293조제1항에서, 땅을 공유하는 사람 중 1인이 자신의 지분에 대해서만 지역권 일부를 소멸시킬 수는 없다고 공부했었습니다. 공유자가 자기 마음대로 지역권의 일부분만을 떼어서 없앨 수는 없다는 거지요.
제293조(공유관계, 일부양도와 불가분성) ①토지공유자의 1인은 지분에 관하여 그 토지를 위한 지역권 또는 그 토지가 부담한 지역권을 소멸하게 하지 못한다.
이처럼 제293조제1항에서 '소멸'에 대해 규정했다면, 오늘 공부할 제295조제1항은 '취득'에 대해 규정합니다. 제295조제1항은 공유자 중 1인이 지역권을 취득한 때에는 다른 공유자도 이를 취득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민법은 지역권에 관하여 공유자 중 1인에게 소멸사유가 생기더라도 지역권이 소멸하지 않도록 하면서, 공유자 중 1인에게 취득사유가 생긴 때에는 공유자 전부가 취득하도록 하고 있는 것입니다(김준호, 2017). 이는 되도록 지역권의 성립이나 존속은 쉽게, 소멸은 어렵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지역권을 보호하려는 민법의 취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와 영희가 어떤 땅의 공유자(지분 50%씩 소유)인데, 철수가 이웃한 땅 주인을 찾아가 통행을 위한 지역권을 따냈다면, 가만히 있었던 영희 역시 (어부지리로) 철수와 더불어 지역권자가 되는 것입니다. 철수 입장에서는 영희가 얄미울 수는 있겠네요.
제295조제2항은, 지역권 취득시효의 중단은 지역권을 행사하는 모든 공유자에게 해당하는 사유가 아니면 효력이 없다고 규정합니다. 이건 무슨 말일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와 영희는 어떤 땅의 지분을 50%씩 가진 공유자로서, 자신들의 땅으로부터 큰 대로변으로 나가기 위해서 이웃의 땅을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웃 땅 주인에게 허락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냥 막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앞서 공부하기를 지역권 역시 시효취득할 수 있다고 하였으므로, 시효취득의 요건을 충족하면 철수와 영희는 (비록 이웃 땅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았어도) 지역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상세한 취득 요건은 제294조 파트 참조).
여기서 만약 이웃 땅의 주인인 나부자가 철수와 영희의 지역권 취득을 저지하려면, 취득시효를 중단시키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앞서 취득시효에 대해 공부하면서, 소멸시효의 중단에 대한 규정이 취득시효에 준용된다고 공부했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제247조 및 민법총칙 파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제247조(소유권취득의 소급효, 중단사유)
②소멸시효의 중단에 관한 규정은 전2조의 소유권취득기간에 준용한다.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중단된다.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
이제 이웃 땅의 주인인 나부자가, "더 이상 내 땅을 당신들의 통행로로 사용하지 마라."라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면, 이러한 행위는 재판상 청구로서 시효중단의 사유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나부자가 철수와 영희 중에 영희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하였다고 합시다. 즉, 제295조제2항에서 말한 것과 달리 공유자 1인에 대해서만 취득시효의 중단 사유가 발생한 것입니다.
민법 제169조는 시효중단이 당사자(또는 승계인)에게만 효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으므로, 이 사례에서 철수에게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합니다. 따라서 나부자가 아무리 영희와 재판에서 밀고 당기고 물어뜯고 싸워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재판과 상관없는 철수는 여전히 시효가 진행 중에 있으며 시효가 완성되면 지역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169조(시효중단의 효력) 시효의 중단은 당사자 및 그 승계인간에만 효력이 있다.
문제는 만약 시효가 중단되지 않은 철수가 계속 지역권 행사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지역권을 행사하여 20년의 기간이 경과하였다면, 철수는 지역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오늘 공부한 제295조제1항에 따르면 공유자의 1인이 지역권을 취득하는 경우 다른 공유자(영희)도 취득하게 되므로(지역권의 불가분성), 결국 나부자는 영희에게 시효중단을 시킨 의미가 없게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제295조제2항은 기왕 시효중단의 조치를 취하려거든 공유자 '전원'에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결국 제295조와 앞서 공부한 제293조를 결합해서 생각해 보면, 우리 민법은 지역권의 취득은 쉽게 하면서 소멸은 까다롭게 만들어, 최대한 지역권이라는 제도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민법의 취지를 이해하면, 공부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은 지역권의 취득에 있어서 불가분성을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소멸시효의 중단, 정지에 관련한 불가분성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 법문사, 2017, 제23판, 74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