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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Jul 12. 2021

민법 제299조, "위기에 의한 부담면제"

제299조(위기에 의한 부담면제) 승역지의 소유자는 지역권에 필요한 부분의 토지소유권을 지역권자에게 위기하여 전조의 부담을 면할 수 있다.


표현이 조금 난해합니다. 제299조에서는 위기(委棄)라는 잘 안 쓰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건 일상생활에서 주로 사용하는 위기(危機, 위험한 고비라는 의미)와는 한자도 다르고 의미도 전혀 다릅니다. 


제299조에서는 ‘맡길 위’에 ‘버릴 기’의 한자를 사용하는데요, 직역하자면 맡겨 버리고 내버려 둔다는 의미 정도가 되겠습니다. 법학에서는 여기서의 ‘위기’를 승역지를 지역권자의 처분에 맡기기 위하여 그 소유권을 포기하는 행위로서 물권적 단독행위로 봅니다(경수근 외, 2009).


이걸로는 애매하니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어제 우리는 승역지소유자의 의무에 대해서 공부했었지요. 철수(요역지 소유자)와 영희(승역지 소유자)가 지상권 설정계약을 맺고, 영희가 통행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막상 계약을 하고 보니 영희 입장에서는 좀 부담스러운 겁니다. 통행로를 내줘가지고는 그 부분에 배추를 심을 수도 없고, 또 시설도 자기가 계속 관리하고 해야 하는데 귀찮은 겁니다.


특히 영희가 만약 나부자에게 땅을 팔기라도 한다면, 나부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맺었던 계약도 아닌데 제298조에 따라 특별승계인으로서 의무를 져야 하니까 기분이 더욱 안 좋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영희(땅을 판 이후라면 나부자)는 지역권에 필요한 승역지의 일부 부분의 소유권을 ‘버리고’, 대신 그 일부분의 소유권은 지역권자에게 ‘맡겨지는’ 행위를 할 수 있는데 이것을 <위기>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기를 실시함에 따라 승역지의 일부분 토지소유권은 영희(승역지소유자)에게서 철수(지역권자)에게로 (무상으로) 넘어가게 되고, 요역지소유자는 민법 제186조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게 되면 완전히 해당 부분 땅의 소유자가 됩니다.


또 지역권자의 입장에서는 승역지의 소유권을 취득하기 때문에 ‘혼동’이 발생하게 되어 지역권이 소멸하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혼동의 개념에 대해서는 제191조 파트 참조).                    

제186조(부동산물권변동의 효력)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


다만, 제299조의 위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단순한 의미의 ‘소유권의 포기’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단순히 소유권의 포기라고 했을 때에는 지역권자가 당연히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고, 주인 없는 부동산이 되어 민법 제252조에 따라 국유로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홍동기, 2019). 양자는 둘 다 단독행위인 건 맞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니라는 것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제252조(무주물의 귀속) ①무주의   동산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자는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
②무주의 부동산은 국유로 한다.
③야생하는 동물은 무주물로 하고 사양하는 야생동물도 다시 야생상태로 돌아가면 무주물로 한다.

*제299조의 위기의 경우, 우리의 학설은 승역지소유자의 (지역권자에 대한) 일방적인 의사표시이므로 계약이 아닌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라고 보고 있습니다(강태성, 2015). 또한, (1)위기가 있던 시점에 바로 민법 제298조의 의무가 면제되는지,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완료한 시점에 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다수설은 전자의 입장을 취함), (2)위기에 따라 지역권자가 갖는 등기청구권이 물권적 성질을 갖는지 여부(다수설은 그렇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학설의 논란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설명하기엔 너무 내용이 복잡하고 굳이 지금 단계에서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따로 아래 참고문헌 논문의 517면과 520면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위기의 개념과 승역지소유자가 부담을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여기서 쓰는 ‘위기’라는 단어 자체가 굉장히 생소하기 때문에, 용어를 쉽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언론의 지적이 있기도 했습니다(법률방송뉴스, 2018). 민법이 오래된 법률이다 보니 낯선 용어가 많아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공작물의 공동사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강태성, “물권의 포기에 관한 종합적·비판적 검토”,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동아법학(66), 2015. 2., 493면.

경수근·신영한·이기욱, 민법주석대전, 법률미디어, 2009, 1357면.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223면(홍동기).

법률방송뉴스, ““위기의 자유한국당, 위기의 보수”... ‘위기(危機)’ 아닌 위기, ‘위기(委棄)’의 민법”, 2018.6.14., https://www.ltn.kr/news/articleView.html?idxno=10228, 2024.1.11. 확인.



2024.1.11.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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