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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302조, "특수지역권"

by 법과의 만남
제302조(특수지역권) 어느 지역의 주민이 집합체의 관계로 각자가 타인의 토지에서 초목, 야생물 및 토사의 채취, 방목 기타의 수익을 하는 권리가 있는 경우에는 관습에 의하는 외에 본장의 규정을 준용한다.


오늘은 지역권 파트의 마지막 부분인 특수지역권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름만 봐도 아시겠지만 뭔가 특수한 지역권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특수'할까요?


제302조에서 말하는 특수지역권은, 한 지역의 주민이 집합체의 관계로서 '남의 땅'에서 초목 같은 것은 채취하는 등 수익을 하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남의 땅에서 이익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권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기는 합니다(이 명칭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나뭇잎 마을의 주민들은 옛날부터 뒷산인 마약산에서 약초를 캐먹고 살아왔다고 합시다. 그런데 마약산의 소유권자는 나부자인 상태입니다. 나부자는 자기 땅에서 나뭇잎 마을 사람들이 약초를 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수백 년 전부터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딱히 제지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경우 나뭇잎 마을 주민이라는 '집합체'는 관습에 의하여 마약산의 약초를 캘 수 있는 수익권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특수지역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민법 제302조에 따른 특수지역권이라면 위의 사례와 같이 대체로 관습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실 계약에 의해서도 가능하기는 합니다. 차이점이라면, 관습에 의한 특수지역권의 경우 등기를 할 필요가 없겠지만 계약에 따른 특수지역권이라면 등기를 하여야 민법 제186조에 따라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겠지요(김용담, 2011).




그런데 특수지역권에 대해서는 특수한(?) 논의가 있습니다. 분명히 이름은 특수지역권이긴 한데, 이게 정말 '지역권'이 맞냐 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공부한 지역권의 개념은 요역지가 있고, 승역지가 있고, '땅으로부터 나오는 편익을 땅이 누리는' 구조였습니다. 즉, 편익을 받는 것은 '땅'이지 '사람'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에 반하여 위 특수지역권의 경우, 편익을 누리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지 '땅'이 아닙니다. 심지어 저 구조에서는 승역지만 존재하고 요역지는 없는 상태입니다(강승묵, 2004). 과연 이게 지역권이 맞냐, 이런 궁금증이 생깁니다.


'특수지역권'의 성질을 살펴보면, 특정한 땅에 대한 수익권을 여러 사람(지역 주민)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으로서, 민법 제278조에 따른 준공동소유(그 중에서도 준총유)의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계의 통설은 특수지역권이 일반적인 지역권과는 달리 '땅'(地)이 아니라 '인간'(人)이 편익을 본다고 하여 인역권(人役權)의 성질을 갖는다고 보고 있습니다(김준호, 2017). '지'라는 글자가 '인'으로 바뀐 거지요. 물론 인역권이라는 제도는 우리 민법상 명시적으로 도입되지 않은 상태인데, 학설은 제302조의 특수지역권이 인역권의 성질을 갖는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278조(준공동소유) 본절의 규정은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에 준용한다. 그러나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으면 그에 의한다.


그래서 학자들 중에서는 '특수지역권'이라는 명칭 자체가 그 권리의 특성을 적절히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 총유적 토지수익권, 입회권, 준총유적 토지수익권 등의 다른 용어로 대체하여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습니다(이덕승, 2010). 물론 이러한 단어들은 학자들끼리 오가는 용어인 것이지 민법에 공식적으로 도입된 단어가 아니므로, 사용에는 주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민법 제302조의 경우, 과거 전근대 시대, 자연경제시대 농촌주민의 생활관계를 규율하던 특수성을 담고 있어서 현대에 이르러서는 특수지역권적 상황 자체가 거의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즉 제302조를 써먹을 일 자체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2013년 민법개정 시도가 있었던 때에는 아예 개정안에서 제302조가 삭제되어 있기도 했었습니다(김영희, 2019).


오늘은 특수지역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것으로 지역권 파트가 끝났습니다. 지역권은 아무래도 현실에서 자주 접하기가 쉽지 않지요. 그러나 내일부터 보게 될 전세권의 경우, 그래도 지역권보다는 자주 볼 수 있는 형태의 제도여서 좀 더 친숙할 것입니다(현실에서 가장 자주 보게 될 전세와는 조금 다른데, 이 부분은 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 내일 공부할 내용은 전세권의 내용입니다.


*참고문헌

강승묵, <特殊地役權에 관한 小考>, 한양법학회, 한양법학 제16집, 2004.12., 266면.

김영희, <독일 프랑스 일본 민법상 총유와 특수지역권적 권리>, 한국법사학회, 법사학연구(59), 2019.4., 273-275면.

김용담, 주석민법[물권(3)], 한국사법행정학회, 2011, 220면.

김준호, 민법강의, 제23판, 법문사, 2017, 753면.

이덕승, <특수지역권의 재고>, 한국재산법학회, 재산법연구제27권제2호, 2010, 505-5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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