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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Jun 27. 2022

민법 제345조,"권리질권의 목적"

제345조(권리질권의 목적) 질권은 재산권을 그 목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동산의 사용,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권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오늘부터 제8장 [질권]의 두 번째 파트, 제2절 [권리질권]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어제까지 공부한 동산질권은 제법 이해하기가 편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유체물, 동산에 질권을 설정한다는 개념이 현실적으로 와 닿거든요. 하지만 권리질권의 경우는 조금 더 난해합니다.


권리질권이란, 질권은 질권인데 ‘물건이 아닌 권리’(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질권을 말합니다. 눈에 보이는 유체물이 아니라, 어떤 권리에 질권을 설정하고, 담보로 한다는 말입니다. 


전에 [총칙] 파트에서 다루긴 했지만 복습 차원에서 다시 살펴보면, ‘재산권’이란 사법상, 공법상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23조제1항의 재산권보장에 의하여 보호되는 재산권은 사적유용성 및 그에 대한 원칙적 처분권을 내포하는 재산가치 있는 구체적 권리이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권리가 아닌, 단순한 이익이나 재화의 획득에 관한 기회 등은 재산권보장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헌법재판소 1996. 8. 29. 선고 95헌바36 전원재판부). 


그리고 우리 민법은 재산권의 대표적인 사례인 물권과 채권을 나누어 규정하고 있고요, 재산권에는 해당되지만, 민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권리로 지식재산권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수많은 재산권이 모두 권리질권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일단, 제345조 단서는 부동산의 사용,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권리는 안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안 되는지는 곧 논의해 보기로 할게요. 


그리고 우리의 학설은, 제345조 단서에서 규정한 권리 외에도 질권의 목적이 될 수 없는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권리들을 살펴보면서 질권 설정이 가능한지, 아닌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1. 소유권?

먼저 가장 익숙한 물권 중 하나인 소유권입니다. 이건 권리질권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안 됩니다. 제345조 단서는 비록 부동산의 사용, 수익에 관한 권리만을 언급하고 있고, 소유권 중에서도 '동산' 소유권의 경우는 제345조 단서와는 무관해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논리상, 동산소유권은 우리가 앞서 공부한 '동산질권'의 목적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목적으로 하는 동산질권은 사실 물건의 소유권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같습니다(김준호, 2017). 그래서 동산질권에서 이미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권리질권에서는 목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2.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부동산)임차권?

대략 감이 오시겠지만 안됩니다. 왜냐, 제345조 단서에 명확하게 해당하는 것이 바로 이 권리들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복습해 볼까요? 지상권은 남이 소유한 토지에 건물 기타 공작물 또는 수목을 소유하기 위하여 땅을 사용하는 권리이고요, 지역권은 남의 땅(승역지)을 자신의 땅(요역지)의 편익에 이용하는 용익물권입니다. 전세권은 전세금을 지급하고 남의 부동산을 점유한 후, 그 부동산의 용도에 따라 사용·수익하며, 그 부동산 전부에 대하여 후순위권리자나 기타 채권자보다 전세금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입니다. 그리고 임차권 역시 돈을 내고 부동산을 빌려서 쓰는 것이니까 사용, 수익할 수 있는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 부동산의 사용,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권리이지요. 이런 권리들은 권리질권의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런 단서 규정을 두고 있느냐 하면, 우리 민법은 동산질권을 인정하고, 부동산질권을 인정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지상권이나 전세권 같은 경우에는 아예 민법 제371조에서 별도로 저당권의 목적이 된다고 정해 두고 있기 때문에, 저당권 외에 굳이 또 담보물권으로 질권도 설정할 수 있다고 규정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제371조(지상권, 전세권을 목적으로 하는 저당권) ①본장의 규정은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저당권의 목적으로 한 경우에 준용한다.
②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목적으로 저당권을 설정한 자는 저당권자의 동의없이 지상권 또는 전세권을 소멸하게 하는 행위를 하지 못한다. 


3. 채권? 양도성 있는 채권? 양도성 없는 채권?

채권도 원칙적으로 재산권에 해당하고, 질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의하여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미 공부했던 제331조입니다. 제331조에서는, 질권은 양도성 있는 물건을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채권이라도 '양도성 없는 채권'은 권리질권의 목적이 되지 못합니다.

제331조(질권의 목적물) 질권은 양도할 수 없는 물건을 목적으로 하지 못한다.


"제331조는 '물건'에 대한 규정이고, 또 [동산질권] 편에 있는 내용이니까 권리질권과는 상관없지 않나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예리한, 좋은 질문입니다만 나중에 가서 공부할 제355조에서는 동산질권에 관한 규정을 권리질권에 '준용'하도록 하고 있기에 제331조 역시 권리질권에 준용된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준용하여 표현을 바꿔 보면, "권리질권은 양도할 수 없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지 못한다."라고 할 것입니다. 일단은 질권을 설정했으면, 나중에 채무자가 빚을 안 갚을 때 절차를 밟아서 '환가'해야 하는데, 양도성이 없으면 환가가 어려우니 논리상 '양도성 없는 것'에는 질권 설정이 어려울 겁니다(송덕수, 2019).

제355조(준용규정) 권리질권에는 본절의 규정외에 동산질권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양도성이 없는 채권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크게 아래의 3가지가 있다고 합니다(이태종, 2011).

①채권의 성질상 양도성이 없는 채권

특정한 사람을 가르치도록 하는 채권이나 특정한 사람을 부양하게 하는 채권과 같이, 채권자가 바뀌면 내용이 완전히 달라지는 채권은 그 성질상 양도가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②당사자 간의 약정에 의하여 양도성을 잃어버린 채권

채권은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서 양도가 불가능한 것으로 약정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채권 양도가 안된다는 내용을 써넣으면 됩니다. 나중에 공부하겠지만, 우리 민법 제449조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양도할 수 있지만, 채권의 성질상 안 되거나(제1항), 당사자가 의사표시를 한 경우(제2항)에는 안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제449조(채권의 양도성) ①채권은 양도할 수 있다. 그러나 채권의 성질이 양도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채권은 당사자가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양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사표시로써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③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양도성이 없거나 담보제공이 제한되는 채권

예를 들어, 우리의 「국민연금법」에서는 국민연금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권리(수급권)는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기거나 담보로 내놓을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습니다(국민연금법 제58조).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왜냐하면, 연금이라는 것은 인간 생계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권리를 마음대로 팔아 버리게 하거나 압류하게 내버려 두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수입이 오직 약간의 연금밖에 없는 노인이 있다고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이 조금 사정이 궁해졌다고 해서 연금 수급권을 팔아버리는 경우 그 삶이 앞으로 얼마나 험난해질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일종의 정책적 배려인 셈입니다. 

국민연금법
제58조(수급권 보호) ① 수급권은 양도ㆍ압류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


4. 그밖에 질권 설정이 제한되는 권리

그 외에도 광업권, 어업권 같은 권리(일단, 이 권리들도 물권에 해당하기는 합니다)의 경우, 「광업법」, 「어업법」 등에서 양도, 상속 등의 사유 외에는 권리의 목적으로 할 수 없다고 아예 못 박아 두고 있습니다. 하지 말라고 하니까 하지 말아야겠지요. 


광업이나 어업에 이런 특별한 규정을 두는 것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는데, 이러한 권리는 부동산은 아니지만 부동산에 준하는 것으로 처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는 분량상 상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넘어가도록 하고, 관심이 있는 분들은 따로 검색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광업법
제11조(광업권의 처분 제한) ① 탐사권은 상속, 양도, 체납처분 또는 강제집행의 경우 외에는 권리의 목적으로 하거나 타인이 행사하게 할 수 없다.
② 채굴권은 상속, 양도, 조광권ㆍ저당권의 설정, 체납처분 또는 강제집행의 경우 외에는 권리의 목적으로 하거나 타인이 행사하게 할 수 없다.




오늘은 권리질권의 개념과, 권리질권의 목적이 될 수 있는 권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알아보았습니다. 정리하자면, 권리질권의 목적이 되는 권리는 재산권이면서 양도성과 환가성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재산권이 아닌 것(비재산권)은 안 되고, 양도가 가능하며, 또 금전적으로 가치를 평가하여 환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이태종, 2019). 


내일은 권리질권의 설정 방법에 대해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담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3(제4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1, 559-560면(이태종).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물권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653면(이태종).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837면. 

송덕수, 「물권법(제4판)」, 박영사, 2019, 480-481면.




2024.1.30.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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