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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Nov 01. 2022

민법 제360조, "피담보채권의 범위"

제360조(피담보채권의 범위) 저당권은 원본, 이자, 위약금,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및 저당권의 실행비용을 담보한다. 그러나 지연배상에 대하여는 원본의 이행기일을 경과한 후의 1년분에 한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오늘 공부할 제360조는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의 범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질권' 파트에서 이와 유사한 규정을 한번 본 적 있었습니다. 바로 민법 제334조입니다. 그때 공부하기를, 질권은 원본, 이자, 위약금, 질권 실행비용, 질물보존비용, 채무불이행 또는 질물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까지 담보한다고 공부하였습니다. '피담보채권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은 담보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채권의 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제334조(피담보채권의 범위) 질권은 원본, 이자, 위약금, 질권실행의 비용, 질물보존의 비용 및 채무불이행 또는 질물의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의 채권을 담보한다. 그러나 다른 약정이 있는 때에는 그 약정에 의한다.


제360조는 저당권이 원본, 이자, 위약금, 저당권 실행비용,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까지 담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제344조와 비교해 보면, 원본, 이자, 위약금, (질권 또는 저당권의) 실행비용,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제344조에서의 설명을 참조하여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다른 부분은 뭘까요? 지금부터 제344조에 비하여 제360조가 다른 부분을 중심으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보존비용

질권의 경우 보존비용이 피담보채권에 포함되지만, 저당권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질권의 경우, 질물을 질권자가 '점유'하기 때문에 점유에 따른 보존비용이 발생하였지요. 하지만 저당권의 경우 저당부동산을 저당권자가 점유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보존비용을 피담보채권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2.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

다음으로 하자에 따른 손해배상은 왜 제360조에서 빠졌을까요? 위에서와 유사한 이유 때문입니다. 저당권의 경우 목적물을 저당권자가 점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목적물의 하자로 인하여 저당권자가 '손해'를 입을 일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도 피담보채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지요.


3. 지연배상

제360조 단서를 보시면, 제334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문장이 나옵니다. 사실, ‘지연배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민법에서 처음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지연배상이란 무엇이고, 제360조는 왜 이런 규정을 두고 있는 걸까요?


우리가 나중에 채권법 파트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겠지만, 그냥 넘어가기는 힘드니 여기서 간단하게나마 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손해배상에는 2가지가 있습니다. 손해배상에는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연배상(遲延賠償)이고, 다른 하나는 전보배상(塡補賠償)입니다.


우리가 흔히 뭔가 늦어지게 되면 “지연된다”라고 하지요? 지연배상이란, 채무자가 채무의 이행을 지체하여 발생하는 손해를 배상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1월 1일에 갚기로 한 돈을 1년 늦게 갚는다면, 채권자 입장에서는 돈을 놀릴 수 없게 되어 손해를 보게 되겠지요. 사실 나중에 채권법에서 공부할 이행지체의 경우 지연배상이 주로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원래 채무의 이행과 함께 지연배상을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지연배상은 이자와는 또 다른 것입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연 10%로 하고 1년 뒤에 갚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변제기로부터 1년이 지났음에도(총 2년이 흐름) 갚지 않았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원본은 1억원, 이자는 10%로 1,000만원입니다. 거기에 추가로 1년 동안의 지연배상이 붙습니다. 지연배상은 원본과 이자에 각각 다시 붙습니다. 원본에 대해 10%로 계산해서(왜 10%인지는 나중에 제397조에서 공부하도록 하겠습니다) 1,000만원, 그리고 이자에 대해 10% 쳐서 100만원입니다. 다 합치면 그러니까 1억 2,100만원이 되겠습니다.


전보배상이란, 이행에 갈음하는(이행을 대신하여) 손해의 배상을 말하는 것으로, 한자로 ‘전보’(塡補)는 부족한 것을 채워 메꾼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채무이행 자체가 채무자의 잘못으로 불가능해지거나(이행불능), 아니면 채무이행이 너무 늦어져서(이행지체) 이제는 채무를 원래대로 이행한다고 해도 채권자 입장에서는 의미가 없는 경우, 채권자 입장에서는 원래의 채무이행을 오히려 거절하고 그냥 돈으로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런 유형의 배상을 전보배상이라고 합니다. 즉, 이행될 급부의 가치를 금전으로 환산하여 같은 금액의 금전으로 배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박시환, 2012).

*이행지체로 인한 전보배상의 청구 시에 지연배상도 함께 청구할 수 있는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채권법에서도 다룰 예정이나,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참고문헌(박시환, 2012)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다시 제360조 단서로 돌아오면, 지연배상에 대하여는 원본의 이행기일을 경과한 후의 1년분에 한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쉽게 생각하면 이행을 늦게 함으로써 발생하는 이자의 경우, 1년까지만 저당권으로 보호해준다는 건데요. 왜 이런 규정을 두는 걸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가 나부자에게 1억원을 빌리고, 2024년 1월 1일에 갚기로 약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담보로 철수의 집에 저당권을 설정하였습니다. 만약 2024년 1월 1일에 철수가 돈을 갚지 않는다면, 나부자(저당권자)는 저당권을 실행시켜 철수의 집을 경매에 넘기고 그 집을 판 돈을 받아가면 됩니다.


그런데 만약 나부자가 나쁜 마음을 먹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런 논리를 펼칠 수 있습니다. “민법 제360조 본문에 따르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도 저당권으로 담보할 수 있지. 그러면 2024년 1월 1일부터는 철수가 내게 돈을 갚지 않아서 발생하는 [지연이자]도 저당권으로 보호가 된단 말이야. 그렇다면, 내 입장에서는 저당권을 최대한 늦게 실행할수록 지연이자가 더 붙어서 이득이 되겠군?”


따라서, 저당권자인 나부자 입장에서는 2024년 1월 1일 이후로는 저당권을 충분히 실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저당권을 늦게 신청하여, 철수의 집이 팔렸을 때 받아낼 수 있는 돈을 더 늘릴 유인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집이 1억 2천만원에 팔릴 경우, 지연이자가 100만원이라고 하면 나부자는 1억원+100만원을 받아가지만 지연이자가 1,000만원이라고 하면 1억원+1,000만원을 받아갈 수 있게 됩니다(경매비용 등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후순위 저당권자(철수에게 나부자 이후에 돈을 빌려준 사람) 등 다른 채권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부자의 뒤에 철수에게 또 돈을 빌려준 사람(2순위 저당권자)이 있는데, 이 사람이 철수에게 원래 빌려준 돈이 5천만원이라고 해봅시다. 그러면 집이 경매에서 1억 2천만원에 팔렸다고 할 때, 나부자가 1억 100만원을 가져가면 그 사람은 1,900만원이라도 챙길 수 있지만 나부자가 1억 1,000만원을 가져가면 1,000만원밖에 못 가져가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처럼 다른 채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우리 민법은 제360조에 단서를 두어, 지연배상의 경우 최대 1년까지만 저당권으로 담보되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조문의 해석에서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제360조 단서는 “저당권의 실행절차에서 저당권자가 우선변제받을 수 있는 한도”가 1년분으로 한정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채무자와의 관계에서 채권자(저당권자)의 피담보채권 자체가 1년분으로 제한된다는 뜻은 아닙니다(양창수·김형석, 2023). 


예를 들어 2년분의 지연배상이 쌓여 있으면, 채무자는 그걸 모두 갚아야 저당권을 없애달라고(말소) 청구할 수 있습니다. 1년치만 갚는다고 해서 저당권을 없앨 수 있는 건 아닌 겁니다. 


판례도 “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범위에 관하여 민법 제360조가 지연배상에 대하여는 원본의 이행기일을 경과한 후의 1년분에 한하여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저당권자의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의 제한이며 채무자나 저당권설정자가 저당권자에 대하여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합니다(대법원 1992. 5. 12. 선고 90다8855 판결),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제360조 단서는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만약 제3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후순위 저당권자도 없고 다른 일반채무자도 아무도 없다면, 저당권자는 (부동산을 경매에 넘겨서) 그냥 2년치, 3년치 지연배상을 모두 우선변제로 받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저당권으로 담보되는 피담보채권에 어디까지 포함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내가 가진 저당권을 실행해서 얼마를 우선변제 받을 수 있느냐, 이것은 채권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므로 피담보채권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내일은 저당권의 처분제한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박시환, “계약 해제의 효과-중도금 지급 지연에 따라 지급한 이자를 해제의 원상회복으로 반환할 것인지(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7다82226 판결과 관련하여)”, 인하대학교 법학연구소, 법학연구15(3), 2012, 467-468면.

양창수·김형석, 「권리의 보전과 담보(제5판)」, 박영사, 2023, 419면.



2024.2.2.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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