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90조, "채권신고기간내의 변제금지"

by 법과의 만남
제90조(채권신고기간내의 변제금지) 청산인은 제88조제1항의 채권신고기간내에는 채권자에 대하여 변제하지 못한다. 그러나 법인은 채권자에 대한 지연손해배상의 의무를 면하지 못한다.


제90조는 청산인이 제88조제1항에 따른 신고기간 내에는 채권자에게 돈을 갚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조문을 둔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채권자 간의 공평을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A 청산법인에게는 2명의 채권자가 있습니다. 영희와 민수로, 각각 1억 원씩을 A 법인에게 빌려준 적이 있다고 합시다. 영희와 민수는 서로 동등한 채권자입니다. 다만, 민수는 장부에서 누락되어 법인에서 모르는 채권자입니다.


그런데 A 청산법인의 청산인인 철수는 영희와 내연관계입니다. 철수는 아직 채권신고기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희에게 "야, 너 돈이 좀 급하다고 했지? 우리 청산법인에서 어차피 너한테 돈 갚아야 하니까, 지금 미리 1억 원 변제할게." 이렇게 말합니다. 영희 입장에서는 땡큐입니다.


문제는 A 청산법인에서 영희에게 1억 원을 주고 나니 돈이 4천만 원 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데 채권신고기간 마지막 날, 민수가 별안간 등장하여 내 돈 1억 원을 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돈이 없는데 별 수 있겠습니까? 민수는 고작 4천만 원만 돌려받고 집에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처럼 채권신고기간이 끝나기 전에 어느 채권자에게만 먼저 변제를 할 수 있도록 해버리면, 예상치 못하게 피해를 입는 다른 채권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민수와 같은 사람이 그러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하여 제90조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90조 단서는 또 무슨 의미일까요? '지연손해배상'이란 쉽게 말하면 채권자에게 돈을 갚지 않아서 생기는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2019년 1월 1일 나부자가 김가난에게 1억 원을 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12월 31일까지 갚으라고 했습니다.


김가난이 만약 1억 원을 2019년 12월 31일까지 갚지 못하면, 그 자체로 나부자에게는 손해가 발생합니다. 나부자가 1억 원을 받으면 그것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은행에라도 넣어서 이자라도 받을 수 있을 텐데 그러한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말로는 채무자가 그 채무의 이행을 지체함으로써 채권자에게 발생하는 손해를 지연손해라고 부릅니다.


제90조 단서는 이런 뜻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해하기 쉽게 가상의 대화 형식으로 꾸며 보았습니다.


채권자 : 제가 빌려 드린 1억 원, 작년 12월 31일까지 갚기로 하셨었지요? 그런데 아직도 안 갚고 계시니까, 지연손해까지 쳐서 갚으세요.

법인 : 뭔가 오해를 하고 있으신데요, 작년 12월 31일은 우리 법인의 청산을 위한 채권신고기간이었습니다. 민법 제90조를 보세요. 채권신고기간 안에는 변제를 할 수 없다고 되어 있지요? 그래서 우리는 변제를 못한 겁니다. 안 한 게 아니라고요.

채권자 : 아니? 그런... (민법전을 뒤져 보다가) 이봐요. 제90조 단서를 보세요. 지연손해배상의 의무를 면하지 못한다고 적혀 있지 않습니까. 채권신고기간 내에 변제를 못했다고 해서 그로 인해 내게 입힌 손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빨리 지연손해까지 쳐서 갚아요!

법인 : (흥... 이래서 똑똑한 놈들은 싫다니까.)



대략 이해가 가십니까?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90조는 이처럼 촘촘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입니다.


내일은 채권변제의 특례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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