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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Apr 27. 2023

새벽길을 혼자 걸어간다.

너에게 보내는 편지

아(雅) !

새벽에 억지눈을 뜨고 일어나 앉았을 때

네가 생각났다.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겨우 끌어올려

하루를 맞이해 보려한다.

그 무게가 무겁다.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두지 못하는 현실은

얼마나 막막한가.


어느날 문득 눈을 떴을 때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할지

알지 못할 의문이 찾아올 때

혼자라서 끝나지 않을 일상을 바라보며

너는 무서울지도 모르겠구나.


새벽의 희뿌연 전등불이

그저 짓누르듯 고요하고 적막할 때,

지울 수 조차 없는 너의 고독을

미래를 한자락 엿본 후 적요(寂寥)에 몸을 떨며

새벽 출근길에 나선 너의 마른 몸을 떠올려 본다.

쏟아지는 입김 속 낯선 인생들에 뒤섞여

적나라게 드러나는 군중 속 외로움.


그 끔찍함 속에서 너는 어떻게 빠져나오는 걸까.

그러나 곧, 밝은 아침해와 일터의 사람들이

네게 인사하겠지.

순간의 고독은 의뭉스러운 착각으로 남아

너의 하루 속 저편으로 숨어버릴 것이다

언젠가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함만 남기고.


두려움이 너를 삼키지 않기를 나는 기도한다.

그리하여 어느 일상이든

그만둘 수 있는 삶이 네게 찾아오기를.





가족이라는 건 누군가의 일생에 평생 함께 연결되어있을 약속같은 존재였나보다.

그것이 보호막이 되어 늙음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지탱해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맺고 낳고 연결하며, 홀로 살수 없는 인간의 불안을 위로받기 위해 서로에게 존재가 되어주는 끈.

신(神)을 추구하기 이전부터 이어진 본능의 약속. 믿음을 갖지 못한 이들일지라도 그렇게 각자에게 신(神)이 되어주기로 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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