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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Apr 29. 2023

엄마와의 통화

두달 만에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이야기와

엄마의 아들 딸들에 대해.

또 그녀의 사위와 며느리,

몇년만에 예정된 여행계획들

온통 소소한 이야기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엄마와 통화를 했다.

아들을 이뻐해주시는 사돈댁에 대한 감사에

엄마가 사위를 이뻐해주시니

엄마아들도 이쁨받는거지 했더니

아 그말 좋다. 조용히 되뇌이고,

엄마가 나를 잘키워줘서 이렇게 잘 컸지-했던

내 아들자랑에

그게 결국 삶의 낙이지 그래 그게 보람이야

자신의 삶을 긍정받은듯 끄덕인다.

소소히 한참을 이야기하고

서로 사랑한다고 그렇게 전화를 끊는다.


십대이후 엄마 옆에 머문적이 없었고,

이제 머나먼 타향. 그저 잘 살고 있다는

안심을 주는 것 외엔 다른 욕심은 없다.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내 오만하고 메마른 본질을 자각하고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아니었으면

어디모를 고원무립 홀로 사라져갈 내가,

누구보다 얌체처럼 결혼하고 떠나와서

아이를 키우고 이렇게 멀리서 제멋대로 살아간다.

무소식이 희소식.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지만

오늘 너의 편지를 읽고 돌아오는 길, 나도 모르게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에 대한 화와 원망마저도 사실은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누구보다 애정어린 딸의

사랑에서 비롯한 마음이라는 너의 고백.

그 마음이 너를 사랑스럽게 했고,

무감한 를 애처롭게 했으며

돌아보는 내 끄러운 감정을 피하고 싶어,

너의 글을 다시 읽지는 못했다.

아마 그래서 돌아오는 길,

나는 그렇게 오랫만에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나의 엄마에게.

마치 자신의 이야기하고픈 감정을 알고 말을 걸어왔다고 

당신의 딸에게 온갖이야기를 

조근조근 쏟아놓으며, 좋아하던 엄마.


엄마.

엄마.

엄마.

그래도 정말 나는 감사하고 있어요. 나를 이렇게 사람처럼 살게한 건,

다 당신의 노력, 시간, 삶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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