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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May 01. 2023

착한 사마리아의 여인

시(詩)를 담다

길모퉁이 쓰러져있는 사내

피해 돌아가는 걸음을 뒤로

뒤따르던 여인이 물었다.

'밥은 먹었어요?'

외면하던 시선이

철렁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빵을 산다.

물을 산다.

묻지않은 가격을 이미 계산해낸다.

괜스레 초조하여 옆을 맴돌며

움찔움찔

*범인(凡人)의 작은 죄책감.

오히려 드러누운 사내는

초연하다.


양식을 손에 든 여인이

누운자에게 다가간다.

아, 순간 똑똑히 보았다.

웅덩이 속 야인의 거칠거리는 눈이

수줍은 아이처럼 순순해 지는 것을.


무채색의 풍경이

살아있는 사람의 생기를 얻는다.

기적을 행한 여인은

다시 담담히 걸어가고

그저 지켜보던 *범인(凡人)만

붉게 달아올라

어쩔줄을 모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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