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죽음이란 자에 대하여

by 아스터


"그대는 죽음을 어떻게 보는가?"

질문은 동상처럼 미동도 없이 선 잿빛의 후드 안에서 들려왔다.

"글쎄요. 나름 다정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과묵하고 첫인상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뒤에서 헌신하는 분이죠."

대답하는 여인의 목소리 역시 땅까지 드리운 새하얀 베일 안에서 들려왔다.

마치 고운 입자의 회색 셰일과 청아한 빛의 백색 석영이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문제인 거야."

땅이 꺼질 듯한 한숨과 함께 셰일이 속내를 토로했다.

"과묵한 것도 정도가 있지. 무섭게 만드는 건 좋지 않아."

석영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듯했다.

"마주하려는 의지와 용기를 가진 이에게는 아낌없이 지혜를 나눠주는 분인걸요."

"하지만 그런 인간들만 있는 건 아니지. 기본적으로 이별이란 것의 성질은 사랑받지 못해. 미움받고 외면받으면서도 죄책감에 시달리지, 안쓰럽게도. 하지만 그에 비해 넌 그처럼 탐욕스러우면서도 잘만 사랑받는구나."

갑자기 돌아온 화살에도 석영의 목소리는 가벼운 웃음기를 띠었다.

"뭐, 삶이란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부터 빼앗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제가 그들로부터 빼앗은 것들, 죽음이 몰래 조금씩 돌려주고 있는 모양이니 괜찮지 않겠어요? 그러다 그들이 죽음에게서 나눔이라는 것에 대해 배운다면, 당신이 원하는 세상에 조금 더 가까워질지도 모르죠."






©아스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너는 내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