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별 Jul 23. 2021

나이가 들면 사랑을 포기해야 하나요?

20대부터 나는 그게 궁금했던 것 같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30대가 되고, 또 40대가 되어도 과연 나는 사랑하는 존재일까? 그때의 사랑도 여전히 지금처럼 뜨겁고 새로울까. 아마 그때의 나는 내가 40대가 될 수 있다는 것조차 인정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니 감히 상상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40대가 된 내가 뜨겁게 사랑하리라 예상치도 못했던 것 같고. 그래, 사랑, 그게 궁금했다. 나이 따윈 상관없이 사랑은 언제나 존재하는 것일까. 그건 어떤 종류의 사랑일까. 


지금 내가 노년의 사랑을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20대의 나 역시 40대의 사랑에 대해선 알 수가 없었다. 언제나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은 늘 약간은 두렵고 막연한 것이니까. 


하지만,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지나간다. 내게도 그랬고, 어느새 나는 그 40대가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여전히 뜨거운 사랑을 하고 있다. 이미 앞의 많은 글들에도 썼듯이 마지막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싶은 남편을 나이 마흔에 만나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고 나니 사랑의 모양이 우리만의 것으로 자리 잡아갔다. 그것은 특별한 듯 평범했고, 편안하고 따뜻했다.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뜨거운 사랑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자주 궁금해하고 사랑 표현에 인색하지 않다. 둘 모두가 그렇다. 그렇기에 사랑하고 사랑받는 충만함을 평소에도 자주 느낀다. 결혼은 사랑 이외의 현실적인 부분이 많이 얽히는 일이기에 사랑하는 것 말고도 에너지를 쏟고 노력을 해야 할 부분들이 아주 많지만, 서로 사랑한다는 전제가 많은 부분들을 지탱해준다. 


나에게 사랑이란 20대에도 30대에도 그리고 40대가 된 지금에도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일은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의 가치 혹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흔을 앞두고 있거나 40대, 50대가 된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하는 일에 겁을 내거나, 시작도 전에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40대가 되었는데 당연히 20대처럼 부담이 없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너무 쉽게 '이젠 사랑 같은 건 안 해' 라거나 '나이 마흔에 무슨 사랑?!' 이라거나 '그냥 되는대로 살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말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원하는 게 진짜 그런 거냐고. 사실은 지금도 열렬히 사랑하고 싶은 마음 아니냐고 말이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삶을 정성스럽게 살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 '사랑' 꼭 오고야 말더라. 그 사랑이 왔을 때 외면하거나 놓치지 않기 위해선, 평소에 사랑할 준비도 놓지 말고 있어야 한다. 20대와 30대, 40대, 50대... 그때의 나이에 맞게, 텐션을 놓지 않고, 여전히 뜨겁게 사랑했으면 좋겠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일은 어쩌면 일상의 긴장을 놓지 않고 살피는 것, 또 자신의 마음가짐을 살피는 일과도 비슷한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지 마, 성격 좀 이상하면 어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