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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Aug 08. 2021

단지, 지금, 여기서 행복하고 싶다

나는 지나친 욜로족도, 그렇다고 착실하게 내일을 대비하는, 현재보다 미래를 추구하는 미래형 인간도 아니다. 단지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순간형 인간'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에 방점을 찍는다면, 욜로(YOLO)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정통 욜로와 차이가 있다면 내일은 생각하지 않고 '오늘만 살자'는 확실히 아니고, 지금을 살지만 할 수만 있으면 내일도 어느 정도 대비하고 살자는 마음이다.


코로나로 인해 예전보다 삶이 매우 심플하고 단조로워졌다.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제주도로 이사까지 왔으니 인간관계는 거의 제로 세팅에 가깝다.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롭게  시작하기도 애매한 시국이라 거의 새로 생긴 남편 혹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서  때와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고, 눈에 들어오는 시야도 달라졌으니 생활패턴이나 생각 역시 달라지는  당연할 것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니 당연히 집에서 하는 활동이나 공간에  공을 들이며 살게 됐고, 만나는 이들이 제한돼 있으니 인간관계가 예전보다  애틋하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사람을 만날  있는 기회나 시간은 아주  노력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제주도에 사니  그렇다.) 어떤 만남에도 아주 신중하게 됐다.  하나뿐인  가족, 남편과의 사이가 좋고 나쁨이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에서의 소통이 줄어들었다는 . 인간관계를 내부에서 부대끼며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별로 좋지 않은 점인  같다.


 와중에도 시간은 제 할 일을 하며 묵묵히 흐르고 있다.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흘러가는 것 같진 않지만…!


나는 자의적으로 또 타의적으로 바삐 사는 삶에서 벗어나게 되었으나 이것이 '나태' 혹은 '도태' 되지는 않을까 자주 전전긍긍한다. 그래서 요즘은 그런 고민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장 먼저  일은, 지금의 상황을 철하게 받아들이고,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을 찾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게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 과연 나는 여기서 지금 행복한가.


많은 것들을 코로나 이후로 미뤄놨지만, 그래서 놓치는 것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것들을 언제까지 미뤄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늘 2020 도쿄 올림픽을 정리하는 뉴스에서 '역사에 다신 없을 코로나 올림픽'이라고 표현했는데, 과연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코로나 올림픽이라는 말이 맞을까. 하는 의문부터 들었다.


여튼, 요점은 나는 그냥 지금 이 삶 속에서 행복하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볼 수 있는 얼굴들과 할 수 있는 일들 속에서도, 나는 충분하다고 여겨지는 일. 아주 작은 일에서도 감사와 행복을 발견하는 일. 머릿속에서 거창한 일들을 찾아내다 오늘 내가 읽은 책 한 줄의 위로를 떠올렸다. 요즘 내 일상의 루틴 중 하나는 2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 읽는 일이다. 빌린 책 서너 권 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한동안 든든하다. 안팎으로 심난한 와중에도 나는 스킵일지라도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고, 또 어떤 날은 한 자 한자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낸다.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이것이 당장 무언가가 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는 일.

내가 품은 것들을 멈추지 않고 조금이라도 기록할  있다면, 나는   있는 것들 중에서 하나의 행복을 실천한 것이다. 두서없지만, 차근차근 나를 돌보는 심정으로 쓴다.


단지, 지금, 여기서 행복하고 싶은 마음. 그것들을 지키고 지켜내고 싶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이런 마음들이 거창한 미래의  무엇들보다  중요하다고, 그리 믿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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