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소확행 실천 방법
내가 소소하게 행복하다 느끼는 순간
소확행 1> 평일 오후 3시의 하늘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에 흰 구름이 둥실거렸다. 새삼스럽게 하늘이 무지 파랗다고 생각했다. 웬일인지 미세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하늘에 도드라지게 피어난 구름 꽃. ‘아, 원래 하늘은 이런 거였지.’ 하늘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런 하늘을 평일 오후 3시에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소확행 2> 미니오븐 하나면 나도 요섹녀
작년에 자취 6년 만에 3만 원 대의 작은 미니오븐을 집에 들였다. 오븐을 들이니 주방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전자레인지 크기의 오븐 속에 시판용 베이킹 반죽을 넣고 20-30분만 구우면 따끈한 빵이 되어 나오고, 버터와 마늘을 칠한 닭을 넣으면 버터구이 통닭이 되었다. 미니오븐요리 레시피를 찾으면, 제법 그럴싸한 요리들이 나왔다. 그중 몇 가지를 직접 실천해보면서 왠지 나도 요섹녀가 된 것 같아 괜히 우쭐해졌다. 오오- 이런 요물! 왜 내가 너를 이제야 만났을까. 웬만한 재료들은 오븐에 들어갔다 나오면 제법 그럴싸해져서 나온다. 신통방통하다. 오늘은 베이컨 감자구이를 해 볼 작정이다. 이렇게 집에서 혼자 노는 취미가 하나 더 늘었다. 아, 행복하다.
소확행 3> 중고서점에서 책 사기
온라인 서점에서 신간을 많이 구입하는 편이다. 그런데, 좋아하는 작가가 신작을 내거나 요즘 핫한 신간을 매번 새로 구입하다 보니 이게 지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평소 책에 돈 쓰는 걸 아까워하지 말자는 주의였고 책 구입비는 '지적 충족을 위한 비용'이란 생각이 확고했지만, 통장잔고가 넉넉하지 않은 시기에는 이 ‘지적 충족 비’가 버겁게 느껴졌다. 매일매일 신간은 쏟아져 나오고 보고 싶은 책은 쌓여만 가는데, 선뜻 주문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런데, 최근 이런 문제를 70%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바로 중고서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구매 가능하고, 집에 쌓아두고 몇 년째 방지하고 있는 중고 책도 판매할 수 있다. 책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 권을 팔면 3000원에서 7000~8000원 정도까지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요즘 중고서점에 가는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 가방이 무겁지 않게 집에 있는 중고 책 한 두 권을 챙겨나가 책을 팔고, 그 돈으로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중고로 구매한다. 중고 책을 구매할 때마다 뭔가 참 합리적인 소비 같아서 기분이 좋아진다. #중고서점#소확행#개이득
소확행 4> 동네가게에서 저렴하게 소비하기
혼자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계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너무 당연한 얘기;;) 그러다 보니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몇 년 동안 혼자 살면서 터득한 경제적인 방법이 있다. 제철과일이나 채소는 대형마트가 아닌 동네 채소가게나 농산물 마트에서 사는 것이다. 보통 혼자 살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게 된다. 그런데 제철과일이나 채소는 대형마트보다 동네 채소가게나 농산물 마트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 거의 산지와 직거래하는 형태다 보니 마트보다 확실히 가격이 좋다. 감자 한 뭉치에 2000원, 오이 10개에 1000원, 하는 횡재도 가끔 만난다. 이런 날은 기분이 좋아 옥수수도 몇 개 담고, 버섯이나 토마토 같은 것도 양껏 담는다. 그러다 보면 장바구니는 무거워진다. 그래도 만원을 넘지 않는다. 제철과일을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뿌듯함과 이것들을 먹으면 건강해질 거라는 막연한 믿음까지 솟아나 그날 하루는 행복해진다. 혼자 살다 보니 카페나 옷가게 같은 단골가게 말고도 생활밀착형 단골가게가 하나 둘 늘어난다. 이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소확행 5> 음악 수혈
정신없이 바쁠 때는 거의 책을 보지 못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다. 날이 갈수록 정신은 피폐해져 바싹 마른 낙엽처럼 바삭거린다. 영혼 없는 몸뚱이만 휘적휘적 걸어 다닐 뿐이다. 머리는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감에 싸여 있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조금도 없다. 스마트폰의 스케줄 표가 해내야 하는 일들로 꽉 차있다. 이 많은 일정을 내가 소화하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눈 뜨면서부터 눈 감을 때까지 머릿속에선 소리 없는 전쟁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하루의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일의 착오가 생기기 않게 하기 위해 온종일 머릿속에선 다음 일의 시뮬레이션까지 작동되고 있다. 이런 날들이 길어지다 보면 당연히 지치게 되고,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는지 삶의 방향성을 잃고 만다. 지금 내가 괜찮은지 아닌지, 헷갈리는 순간이 온다.
이럴 때 지금 내 상태가 정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나의 경우엔 음악을 언제 들었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음악을 듣지 못한 채로 몇 달이 지났다면 아주 좋지 못한 상태다. 매달 칼같이 결제되는 음악 사이트의 플레이리스트를 열어 재생만 하면 되는 일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마음이 곤궁할 땐, 음악을 듣는 일에조차 큰 에너지를 써야 한다.
이런 상태를 어느 날 갑자기 자각하거나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어느 날 밤에 ‘살기 위한 몸부림’처럼 방 안에 향초를 켜고 음악을 듣는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그래, 나는 음악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다. 사실 음악을 듣는 일은 확실하게 행복한 일이지만, 매일 음악을 들을 수 있을 땐 모르는 경우가 많다. 꼭 극한의 상태에서 모자란 피를 수혈받듯이 음악을 공급받고 나서야 알게 된다. ‘아,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런 행복을 놓치지 말고 살아야겠구나.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몇 년 전부터 일상에서 소확행을 찾는 게 유행이 되었다. 우리 주변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말고 조금 더 여유를 갖자는 의미겠으나 작으면서도 확실한 행복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작은 행복, 또는 소소 행복쯤으로 정의하면 적당하려나... 나의 소소 행복을 꼽아보니 5개 정도가 떠올랐다. 변함없는 일상에서 하늘을 보고 나만의 요리를 만들고, 책을 사고, 음악을 듣는 일 만으로도 나는 지금, 내가 안전하다고 느낀다. 그거면 오늘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