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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스키 Aug 02. 2018

나는 이미 50,000원을 냈다.

도전을 성공으로 만드는 비법 하나

I've already paid 50,000 won for this!


나는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고 '승인'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렇게 간단히 나는 뉴욕 마라톤에 등록했다. 26.2마일. 첫 번째 의구심이 슬며시 고개를 든 것이 그때였다. 마라톤을 뛴다고? 내가? 26.2 마일인데!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지? 
그럼에도 나는 그만두지는 않았는데, 그만둬봤자 환불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확신하건대 스포츠에서 달성된 놀라운 위업 중 다수가 바로 환불불가 규정 덕분이었을 것이다. 듣기로는 제시 오언스가 1936년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도 그래서였다고. 베를린행 티켓을 취소하려고 전화했지만 항공사의 통화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짜증이 너무 난 그가 베를린에 그냥 가는 게 더 쉽겠다고 결정했단다.
진짜로, 내가 이걸 하는 것이다! 마라톤 대회에 등록을 했고 내가 아직은 실망시키지 않은 어느 팀의 일원이 되었다. 둘 다 내게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조엘 H. 코언 『마라톤에서 지는 법』



『마라톤에서 지는 법』은 뚱뚱하고 운동도 못했던 애니메이션 작가의 마라톤 도전기다. 마라톤 참가를 결심하고서부터의 심경변화, 마라톤은커녕 운동 일자무식자의 마라톤 참가기를 의식의 흐름을 따라 실감 나게 그려냈다. 


이 책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결제' 파트가 아닌가 한다.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참가비다. 참가비를 내지 않고서는 강렬한 동기가 형성되기 힘들다. 내 돈 내고 달리는 대회인데, 온 힘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안 하면 나만 손해니까. 배움도 그렇다. 공짜 강의보다 수강료를 내고 듣는 강의에서 얻는 것들이 더 많다. 수업의 질적 차이뿐만 아니라 배우려는 자세가 달라지기 때문에 흡수력이 수강료에 정비례하게 된다. 


나도 이미 11 월의 풀코스 마라톤 결제를 마쳤다. You've already paid 40,000 won for this!  이 말은 풀코스 마라톤 참가비가 4만 원 하던 시절 한강의 다리를 건너는 주로에서, 한 외국인이 박스에 매직으로 휘갈겨 쓴 피켓 응원이었다. 이제 풀코스 마라톤 참가비는 5만 원이 됐다. 42.195km를 안전하게 달리게 해주는 비용뿐만 아니라 준비를 잘 하게 만들어주는 가치가 있다.


되돌아 갈 곳이 없는 도전은 정말 무섭다. 끝까지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상황 속에 나를 밀어 넣는 것이야말로 기막힌 성공 비법이다. 등산의 매력과 비슷하다. 산속에 한번 들어가 등산을 사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내려가는 것보다 쉴 수 있는 산장까지 올라가는 게 더 편하다고 느껴진다. 극한 상황에 자신을 밀어 넣고, 되돌아가는 길은 없으니 달려보라고 하는 작전, 생각보다 잘 통한다. 


마라톤에서는 그 시작이 바로, 참가비 결제다. 

자본주의 사회를 힘없이 살아가는, 

뭔가 이루려 해 본 지 오래된 어른들의 

소박하지만 진실된 도전의 발버둥, 그 첫걸음인 것이다.



100일 동안 쓰면 이루어진다! 프로젝트 실행 중입니다. 
거꾸로 만드는 100일 기념일, 7일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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