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에게
6일 동안 지독했던 전처치항암이 끝이 났다. 오늘 하루 쉬니 저녁이 되어서야 정신이 든다. 힘들다고 각오는 했지만 정말 너무 힘이 들었다. 살려고 하는 치료인데 사람을 이렇게 죽이는가... 하는 생각이 들고, 좁은 무균실에서 나도 울고, 엄마도 울고, 힘없는 목소리로 하느님을 부르며 마약성 진통제를 맞아 겨우 잠에 들고 눈 뜨면 괴로워서 또 자려고 하고의 반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남기는 건 고통은 지나간다는 것을 미래의 나에게 말해주고 싶어서이다.
6차까지 항암을 하며 워낙 오심이 심했기에 전처치항암 오심도 크게 왔다. 지금 5일째 아무것도 못 먹고 영양제에만 의지해서 지내고 있고, 아침에 먹어야 하는 알약이 10개가 넘는데 약을 먹으려고 물을 먹으면 구토를 한다. 노란 위액을 끊임없이 쏟아내다 보면 의지가 사라진다. 그럴 때마다 엄마를 보며 버텨낸다. 불쌍한 엄마를 위해서라도 꼭 버텨내야 한다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다가도 또 내가 불쌍하다. 그래서 그냥 다 놓아버리고 엉엉 울기도 한다.
원래는 나와 같은 아형의 누군가가 미래에 자가조혈모세포이식을 할 때 도움을 주고 싶어 어떤 항암제를 썼고, 그 과정을 자세하게 적으려고 했지만 기억을 떠올리기만 해도 구토가 나와 기억을 지우기로 했다.
그래도 시간은 꾸역꾸역 흘러 전처치항암이 끝이 났고 내일이면 이식이다. 이식 자체는 수혈하듯 피를 받기 때문에 특별히 아프거나 무서운 건 없다고 한다. 문제는 이식 이후이다.
구토를 하다 지쳐 무균실 간호사 선생님에게 “언제쯤 괜찮아지나요?” 물었더니 선생님께선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지금은 힘든 건 시작한 것도 아니에요...”라고 하셨다.
이식 후 모든 수치들이 떨어지면서 오심, 구토, 고열, 설사, 구내염 등 온갖 부작용들이 한꺼번에 온다고 한다. 구내염은 6차 내내 겪었지만 모든 수치가 바닥을 찍었을 때 오는 구내염은 모르핀을 맞아야 할 정도라니... 또다시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크기이다. 이식 선배들에 따르면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에도 갈 힘이 없어서 기저귀를 사용한다고 했으니 두 발로 화장실을 갈 수 있는 지금을 감사해야겠다.
미래의 내가 의지를 잃을 만큼 고통스러워한다면 지금을 기억해 주길. 극복하지 못할 것 같은 고통도 결국엔 지나갈 거고, 네가 이기지 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