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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토리아 Jun 14. 2024

#2 이유를 알 수 없는 소장출혈

첫 번째 입원

  눈을 떠보니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쿵’ 소리가 들렸다며 괜찮냐고 남자친구가 화장실 문을 열었고 나는 119를 불러달라고 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자신이 직접 병원에 데려가겠다며 나를 업고 지하주차장까지 가서 자신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해 혈압을 재니 간호사가 혈압이 70 이하라며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냐며 급히 수액을 빠른 속도도 떨어트렸다. 워낙 위와 장이 약해 장염을 몇 번 앓아본 나는 ‘장염이 심해 설사를 많이 하면 저혈압이 오는구나.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추가로 검사한 피검사와 복부 CT는 정상이지만 병원에선 혈압이 너무 낮아 입원을 권유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나는 내일 학생들 발표날이라 안된다고 집에 가겠다고 했고, 의사는 그럼 혈압이 90이 넘으면 보내주겠다며 두 번째 수액을 달았다.

 두 번째 수액까지 다 맞아 겨우 혈압 90을 넘겨 집에 오니 새벽 두 시가 넘었다. 남자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하곤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그렇게 이틀 동안 매일 병원에 들러 수액을 맞고, 지사제를 먹으며 강의도 가고, 대본도 쓰고, 글자 산책도 했다. 조금만 걸어도 어지럽고 귀에서 내 심장소리가 쿵쿵 거리는 게 들리고 이명이 들렸지만 몸이 피곤해서 그런거라고 여기고 일상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아프니 엄마가 보고 싶어 주말에 신혼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엄마는 나 아프다고 죽부터 따뜻한 보리차까지 끓여줬고, 역시 아플 땐 엄마가 최고란 생각을 하며 화장실을 갔고 나는 또다시 의식을 잃고 말았다.

 눈을 떠보니 화장실 바닥에는 새빨간 피가 가득했고 엄마가 ”제발 정신 차려!" 라며 울부짖고 있었다. 언니는 119를 불렀고, 곧이어 도착한 119 대원들은 내 상태를 보고선 근처 상급병원에 전화를 돌렸다. 의료파업 때문에 두 군데서 거절을 했고, 한 군데에서 오라는 연락이 왔다. “환자분 잠시 앉아보실게요”라는 말과 함께 구급대원들은 나를 앉혔고, 누워있다가 앉은 나는 또다시 의식을 잃었다. “환자분 제 목소리 들리세요?”란 말과 함께 눈을 떴고, 겨우겨우 구급차까지 이동해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피검사와 복부 CT를 찍은 결과 헤모글로빈 수치가 6이라며 당장 수혈을 해야 한다고 했다. 누군가의 고마운 피가 내 몸속으로 들어갔고, 수혈은 다른 수액과는 달리 들어갈 때 따끔따끔했다. 하지만 나에게 피를 주신 분들에게 죄송하게도 내 밑에서는 계속 끊임없이 많은 양의 피가 나오고 있었다.

 무서웠다. ‘혈변을 보면 대장암이라는데 ‘ ’ 2년 전 건강검진할 때 대장 괜찮다고 5년 후에 검사해도 된다고 했는데 ‘ ’ 결혼식은 취소해야 하나?‘ ’ 하객들한텐 어떻게 다 연락하지?‘ ’ 시부모님은 버스까지 대절했다는데 죄송해서 어떡하지?’와 같은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이때 의사 선생님이 오시더니 CT에서 소장출혈이 보인다고 바로 혈관조영술을 해서 출혈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소장? 대장은 많이 들어봤어도 소장은 잘 못 들어봤는데 걔한테서 왜 출혈이 나는 거지? 란 생각이 들었고, 그런 나를 실은 침대는 혈관조영실로 들어갔다.

 혈관조영실은 굉장히 추웠다. 그리고 혈관조영술이 뭔지 모르니 모르는데서 오는 공포가 내 심장을 빠르게 뛰게 했다. 아프냐고 묻는 말에 간호사 선생님은 마취할 때만 따끔거린다고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고 대답해 주셨다. 그렇게 따끔보다는 조금 더 아픈 부분마취를 하고 무슨 철사 같은 게 내 몸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고, 한 시간이 좀 안되어 시술이 끝이 났다.

 “이제 출혈 멈췄어요?”라는 나의 질문에 예상하지도 못한 답이 돌아왔다.

 “출혈지점을 못 찾았어요.”

 출혈지점을 못 찾았다니... 이게 무슨 말이지? 그 말을 다 이해하기도 전에 나를 실은 침대는 중환자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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