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도와주는 마법의 주문
부모가 아이들에게 먼저 질문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질문하는 모습을 보며 질문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도 질문을 잘 못합니다. 왜냐구요? 엄마 아빠도 부모님이 질문하는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소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살아왔으니까요.
현재와 동일하게 행한다면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건 분명합니다. 다른 결과를 만들고 싶다면 과정에 변화가 생겨야 하는 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을 따로 가르쳐주는 학원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런 학원은 아직 없습니다. 질문학원 생길 때까지 막연히 기다릴 수도 없고, 두 손 놓고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으니 방법은 좁혀집니다. 내가 먼저 변하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방법을 모르겠으니, 배워야겠지요. 다음 질문은 그렇다면 간단합니다.
그럼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요? 외국어와 운전은 같은 방법으로 배운다는 것 아십니까? 직접 해보면서 배우죠.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질문하면서 질문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질문하는 방법을 이렇게 정리해보면 접근하기 쉬울듯합니다. 첫째, 질문을 시작하는 마법의 질문을 기억하면 질문 말머리 열기가 쉬워집니다. 다음으로 질문대화하는 태도입니다. 토론대화를 한다고 생각하세요. 상대를 토론할 수 있는 대화의 장으로 초대하십시오. 마지막으로 무엇을 위한 토론인지 기억하세요. 대화하면서 얻은 내용을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지 찾기 위해 고민하는 겁니다.
자, 그럼 질문배우기 ABC를 시작하겠습니다.
A. 질문을 시작하는 마법의 주문을 건다.
B. 토론한다고 생각한다. 토론을 부추긴다.
C. 토론 내용의 적용과 이용을 염두에 둔다.
한 단계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질문을 배우는 첫 단계, 질문 만드는 마법의 주문입니다. 육하원칙의 원리로 묻는 질문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저는 머릿속에 육하원칙의 바퀴를 이미지로 그려 넣었습니다. 여섯 개의 바큇살에는 각각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라는 의문사가 적혀있습니다. 이 육하원칙의 바퀴를 돌리며 바큇살의 내용을 묻는 질문을 합니다. 항상 6가지 질문을 다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 여섯 가지 질문 중 일부만 하고도 질문대화가 잘 풀릴 때도 있습니다.
질문거리를 떠올리는데 도움을 주는 두 번째 마법의 주문은 “나와라, 다른 예!”입니다. 동일한 원리나 이유를 갖는 다른 예들을 떠올려 보는 질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찾아라, 문제점!”이라는 마법주문도 훌륭한 질문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아이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어느날이었습니다. 운전대를 잡고 있었죠. 운전대 앞쪽으로 해를 마주하고 있었터라 가림막을 내렸습니다. 둘째가 그럽니다.
“엄마, 엄마 앞에 네모난 판이 왜 뾰족하지 않아? 원처럼 그런대?”
햇빛 가림막 모서리가 둥글려져 있는 걸 지적하는 거였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왜 모서리에 각이 없을까요? 바로 답이 떠오르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런 경우 우리는 바로 설명해주는 방법에 익숙합니다. 답이 번쩍 생각나지 않는 경우엔 이렇게 무마하기도 합니다.
“원래 그래. 그렇게 만들어서 나온 거야.”
하지만 우리는 질문대화 하고자 합니다. 질문하는 법을 보여주려고 하고, 질문을 통해 아이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합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중에는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아, 여기 이 모서리가 왜 둥글려 있는지 묻는 거구나? 예리한 관찰력이다. 진짜 왜 그럴까? 정말 좋은 질문이다.”
물체의 모양에 관심이 많은 둘째에게는 네모 모양인데 둥글려진 모서리가 눈에 들어온 모양입니다. 둘째의 질문에 바로 엄마가 생각하는 답을 말해주는 대신 아이 스스로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질문대화를 계속해볼까요? 우선, 육하원칙 질문바퀴를 돌리면서 시작합니다.
“네모는 모서리가 어떻게 생겼어?”
“뾰족하지.” 큰아이가 덧붙입니다. “각이 졌지.”
“원은 모서리가 어떤 모양이야?”
“둥근 모양”
대상의 모습이 어떤지, 어떤 모양인지, 즉 what shape 인지를 묻는 말입니다. 육하원칙 중, ‘무엇’ (what)에 해당하는 질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왜’(why)에 대해 물을 수 있습니다.
“왜 이 네모난 판은 모서리가 둥근 원처럼 생겼을까?”
이 질문에 아이가 바로 답하지 않는 경우는 이렇게 질문을 바꿔 볼 수 있습니다.
“모서리를 왜 뾰족한 네모 모양으로 하지 않고 둥근 원처럼 둥글렸을까?”
“뾰족하면 찔릴 수 있잖아.”
“그래, 이 가림판은 햇빛을 가려주는 거니까 눈 앞에 있지. 이렇게 움직이면 눈앞에 가까이 오기도 하네.”
육하원칙 질문을 이용해 말문을 열었다면 다음 주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와라 다른 예, 얍!”이라는 질문입니다.
“애들아, 네모난 모양인데 이 가림판처럼 모서리가 원모양으로 둥글려져 있는 거 다른 데서 본 적 있니?”
다른 말로 하면, “이런 모양의 다른 예는 뭐가 있을까?”라는 마법질문입니다.
큰애가 떠올린 건, 식탁이었습니다. 아이의 관찰력을 칭찬해주고 다음 마법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갑니다.
“찾아라 문제점, 얍!” 질문은 이렇습니다.
“그럼, 이 가림판의 모서리가 이렇게 둥글려져 있지 않고 뾰족한 네모난 모양이면 어떤 점이 안 좋을까?”
가림판을 접었다 피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의 사고를 도와줄 수 있습니다.
추가 질문으로 생각을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만약 뾰족한 모서리의 네모 모양으로 만들었다면 이렇게 (직접 가림판을 움직여보면서) 바로 눈앞에서 움직일 때 어떤 느낌이 들까?”
“위험해. 눈을 찌를 수도 있잖아.” 눈앞에서 상황이 펼쳐지니 대답이 금방 돌아옵니다.
질문의 말머리를 여는 육하원칙 질문으로 시작해 다른 예 찾기 질문과 문제점 찾기 질문까지 나갈 수 있다면 질문대화는 상당히 진척되는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생각은 별처럼 반짝이기도 하고, 때론 질문을 던진 엄마의 무릎을 탁 치게끔도 한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표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표>
마법의 주문 내용
돌아라 육하원칙 질문바퀴, 얍! 5Wh 1H
나와라 다른 예, 얍! 다른 예는 뭐가 있을까?
찾아라 문제점, 얍! 어떤 문제가 있을까?
주제 면에서 보면, 아이들에게 물어볼 수 없는 주제는 없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세계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시끌벅적합니다. 오늘 아침 등원길에 아이들은 왜 코로나바이스러스에 걸리는지 물었습니다. 잠시 읽는 숨을 내려놓고, 여러분의 아이들이 이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어디서부터 풀어내시겠습니까?
코로나바이러스, 게다가 신종, 이라는 단어부터 아이들과 대화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단어라는 생각이 우선 드시나요? 그럴 수도 있습니다. 만일 아이가 처음 접하는 단어라면 설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처음부터 설명하려고 하지 않고 질문으로 풀어간다면 답답함이 덜어진답니다. 질문을 받은 아이는 적극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대화가 더 잘 풀리기도 하지요.
질문대화 연습
Q.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에 왜 감염되나요?”
직접, 써보면서 질문 연습해보세요.
->
이런 질문들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뭐야? (육하원칙 마법의 주문)
바이러스라면, 감기나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비슷하지 않을까? (찾아라 비슷한 예, 얍!)
그런데 바이러스가 정확히 뭐지? 세균이랑은 어떻게 다르지? (육하원칙 마법의 주문)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른 바이러스와 차이가 뭘까? 왜 이렇게 큰 문제가 되는 걸까? (찾아라 다른 예, 얍!) (찾아라 문제점, 얍!)
새로 발견된 바이러스여서 연구가 많이 필요하겠다. 그런데 요즘 뉴스에서 보면 환자들은 어떤 이유로 감염되었다고 하니? (육하원칙 마법의 주문)
바이러스 감염은 어떤 경로를 통해 이루어질까? 왜 손을 철저히 씻으라고 하는 걸까? (육하원칙 마법의 주문)
처음에 감염된 사람은 어디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걸까? (육하원칙 마법의 주문)
뉴스에서 박쥐가 바이러스의 숙주라는 보도를 들었어. 그럼 박쥐는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왜 아프지 않은 걸까?
(육하원칙 마법의 주문)
위의 질문연습처럼 마법의 질문 세 가지는 꼭 순서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육하원칙 질문이 대화의 문을 열지만 질문대화 중간에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큰애가 8살, 둘째가 6살인 오늘 아이들과 질문대화로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친절한 질문으로 바꾼다면 더 어린 나이의 아이들과도 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 아이와 대화에서 설명 대신 질문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질문을 통해 아이가 생각하는 걸 도와준다고 생각해보세요. 일단 질문으로 말문을 열면 아이의 생각이 뻗어 나가는 사고의 확산은 엄마가 따라가기 어려울 수도 있답니다. 그럴 땐 기쁨의 환호성을 기꺼이 지르는 거지요^^!
이번 글에서는 질문대화의 ABC 중에서 질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법의 주문 세 가지를 살펴봤습니다. 다음에는 질문대화의 다음 단계인, 토론 부추기기와 적용점 추구하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