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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영 May 12. 2020

창의성도 질문하는 습관으로 길러집니다.

한때 창의성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뭔가 콕 집어서 설명할 수 없는 능력인 것처럼 여겨지던 때도 있었습니다. 창의성에 관한 연구가 거듭될수록 그동안 우리가 창의성을 오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한국과학재단의 <창의성을 키우는 영재 선생님들의 비밀노트>에서 창의적 문제해결력이란, “낯선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알고 있는 지식 원리, 문제해결 방법을 새롭게 재조직, 재구성하여 새로운 지식이나 원리, 문제해결 방법을 창안한 다음 이를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51쪽)    

  

다양성의 토양에 뿌리내리는 창의력은 배경지식과 비례합니다. 지식, 경험, 체험 등의 배경지식이 다양한 사고의 재료가 되어 창의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냅니다. 하늘에서 창의성이 뚝하고 떨어지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필요에 예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질문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왜 이렇게 해야 할까?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떤 점이 좋지?” 

“이 방법의 단점은 뭐가 있지?”

“혹시 다른 방법으로도 할 수 있을까?”     


「내 모자 밑에 숨어있는 창의성의 심리학」(장윤재, 박지영)에서 저자는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고 명시합니다. 지식과 경험, 창의적 사고력, 내적 동기입니다. 첫 번째 조건에서 창의성은 결코 거저 얻어지는 특성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지식과 경험에 비례하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식이 풍부한 학자들이 창의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건 왜일까요? 바로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이 있는 걸 보니, 학습을 통해서 창의성 향상이 가능하다는 말이 됩니다. 오히려 가장 어려운 항목은 내적 동기 일 겁니다. 창의적인 문제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어야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다는 셈이니까요. 사방이 막힌 것 같이 보이는 답답한 상황에서도 창의적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는 걸 아는 게 그래서 중요합니다. 답을 모를 때는 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답이 있다고 믿는다면 지금은 내 손에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할 수 있습니다. 너무 단순화시키는 건 아닐지 모르지만, 옛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떠올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이 많은 건 그래서입니다. 문제를 풀 방법이 분명 있을 거라는 믿음이 창의적 방법을 찾아내려는 내적 동기를 강화하고, 끌어올려 주는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제 경우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는 성향이 창의성 발현에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기보다 그렇게 해도 되는지 (허용되는지)를 먼저 판단하려는 사람이거든요. 타고난 성격에 발목 잡혀 탁월하게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긴 하지만 창의적 사고기법을 배우고 나서 의식적으로 노력하면서 예전보다 훨씬 창의적인 사람이 된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만큼 창의적 사고기법은 효과적입니다. 간편하고 배울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ASIT ( Advanced Systematic Inventive Thinking) 사고기법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과 예루살렘 공과대학 교수를 역임한 Dr. Roni Horowiz는 1988년, 창의적 문제해결에 관한 이론 TREZ에 매료됩니다. 이 이론을 가르치던 그는 곧 자문합니다. 

“좀 더 쉽고 체계적인 창의적 사고기법은 없을까?”     

1997년, 호로위츠는 복잡한 TREZ를 압축해서 보다 효과적이고 배우기 쉬운 ASIT 기법을 개발해, 창의적인 6가지 문제 해결기법으로 정리했습니다. 용도변경기법, 복제기법, 분할기법, 대칭파괴 기법, 제거기법, 역사고기법으로 정리되는 방법은 학습하기 쉬울 뿐 아니라 창의적인 시각에서 문제를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미국의 포드 자동차나 인텔 등 유수 기업에서 활용되고 있는 방법론으로 다수의 특허등록을 포함 경제적인 부가이익 창출을 가능케 했다고 합니다. 이 사고기법의 우수성과 유용성은 이미 입증된 셈입니다.      

그의 책 「누구나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FKI 미디어)에는 문제해결 기법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창의적 사고방법을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ASIT의 문제해결 기법도 결국, 질문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입니다. 질문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6가지 방법 중 첫 번째 용도변경기법의 예로 에디슨의 문고리가 소개됩니다. 발명가 에디슨 집의 대문은 열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발명가였던 에디슨이 문고리를 고치지 못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손님들이 문고리를 돌리는 힘을 이용해 우물에서 물이 길어지도록 고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 긷는 시간을 아껴 연구시간에 투자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문을 열기 위해 돌리는 문고리의 용도를 바꾼 셈이지요.      

기존의 용도를 바꿔 새로운 용도를 고안해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질문해야 합니다. 아마도 이런 질문, 아니었을까요?

“연구하는 데 시간을 더 많이 쓰기 위해서는 집안일 하는 시간을 아껴야겠어. 우선 우물물 길어오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드는데, 어떻게 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내가 직접 우물에 가서 물을 뜨지 않고도 물을 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동력을 이용해 물을 뜨면 어떨까?”

“잠깐, 하루에도 수없이 저 문을 여닫기 위해 힘을 쓰는데, 문을 열기 위해 쓰는 힘을 이용할 방법은 없을까?”

“이 문고리를 문 여닫는 용도 말고, 어떤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까?”     

우선, 에디슨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었던 셈이네요. 시간을 아끼기 위한 필요에서 출발해 그는 창의적으로 사고합니다. 문을 여는 힘을 본래의 용도 이외의 쓰임으로 변경하는 창의적 사고기법을 적용한 거죠. 물론 문 여는 힘을 우물물을 끌어 올리는 힘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힘과 물체의 이동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다른 기법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간을 분할 해서 문제를 살펴보면 어떻게 될까?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건 없을까?”

“꼭 대칭 관계가 유지되어야 할까?”

“불필요한 것은 없을까? 있다면 뭘까?”

“반대로 해보면 어떨까?”     


이처럼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갈 때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해결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창의적 사고기법, ASIT은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사고하는 기법 6가지를 제시해 경우에 맞춰 적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모하는데 효용성이 입증된 ASIT과 같은 사고기법을 통해 먼저 구체적인 문제상황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창의적 사고법을 훈련하면 문제 상황을 마주했을 때 창의적 문제해결력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사실도 분명해집니다. 질문하지 않으면 답을 얻을 수 없습니다!         

  

 「맛있는 창의성 놀이」에서 김동훈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창의성은 습관의 힘으로 길러집니다.” 

창의성은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라 연습과 반복적인 활동으로 생긴다는 말입니다. 창조적 습관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즐기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그의 의견에 저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습니다.     

 

맞습니다. 창의성은 질문하는 습관을 통해 길러집니다!

문제해결을 위해 질문하는 과정 자체를 즐겁게 받아들이는 습관이 창의적 사고력의 자양분이 됩니다. 문제를 마주할 때 습관적으로 질문하면 창의력이 성장합니다! 당장 큰 변화가 보이지는 않아도 분명 자라납니다. 긴 겨울의 끝에 인내심이 바닥날 즈음 “서프라이즈”하며 제일 먼저 얼굴을 쏘옥 내미는 매실꽃처럼 일단 피어난 창의력은 걷잡을 수 없이 깜찍한 꽃망울을 후루룩 터뜨릴 겁니다. 창의력의 꽃망울이 맺을 열매를 기대하며 아이들과의 대화시간을 오늘도 평서문 마침표 대신 의문부호로 채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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