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난민 어드벤쳐
그때는 그런 시절이였다. 지구가 풍요를 상징했던 시절. 인구가 늘어났고, 문명이 발달했다. 우주를 밝히는건 지구 상공에서도 볼 수 있는 마천루들이었다. 꺼지지 않는 빛. 그 불이 꺼질 줄은 어떤 미래학자도 예상하지 못했다.
지구가 지독한 내전에 휩싸인 건 아주 사소한 시작으로부터였다. 그것은 매우 오래 전 세계대전으로 불리던 전쟁과 차원을 달리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진영 논리에 따라 양분되어 서로 연합하는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최대 연합의 머릿수가 백명 채 되지 않는다. 나라별로, 인종별로, 그리고 세대별과 남녀 간으로 진영이 끊임없이 나누어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진영은 그 외 모든 진영을 지구를 좀 먹는 ‘쓰레기’로 규정했다. 그 쓰레기를 치울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최선을 다해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것이 고립이 됐든 살인이 됐든 정신적인 타격이 됐든. 살아있음이 그리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제 죽어도 된다고. 소리소문 없이 암살 당하는 진영의 리더들이 속출했다. 법도 소용없었다. 법관도 서로를 의심하고 죽이기에 동참했기 때문이다.
그 중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던 무리가 있었다. 제임스는 그 무리를 이끄는 리더였다.
“제임스,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어요. 둘 중 하나에요. 그들 손에 죽거나,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거나”
그의 아내인 안나의 말에 제임스는 말이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때 무리 중 가장 어린 피터가 입을 열었다.
“우주로 가요.”
우주 난민. 우주연합으로부터 난민 자격을 얻으면 다른 어떤 행성에 정착할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우주 난민이라.. 정말 그 방법 밖에 없을까?”
“제임스, 우리를 이끌어줄 사람은 당신 뿐이야. 여기서 탈출하자. 이제 지구는 지옥이야.”
“아니, 최소한 나에게 지구는 고향이야.”
제임스는 몇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며칠뒤 무리 앞에 나온 제임스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모두 제임스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일주일 뒤, 지구를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모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총 인원은 57명. 우주선의 이름은 메이플라워 호로 지었다. 새로운 대륙을 발견하듯 그들에게 안식처가 될 행성을 기대하며.
우주난민 5일차.
우주연합으로부터 답을 기다리다가 해적을 만났다. 12명이 죽었고, 그 중에는 가장 어린 피터도 있었다.
우주난민 14일차.
우주연합에게는 아직 최종 답변이 오지 않았다. 먹을 것이 떨어져간다. 그들은 서류 작업이 늦어진다고 말했다.
우주난민 37일차.
우주연합에게서 난민 자격을 얻었다. 이제 난민에 우호적인 행성 후보를 최종 결정해야 했다. 제임스와 안나는 그의 무리를 둘러보았다. 아사하기 일보직전의 그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우주난민 56일차.
우주선은 케플러 행성으로 향했다.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에, 난민에게 가장 우호적이라고 알려진 곳이었다. 케플러인들은 다툼 없는 평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우주난민 89일차.
초광속이동으로 우주선 연료를 모두 소진했다. 케플러 행성에 도착한 즉시 메이플라워호는 마치 고장난 라디오처럼 제 수명을 다했다. 제임스와 무리들은 그리고 새 땅에 발을 디뎠다.
우주난민 91일차.
케플러 행성은 살만한 곳으로 보였다. 문명이 지구보다 백여년은 앞서 보였다. 허리를 꼿꼿히 펴고다니는 케플러인들은 금색의 얼굴과 몸을 가지고 있었다. 우주연합의 표식을 보여주자, 이마에 박혀있는 루비처럼 보이는 보석이 반짝인다. 이들은 입을 열지 않고 이 보석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주난민 103일차.
난민 입국이 허가가 난 뒤, 제임스는 행성에 적응하기 위해 무리를 데리고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다시한번 되뇌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런 제임스와 그들을 감시하는 케플러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우주난민 130일차.
케플러의 대도시 요로하임을 걷다가 제임스의 무리 중 하나가 낙오되는 일이 있었다. 알고보니 케플러인 중 몇명이 그에게 지구로 돌아가라고 소리쳤고,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다고 했다. 제임스는 치안국에 구속된 그를 데려왔다.
우주난민 143일차.
케플러인들 사이에 기괴한 소문이 돌았다. 지구인들은 타 행성의 생명체를 강간하고 지배하는 것을 게임으로 여기고 그것이 지구인의 문화라는 내용이였다.
우주난민 145일차.
지구인 난민 사태는 하나의 논쟁이 되었다. 지구 역사를 들어 난폭하고 잔인한 점을 헤드라인을 뽑아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가 공유됐다. 지구인을 서로를 이간질하고 가장 가까운 사이조차 짓누르고 죽이는 걸 즐기는 생명체로 묘사했다.
우주난민 165일차
케플러인의 지구인에 대한 공포가 극을 달했다. 제임스는 그렇지 않다고 그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입으로, 케플러인들은 이마의 보석으로 이야기했다. 입으로 소리치는 제임스를 더 야만적으로 보이게 했다.
우주난민 166일차.
케플러 정부에 공식적으로 지구인들의 추방을 건의하는 의견이 올라왔다. 제임스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우주난민 168일차.
제임스의 말을 들어주는 케플러인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조그바였다. 그는 어눌한 지구말로 자신은 신을 믿으며 그 신이 평화를 위해 그를 데리고 온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구인의 정착을 돕겠다고 했다. 제임스는 그를 완전히 믿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잡을 지푸라기를 가릴 처지가 아니다.
우주난민 178일차.
제임스의 아내 안나가 조그바에게 살해당했다.
우주난민 179일차.
재판장에서 조그바는 지구인이 케플러 행성을 점령하기 위해 난민 자격을 취했다고 했다. 우리의 행성에 숨어들어온 이들 중이는 테러리스트가 숨어있고 - 그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 지구인의 본성대로 케플러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했다. 지구에서 행해지는 수많은 부녀자 납치, 종족 간 전쟁, 지배와 피지배를 이야기한다. 교양있고 격조있는 케플러 행성에 평화 대신 전쟁을 가지고 올 것인가! 나는 전쟁을 죽인 것이다. 라고 말한다. 배심원단은 조그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우주난민 180일차.
조그바는 케플러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평화를 이야기하고 안전과 보호를 이야기했다. 물론 케플러인만의. 대신 지구인 제임스와 몇 안남은 무리는 제3지대로 격리됐다. 재판장 주위에는 왜 지구인을 보호하고 있냐고 시위하는 케플러인들이 모여있다.
우주난민 182일차.
케플러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조그바 사태는 유감이며 케플러 행성은 모든 생명체 사이의 평화와 유대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조그바는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우주난민 190일차.
제임스는 품에 둔 안나의 사진을 꺼내본다. 빛바랜 안나의 얼굴.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우주난민 192일차.
무리 중 일부가 제임스에게 왜 우리를 여기에 데려왔냐며 항의했다. 지구에 있었더라면 이러한 핍박을 받지는 않았을거라며. 제임스는 아무런 말을 못했다.
우주난민 199일차.
제임스가 목을 멘채 발견됐다.
우주난민 203일차.
케플러 언론에는 이런 칼럼이 실렸다.
지구인 리더 자살, 그들의 본성인가?
우주난민 230일차.
그들이 타고 온 메이플라워 호는 바이러스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소각됐다. 57명 중 살아남은 12명은 격리 지역에서 살아갔고 몇몇은 자유를 외치다 총에 맞아 죽었다.
케플러력 3018년은 이렇기 기록됐다.
케플러 행성은 외부의 낯선 자들로부터 성공적으로 그들의 국민과 그들의 문화, 그들의 안전과 그들의 행복을 지켜냈다. 오리온 자리의 긍지높고 격조 높은 케플러인들은 다른 이름으로도 불렸다.
그 이름은 코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