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랄 마이크로 단편선
그 흔한 클락션 한번 울리지 않고도 번잡한 도로 위를 유유히 달려가는 것이다. 마치 신들린 듯이 차와 차 사이를. 앞자리에서 마치 게임을 하듯 대화면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운전사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운전을 굉장히 잘하시네요.”
“뭐, 기본이죠. 20년 동안 이것만 몰아왔으니까.”
운전사 표정이 살짝도 변하지 않는다. 사실 경력이라는 건 참 웃긴 것이다. 20년이든 30년이든 일한다고 해도 그 실력이 제자리인 사람이 있기 마련. 마치 허울 같은 것이다. 경력의 핵심은 그 내용인데 이 운전사는 그 경력이 허울 같지 않았고 그 내용도 탄탄해보였다. 방금 실감했다.
“거기 앞에 놓인거요.”
“네, 아! 이거요.”
“그게 20년 무사고로 받은 메달이에요.”
툭 내뱉듯이 메달 스웩. 메달은 별볼일 없는 디자인에 크게 값어치 없어보였지만, 그 말을 들으니 크게 빛나보였다. 20년 동안 무사고라니. 얼마나 많은 손님을 태우고 얼마나 많은 도로와 신호등을 지났을까. 일반 회사로 치면 입사하고 한번도 실수 하지 않고, 한번도 상사로부터 꾸중받지 않는 정도일까. 그럼 거의 기계 수준인데.
“대단하세요. 요즘 5년 무사고도 힘든데”
“별거 없어요. 둘만 지키면 되요. 승객을 무사히 데려다준다, 밟는다”
“그렇게 단순해요?”
“그럼요. 단순하고 말고요. 운전처럼 단순한게 없지. 어쩌면 인생과 닮았다고 할 수도 있고요.”
“어떤 점에서요?”
“목적지를 향해 움직인다, 하지만 주변에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들이 있다. 인생이랑 똑같죠.”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라는 건...”
“옆에서 갑자기 끼어든다든가 길이 막힌다던가.. 목적지에 무사히 가는데 방해하는 모든거죠. 허허”
“듣고보니 정말 그렇네요.”
창 밖을 바라보니 유유히 풍경이 흘러간다. 대교 위 풍경은 참 기묘하다. 어쩌다 우리는 물 위에서까지 다리를 세워서 빨리 가려고 한걸까. 이게 정말 인생과 같다면 우리는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
“내가 모범 택시 받을 때만 해도 10년 무사고가 조건이었는데 이제는 5년이이에요. 5년 무사고 만으로는 안되지. 최소 10년은 해야지.”
“20년 무사고이시니까 정말 그러시겠어요. 5년 무사고는 아직 시작이네요. 하하”
“그렇죠. 아직 멀었죠. 가끔 후배 친구들한테 그렇게 이야기하곤 해요.”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하는 운전사의 얼굴에 약간 미소가 띄었다.
“택시 운전하시는 걸 좋아하시나봐요?”
“운전하는거요? 좋아하죠. 좋아해야죠. 내 인생인데. 우리 마누라한테 살림할 돈도 가져다주고. 이번에 손자가 태어났거든요. 자식 결혼하지도 못할 줄 알았는데 이쁜 색시를 얻어왔어요. 그 손자 녀석 옷도 해줘야 하고. 좋아하지 않을래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에요 이건”
그렇게 말하는 운전사의 뒷편으로 노을이 짙게 지고 있었다. 마치 황혼의 인생을 사는 한 사람의 인생을 눈 앞에 보여주는듯.
“아저씨, 노을이 오늘 정말 이쁘네요.”
운전사 아저씨는 고개를 돌려 산 중턱에 걸린 노을을 보며 정말 그렇네요. 이쁘-
그 순간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차가 멈춰섰다.
커브길에 어딘가 부딪힌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문을 몰라 운전사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