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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Jul 17. 2019

프로듀스 24시

아스트랄 마이크로 단편선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듀스24에 대해 말이 많았다.


“24가 24시간을 뜻하는 것 같은데 맞나요?”

제작발표회에서 한 기자가 물었다.


“최종적으로 24명 아이돌 그룹을 기획하고 있기 때문에 뒤에 붙은 숫자는 그렇게 붙은 것입니다. 시간적인 의미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방송이 시작됐다. PD가 어물쩍 넘어갔던 24시에 대한 의미가 완전히 드러났다. 연습생 아이돌들의 24시간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은 루머가 아니었다. 정규 방송 이외에 따로 만들어진 라이브 프로그램에 접속하면 본인이 픽(Pick)한 연습생만을 위한 카메라 화면을 볼 수 있었다.


24시간, 당신의 연습생을 픽하세요!

프로듀스 24


연습생이 묵고 있는 방마다 4개의 카메라가 달렸다. 30개 방에, 모두 120명의 연습생을 모두 비추는 눈 120개. 방송 첫날 라이브가 시작됐다. 방송과 별개로 이 라이브 방송은 화제가 되었다. 몇몇 연습생 라이브는 다운까지 되었다. 라이브 프로그램 중간마다 강제로 뜨는 광고를 스킵하고 광고창을 끄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였기 때문에 라이브 방송 대부분 아무도 비추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라이브를 보았다.


- 방송 첫날 라이브 방송 다운... 연습생 프라이버시 논란 가중


언론에서는 연습생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문제 삼았다. 제작진은 공식 의견으로 연습생들의 동의서를 공개했다. 라이브 방송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그 기사의 댓글에는 “뜨려면 이 정도 노력은 해야지”라고 달렸고 베댓이 되었다. 한 언론의 칼럼에서는 디스패치 논란과 비교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웠다.


연습생 A는 이 라이브의 수혜자였다. 대형 기획사 소속으로 이미 만들어져 있던 팬덤이 라이브 시청자로 그대로 이어졌다. 연습생 A가 라이브에 등장하는 것은 거의 밤 시간대였다. 하루 종일 노래 연습 춤 연습을 하고 자기 전의 시간대. 라이브에 사람들이 폭주하는 것도 이 시간대였다. 사실 라이브 방송이라기엔 보여주는 건 없었다. CCTV 같은 앵글, 당연히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저 ‘관찰’할 수 있을 뿐.


사람들은 관찰을 좋아했다. 실력과 상관없이 연습생 A의 사생활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아챈 제작진은 본방에서의 연습생 A의 분량도 늘렸다.


- 연습생 A 인기, 라이브 동접자 만 명 돌파


라이브 카메라는 방과 침대를 골고루 비치고 있었다. 잠들기 전, 연습생 A는 팬 서비스를 톡톡히 했다. 분명 자신에게 투표하는 골수팬들이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어차피 소리를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스케치북에 적은 편지로 팬들에게 말을 전하곤 했다.


- 연습생 A 팬서비스 화제, 인성돌 되나?


연습생 A의 팬 서비스는 캡처되어 JPG가 닳을 때까지 커뮤니티에 돌고 돌았다. 제목은 요즘 대세 연습생 A. 고정 팬들이 더 생겼고,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올랐다. 다른 연습생들도 이제 방송 분량이나 센터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연습생 소속사들이 바빠졌다. 연습생들에게는 경연과 춤 연습 노래 연습 외에 라이브 연습도 해야 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복도에 서서 웃은 얼굴과 입을 푸는 연습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초 연습생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본다는 기획 의도와는 달랐지만 제작진은 기뻐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것은 돈이 됐다.


연습생 A의 과거가 드러났을 때는 프로그램의 위기였다. 중학교 시절 그가 일진이었다는 제보글이 올라왔다. 연습생 A는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여론은 싸늘했고 연습생 A의 순위는 데뷔조 밖으로 떨어졌다.


- 진짜와 가식 사이, 팬들이 원하는 건 진정성


그 와중에 악플을 남긴 팬에게 손가락 욕을 한 연습생이 나왔다. 밤 중에 영상으로 음란행위를 하다가 퇴출되는 연습생도 나왔다. 24시간 라이브에 대해 몇몇은 극도의 불안감을 보였다. 하지만 제작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정신 상담을 하며 눈물을 쏟는 장면까지 방송으로 내보냈고 해당 장면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이 계속될수록 데뷔권에 들지 못한 연습생들은 라이브에 사활을 걸었다. 방송 분량은 보장하지 못하니 확실한 자기 팬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몇몇 연습생은 잠을 자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 쉴 수 있는 8시간을 라이브 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연습생은 그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최종 멤버가 결정되기 전날, 살아남은 모두가 라이브를 했다. 하지만 모두가 살아남지는 못했다. 연습생 A가 라이브 도중 목에 칼을 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충격, 프로듀스24 연습생 라이브 도중 자살


논란이 있긴 했지만 모두 유력한 데뷔조로 꼽았던 그가 왜 자살을 했는지 의아해했다. 아무런 유서를 남기지 않았던 그의 자살이 그저 경쟁에 의한 심리적인 압박이었을 거라 추측만 맴돌았다.


다음날,

연습생 A는 투표 1위로 최종 데뷔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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