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헤어지는 법

아스트랄 마이크로 단편선

by ASTR

“산타는 사실 악마야. 아기 예수를 잡으러 이미 왔다 간거지”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그런데 엄마 마리아가 마굿간에 마법진을 쳐놔서 문으로 들어올 수 없는거야. 악마로서는 큰일이 났지. 대악마한테 무리해서 허가를 받은 프로젝트 였거든.”


파스타에서는 고무줄 같은 맛이 난다. 여자는 냅킨을 들어 파스타를 뱉어낸다.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니 다들 파스타 면을 들어 고무줄 총을 만들고 있었다.


“걔네도 힘드네”

“그렇지. 산타 원래 이름은 산드로 블록이었어. 악마 중에 가장 산을 잘 타고 집들 사이 블록을 한걸음에 달려서 그렇게 이름 지어졌대.”

“산드라 블록?”

“아니 산드로 블록.”

남자의 강한 확신에 여자는 납득했다.


“악마들도 계급이 있는거 알지? 엄청난 계급 사회야. 아래 악마는 위 악마들한테 끽 소리도 못한대. 우리가 헬조선이라고 하지만 진짜 지옥만은 못하지.”

“그래서 산드로 블록은 어떻게 됐어?”

여자는 계속 관심을 보인다.


“산드로 블록은 인간 모습으로 따지면, 아마 슈퍼마리오를 좀 닮았을까. 검은 파마 머리, 그 사이에 뿔. 붉은 얼굴에 까만 콧수염. 좀 다른 악마들이랑 달라서 따돌림을 많이 당했대.”

“따돌림을”

“응, 나름 사연이 많지. 그러다 첩보 하나를 듣게 된거야. 중동에 산드로 블록이 낙타 첩자를 많이 심어놨었는데 그 첩자 말로는 며칠 후에 신의 아들이 세상에 태어난다고 말이야.”

“아기 예수군”

“맞아. 동방박사가 타던 2번 낙타가 있었는데 그 낙타가 첩자였대. 동방박사가 나눈 이야기를 홀랑 악마한테 일러바친거지.”

“홀랑”

와인을 한 모금 마신 후, 남자가 말을 이어나간다.


“근데 이 산드로 블록이 아주 하급 악마야. 아무리 말을 해도 안 믿어주네. 우리로 치면 아마 대리 정도 될까. 대리가 상무한테 가서 우리 경쟁사가 특급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을 했는데, 증거를 가져오래. 증거가 어딨어. 낙타 전언 밖에 없는대. 그러면 직접 가서 보고 오라네. 산드로 블록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

“왜? 공을 세울 기회잖아.”

“상대는 신의 아들이야. 자기는 콧수염 있는 아웃사이더 악마고. 악마 군단을 이끌고 가도 시원찮은데 혼자 갔다오라니.”

“그래서 혼자 간거야?”

“그랬지.”

남자는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으며 천장을 바라본다.


“그래서 아까 장면, 결계가 있는 마굿간까지 오게 된거야. 그런데 이 산드로 블록이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게 돼.”

“오호”

“결계라는 게 생각보다 허술해서 사람이 오고 가는 곳만 막게 되어 있거든. 문이나 헛관 입구 같은 곳 말이야. 그래서 산드로 블록은 굴뚝을 생각해냈어. 굴뚝으로 들어가는거야.”

“그래서 굴뚝 이야기가 나왔군”

“근데 거기서 시련이 끝난게 아니야. 굴뚝에 들어가기에 살이 너무 찐거야. 아까 슈퍼마리오라고 했었지. 약간 살집이 있는 타입이거든.”

“악마도 다이어트 고민이 있구나.”

“들어가서 아기 예수는 봐야겠고, 굴뚝에 끼었고... 여기서 또 큰 결심을 하게 되지. 이대로 돌아갔다가는 악마 박탈을 당하게 생겼으니까. 그럴바에는 인간이 되기로 한거야. 자기 뿔을 꺽어.”

“뿔을 꺽으면 인간이 돼?”

“힘의 원천이 뿔에서 나온다고 보면 돼”

“처음 듣는 소리인데 그럴 듯 하네”

“뿔을 꺽으면 힘을 잃게 되면서 같이 악마 덩치도 잃게 되지. 그렇게 산드로 블록은 아기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 마굿간 굴뚝을 통과하게 돼.”


두번째 요리로 스테이크가 나왔다. 아마 그 마굿간에 있는 소들도 언젠가 스테이크가 되었겠지. 그런 생각을 여자는 한다.


“사실 근데 문제는 거기부터지. 막상 아기 예수를 만나고 어떻게 할지 생각하지 않은거야. 굴뚝에서 내려오자 어두운 마굿간이 나왔어. 동물들은 자고 있고 조금 더 걸어가자 호롱불로 불을 밝히고 있는 말구유 통들이 보였어. 줄지어 있는 말 구유통들 중에 하나에 옷으로 싸인 아기가 보였지. 아주 귀한 것처럼 말이야.”

“드디어 만났네”

“산드로 블록은 신의 아들이라 확신했어. 왜냐면 그 위에 천사들이 지켜보고 있었거든. 마치 자객들처럼 어둠 속에서 희번떡 거리면서. 아기 손끝하나 건들였다가 바로 골로 가게 생긴거야.”

“난처하게 됐네”

“그래서 바로 마굿간 문으로 향했어. 다시 나올라고. 그리고 지옥 입구로 가서 이 상황을 보고하면 다시 악마 복귀. 그럼 해결되는 거였어.”

“근데 잘 안됐나봐?”

“갑자기 아빠 요한이 깬거야.”

“딱 들켰네”

“요한은 오늘 하룻밤 새 몇명이나 아기 예수를 보러 온 사람들 때문에 피곤했어. 애써 눈을 붙였는데 또 부스럭 거리는거야. 그게 산드로 블록이였지. 우리 아기를 보러 오셨나요 묻는 요한에게 그냥 가겠다고 할 수 없었어. 누가 봐도 수상하니까. 천사들은 위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고. 그래서 산드로 블록도 예수를 만나러 왔다고 이야기했어. 그러자 말 구유 가까이에 갈 수 있게 해줬지.”

“희한한 만남이네”

“그렇지. 산드로 블록은 처음 보는 거였어. 신과 관련된 거에는 접근조차 못했거든. 그런데 신의 아들이라니. 다리가 후들거렸지. 그런데 있잖아. 아기가 너무 예쁜거야. 신의 아들이라고 하기엔 너무 연약하고. 산드로 블록이 만지면 부서질 것 같은 아름다움. 한동안 눈을 떼지 못하다가 요한에게 말을 했어. 자기가 지금 가진게 없고 뭔가 하나를 선물하고 싶은데 이거 밖에 없다고.”

“그게 뭔데?”

“아까 굴뚝 앞에서 꺽은 자기 뿔”

“요한은 그걸 받더니 녹용이군요 안그래도 아기 낳느라 고생한 마리아에게 재워주면 좋겠네요. 참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어.”

“악마의 뿔을 한약 지어 먹으면 안되는거 아냐?”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또 따로 있어. 나중에 해줄게.”


이제 디저트가 나왔다. 아이스크림이다. 티스푼으로 두 스푼 푸면 사라질 정도의 양. 여자는 입에 한번에 털어넣는다.


“그렇게 인사를 하고 마굿간을 나왔지. 몇 발자국을 걸었을까. 이상한 빛이 그를 비췄어. 큰 소리가 그에게 말했어. 산드로 블럭. 너를 알고 있다고. 악마는 깜짝 놀랐어. 분명 신인거야. 자기는 이제 죽겠구나 싶었어. 그런데 신이 또 말했어. 아기 예수를 만나기 위해 자기의 뿔을 꺽은 너는 그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다 라고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악마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지. 그때 산드로 블록이 공중에 떠올랐어. 빛이 그를 감싸고 있는 것 같았어. 그 느낌, 이제껏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거야. 사랑 받고, 관심 받고, 누군가 자신을 힘껏 안아주는 느낌. 나쁘지 않은 느낌.”

“신의 힘이군”

“괴롭힘 당하고 따돌려지고 무시 당했던 산드로 블록에게 그런 기분은 처음이였어.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니까.”


아이스크림을 다 먹었는데 애꿋은 남은 그릇을 수저로 긁는다. 여자는 아직 배가 고프다.


“신은 너를 나의 사자로 임명한다고 했어. 사자라고 하면 대변인 정도야. 일반 회사로 치면 임원급은 될거야. 대리급이 이직해서 대박난거지. 사장 직속이면 진짜 대박이지. 산드로 블록은 즉시 알겠다고 했어. 자기가 무엇을 하면 되냐고 물었어.”

“이제 산타가 되는건가?”

“신은 단서를 달았어. 계약직이고, 12월 한정으로 일할 수 있다고. 그리고 기쁨을 주면 된다고. 신은 산드로 블록 이름을 산타클로스로 바꿨어. 그리고 외형도 우리가 아는 산타로.”

“이해했어. 그럼 루돌프는 어떻게 된거야?”

“산드로 블록이 지명을 받고 나서 우선 아웃사이더 순룩들을 모두 모집했어. 그리고 아까 선물로 주고 악마 뿔 하나 남았잖아? 그걸 가장 자기를 따르는 순룩에 꼽았어. 하늘을 나는 루돌프 군단이 그렇게 완성됐지.”

“생각보다 간단하네”


산타클로스 기원을 크리스마스에 듣는 일이란. 여자는 남은 와인을 원샷했다. 산드로 블록이라.

“그래서 악마의 뿔을 달은 루돌프와 회심한 산타 이야기는 끝.”

“크리스마스에 무슨 선물 받고 싶냐는 질문에 답이 정말 기네.”

“그래도 이야기 재밌지 않았어?”

“그래, 재밌었어.”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우리 헤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