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랄 마이크로 단편선
그를 만난 건 필연이었다. 사실 내 입장에서 필연이란 말 외에 표현할 단어가 없다. 그는 자영업자이자 동시에 필요의 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였으니까.
동네 골목길, 어디에서나 볼법한 풍경의 그런 길에서 그를 만났다. 푯말을 모두 치우면 이 골목과 저 골목을 구분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드는 그런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마다 늘어선 가게들, 가게 앞에 선 불법주차와 오토바이들, 바닥에 널브러진 광고전단지와 그와 대비되는 하늘색. 우리나라 색감의 골목길이다. 길에 죽 늘어진 가게와 가게에 쌓인 이야기들. 집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한번 건너면 만나는 평범한 길이었다. 그날은 새집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는 날이었고, 글감도 떨어져 동네를 살펴볼 겸 마실을 나온 날이었다.
아직 정이 안 붙은 동네다. 재작년에 부동산 물량 대거 풀리면서 아파트값이 속절없이 떨어졌다. 뉴스에서는 부동산 과열이라는 전혀 다른 꼭지가 나왔다. 부산에서 온 투기꾼은 눈물을 머금고 분양가보다 낮게 팔았지만 그 덕에 자취방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오천 정도 값이 다시 올랐다. 하지만 거기서 살뿐 오름새는 나의 삶과 영 접점이 없다. 그래서일까. 이 동네는 시가보다 싼 아파트를 어부지리로 구한 사람들이 차지하면서 소위 말해 품격이 없다는 말을,
“비싼 아파트 산다고 다 품격이 있는 건 아니죠”
코너를 돌자 갑자기 나타난 그가 말을 걸었다. 한번 두리번거리고, 다시 그를 쳐다봤다.
“저 보고 하신 말씀인가요?”
“생각이 참 많은 분이시네요”
그는 가게 앞에 놓인 거대한 빈백에 몸을 포개고 앉아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눈을 껌벅이며 가게를 올려다봤다. 이발소였다. 무심히 돌아가는 이발소 표시등. 가게 주인인 건가.
“머리 자르실래요? 오픈 행사하고 있는데”
“아, 아니에요.”
“에이. 머리 자르러 나오신 거잖아요”
“괜찮아요. 항상 가는 곳이 있어서요”
과도한 넉살과 정중한 사양. 뭔데 이 사람. 뭔가 오싹한 느낌마저 들었다. 도를 아십니까 뉘앙스도 나고. 코 밑까지 내려오는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호객할 정도면 정말 못 볼 정도라니. 며칠 전에 아, 머리 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거울 앞에 어떤 크로마뇽인 같은 게 서 있어서 말이다.
“가는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이상한 곳이며 이상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더해졌다. 애써 무시하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다음 말이 나를 멈쳐서게 만들었다.
“오픈 행사로 공짜입니다”
“아, 그럼”
이라며 바로 미용실로 들어갔다. 공짜면 사양할 수 없지. 난 아직 대머리가 되기에 숱이 많으니까. 그나저나 오픈 행사를 파격적으로 하는구나. 코로나라서 특별인가 싶었다.
이런저런 잡념과 함께 미용실에 들어섰다. 내부는 이발소 주인의 말발처럼 기묘했다. 시골 읍내에서 볼법한 오래된 미용실과 도시 멋쟁이들이 애용한다는 최신식 바버샵 사이 아슬아슬하게 경계를 걷고 있다. 천장은 고대 목욕탕을 떼어다 쓴 것 같은 동굴 분위기가 나고 석회질의 벽에는 프레스코 풍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자세히 보니 스티브 잡스가 신의 얼굴을 하고 있다. 손님이 앉는 의자는 하나뿐인 것 같았다. 중간에 의자가 하나 덜렁 놓여 있다. 특이한 건 거울이 없다는 점이었다.
“1인 헤어숍 이런 건가 보네요”
“뭐,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요즘에 1인이 대세잖아요. 코로나 시대에 손님도 안심하고, 저도 최선으로 할 수 있고 말이죠.”
그가 나를 따라 들어오며 말한다. 나는 수긍했다. 의자에 앉으라는 제스처와 함께 내가 의자에 앉자 그는 능숙한 폼으로 가운을 두른다.
“어떻게 하실래요? 보니까 두 달은 안 다듬으신 거 같은데.”
“그 정도… 된 것 같네요. 재택근무 체제라 딱히 나갈 일도 없거든요. 원하는 스타일은 없는데... 보통 댄디컷을 했습니다. 댄디컷 맞나?”
“댄디컷이요. 지금 제가 보니까 손님은 댄디컷이 아니라 단디컷이 어울릴 것 같네요”
“네. 그럼 어울리는 걸로 해주세요”라고 했지만 단디컷이 뭔지 몰랐다. 미용실에서 추천하는 머리만 해왔으니까. 최신 스타일이겠지. 단디컷이 뭔지 코치코치 묻는 것도 귀찮고. 그대로 눈을 감고 잠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옷 단디 입으라”
낯익은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눈 앞에는 외할머니가 서 계셨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하는 나에게 꼬까옷을 입힌다고 무릎을 꿇고 무한정 옷매무새를 고치고 있었다.
“할머니”
그런 할머니를 조용히 불렀고, 할머니가 대답했다.
“왜, 우리 강아지”
“나 학교 가기 싫어요”
나는 코를 훌쩍거리면서 칭얼대고 있다.
“왜.”
“친구가 없어요”
“친구. 친구는 학교 가서 맹들면 되지”
“못할 것 같아요”
“아무도 우리 강아지 안 좋아할 것 같아서 그려?”
“네. 아무도 안 좋아해요”
할머니는 8살 나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할미가 친구 해주면 되지. 친구 없어도 된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왜 그런지 아나. 우리 강아지는 친구가 많아서 멋진 게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빛나기 때문이야. 여기, 여기에 따뜻한 거 있잖아. 할미가 아는 우리 강아지는 이 따뜻함을 가지고 있어서 괜찮다.”
나는 할머니의 말이 정확히 무슨 말인지는 몰랐다. 할머니 팔에 안기며 말했다.
“그래도 학교에서 혼자 있는 거 무서워요”
“할미가 장담해. 우리 강아지가 친구 맹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이 따뜻함을 보고 찾아오는 친구가 분명히 있을 거다. 그 친구가 손이 시리든 발이 시리든 그 따뜻함을 알아본 친구일 거다. 그 친구 한 명만 있으면 된다. 그럼 무섭지도 않을 거야”
할머니는 내 가슴팍을 토닥거리면서 말했다. 토닥토닥. 토닥거림이 졸음을 유발했는지 마지막까지 너무나 평안한 토닥이었다. “단디 그 따순 마음 잃어버리지만 않으면 된다카이. 옷도 단디 입고.”라는 할머니 말이 귀에 메아리처럼 맴돌다 눈을 떴다.
그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흠칫 놀라 “방... 방금 뭐였죠?” 말을 더듬거렸다.
“뭐긴요. 단디컷이죠”
“제가 잠시 잠에 들었던 것 같은데...”
“머리 다듬다가 잠에 드시는 분들 많아요.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ASMR 같긴 하잖아요. 그 소리 가운데에 외할머니가 단디 잘 입으라고 하신 것만 추가된 것뿐입니다”
“네... 네?”
“다시 말하지만 단디컷이에요”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를 마무리한다.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멍하게 있다가 “다 됐습니다”라는 말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의자에서 일어나서도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단디컷이라는게...”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경상도 사투리죠. 표준말로 하면 똑바로 정도 볼 수 있겠네요”
“어떻게 우리 할머니를... 어렸을 때 돌아가셨는데”
“저는 손님 할머니를 몰라요. 저는 그냥 단디컷을 해드렸을 뿐. 손님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기억. 그게 할머니의 기억이었을 뿐이죠. 단디의 기억(Cut).”
“이해가 잘 안 가는데... 지금 무슨 최면 같은 건가요?”
“최면... 같은 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최면술사는 아니고, 헤어 디자이너도 더더욱 아니고”
그는 무언가를 말하려다 말았다. 바닥의 머리카락을 쓸고 가운을 정리하는 와중에 실내를 다시 살펴봤다. 묘했다. 분명 벽화의 얼굴이 스티브 잡스였는데 우리 할머니 같은 얼굴로 바꿔져 있었다. 내가 다시 그를 바라보자, 나를 보며 어깨를 으쓱한다.
알쏭달쏭한 말만 늘어놓는 그에게 할머니 기억을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더 캐물으려다 말았다. 그가 이어서 한 말 때문이었다.
“이제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 이제 숨길 것도 없네요”
내가 관심을 보이자, 그가 말을 이어갔다.
“마법이었어요. 손님 분에게 한 거. 다들 마법이 영화 속에서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니에요. 엄연히 학교도 있는걸요. 호그와트 같은 건 아니고 마법 대학교죠. 거기 나오면 보통 이런 가게를 차려서 일하게 돼요. 대부분의 마법들이 실상에 쓸모가 없어서 ‘필요의 마법’이 가장 인기를 끌어서 말이죠. 다른 대학들도 경영학과 이런 게 무난하게 인기 있는 것처럼요. 요즘에는 아닌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마법사를 소개하는 이 헤어 디자이너, 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사람 앞에서 멍하니 그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지금 무슨 헛소리인가 싶죠. 보통 자기가 마법사라고 밝히지는 않으니까. 저는 필요의 마법을 전공했고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걸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손님은 외적으로 무척 머리를 깎아야 하는 필요가 있었고, 내적으로는 무척이나 외로워하셨죠. 그 필요를 마법으로 채우는 일을 해요. 말하자면 마법 자영업이네요”
“그럼 머리가 아니라 네일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네일아트샵으로 보이겠죠.”
“배가 고픈 사람에게는?”
“맛집이 보일 겁니다”
“그럼 사업자등록은 뭘로 하셨어요?”
허를 찌른 질문이라 생각했다. 돌아오는 답에 바로 힘이 빠졌지만.
“마법업이요. 예전에는 항목이 없어서 다들 등록을 안 하고 무허가 장사를 했었어요. 그러다가 국회의원 중에 우리 학교 출신이 있어서 항목이 생겼습니다. 생긴 지 꽤 됐어요.”
“아아”
나는 멍한 눈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걸 주니까 얼마나 좋아요. 마법사들이 그래서 돈을 잘 벌어요. 그랬죠.”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운을 떼다 말을 잇는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밖을 안 나오니까요.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이 아주 죽어납니다. 마법이 무슨 소용이에요. 사람은 본디 만나고 만나서 무언가를 하게 시스템이 되어있는데 이놈의 바이러스가 그 시스템을 망가뜨렸어요. 아주... 망가졌죠”
그러고 보니 비대면은 최신 트렌드처럼 한쪽에서 소비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필요의 마법을 하는 마법사 조차도.
“코로나... 마법으로 어떻게 안 되나요?”
“웃긴 이야기인데 코로나는 자연의 일부예요. 자연은 우리가 하는 마법보다 한 단계 위의 영역이죠. 진짜 그만한 마법 같은 게 없으니까. 고로 마법대학 나온 자영업자가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닌 거예요”
“우리가 대단한 바이러스를 만나긴 했죠...”
힘없는 이에게 뭔가 위로의 말을 하고 싶었지만 어떤 위화감에 거두었다. 그는 피해자, 나는 어떤 피해도 입지 않은 경계에 서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느끼는 절망의 1%도 실감할 수 없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잔인해요. 경계를 확실히 만들거든요. 죽일 사람, 죽이지 않을 사람. 감염이 되든 안되든 이 바이러스의 시대에 산다면 그 잣대의 후보가 되는 거죠. 저는 그 위엄한 잣대가 ‘넌 죽을 사람’이라고 칭해준 거고요”
그는 머리카락을 모두 쓴 빗자루를 한쪽에 챙겨 넣으며 애써 웃어 보인다.
“그래도 오늘 손님 만나서 좋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의 손님이었어요. 감사합니다”
“아니요. 아니에요”
내가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그를 만나고 시간이 흘렀다. 그를 통해 만났던 할머니, 그가 들려준 마법업자들의 이야기,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 상황들이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았다. 어느 주말에 그를 다시 만나러 갔다. 나에겐 그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필요를 느꼈으므로 어떤 모습으로 만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그를 만날 수 없었다. 골목길 코너를 돌면 보이던 이발소가 있던 자리는 텅 비어있었고 외벽에는 ‘임대’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그 밑에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작은 글씨가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한참 동안이나 서 있었다.
아주 한참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