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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유니버스의 염려되는 시작

배트맨 대 슈퍼맨 리뷰

by ASTR

1. 배트맨v슈퍼맨을 봤다. 무려 4DX로.

2. 난 잭스나이더 감독 팬이다. 전편 <맨오브스틸>은 물론이고 <왓치맨>, 심지어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23%'를 받아 썩은토마토 취급을 받은 <써커펀치>도 정말 재밌게 봤다. 한마디로 내 영화 취향을 보여주는 감독이다. 팝콘무비로서 영상의 쾌감을 보여주는데 있어 말이다.

3. 영화가 개봉하고, 각종 혹평으로 융단폭격을 받을 때도 난 나의 취향을 믿었다. 아래 글을 쓰기도 했다.

4.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와서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다. 잭스나이더가, DC가 너무 성급하고 서둘렀다는 느낌 말이다. 마블의 엄청난 성공을 보고 기획을 시작한 DC. 마블은 각 솔로영화를 만들고, 그 스토리가 크로스되는 <어벤져스>를 만들었다. 아주 오랫동안 끈기있게. 그리고 그렇게 축적시킨 에너지를 빵 터뜨렸다. DC는 반대로 모두 크로스되는 영화를 만들고, 각 히어로들의 솔로영화를 만들 예정이다. 그 크로스되는 <저스티스리그>의 예고편이 바로 이번 영화이다.

5. <캡틴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도 어벤져스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혹평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차원이 다르다. 이걸 성공시켜야 뒤에 계획된 거대한 유니버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앞선 영화가 없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설명충이 되어야 한다. 잭스나이더가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6. 그 부담감은 영화에 그대로 투영됐다. 저스티스리그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날림공사하듯 급하게 진행된다. 공감은 커녕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7. 차라리 이번 영화를 맨오브스틸2로 하고, 다른 히어로들에 대한 대형떡밥들을 뿌려두는 것이 영화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빌런인 렉스루터도 더 비중있게 더 강력하게 그릴 수 있고 말이다. 스토리 때문에 죽이는 연기들이 다 묻혀버렸다.

8. 잭스나이더 빠로서 이번 영화가 그가 온전히 연출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 뭐든지 사공이 많고 개입이 많으면 결과물이 좋지 않기 마련이다. 판타스틱4 사태에서 보듯이 제작사가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망한다.(그런 의미에서 마블은 정말 대단하다) 여러모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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