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러브 액추어리>
사람은 한결같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백번 맞다. 그 천성적인 성격하며 가지가지하는 습관들. 그 겉을 싼 외피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지 엄밀히 따지만 그 본질은 그대로다.
사랑은 어떨까.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살얼음 걷는듯한 떨림과 함께 첫눈을 맞이하며 두근댔던 그 설렘은 한결 같을까.
연극 러브액추어리를 봤다. 동명의 영화와는 상관없는 연극. 사랑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연극은 한 연인의 백일째, 천일째, 10년째를 관통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매우 개인적이었던 기억과 경험을 무대 위로 올린다. 그 과정은 무척이나 연극적으로 과장됐으니 그 속에 든 것은 연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것이다.
연인과 시간. 시간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매일 매시 덧붙여진다. 속절없이. 반면 연인과의 관계는 아무런 노력이 없다면 그 시간의 흐름 가운데 풍화되고 만다.
시간에 휘말리지 않고 그 원래의 감정을 지키려면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백일의 연인이 단 1의 노력이 필요하다면 천일의 연인은 10의 노력, 10년의 연인은 100의 노력이 - 시간이 갈수록 그 감정을 지키고 연인 간의 관계를 유지하는데에는 서로간 희생의 각오가 따르는 것이다. 사랑은 결코 장밋빛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연극에서 그 모습을 확인해볼 수있다. 백일 무작정 좋은, 너무 좋아서 처음 겪는 그 감정의 무게 때문에 노력할 것 없이 서로 그 감정을 확인하기 바쁜 시기. 누구나 그렇다. 하지만 이 시기는 한정적이다.
천일이 지나면 익숙함이 찾아온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난 평온한 바다와 같은 관계다. 사실 이런 형태의 관계가 나쁜 건 아니다. 단지 또다른 형태의 사랑일뿐.
문제는 이 변화에 연인이 익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숙해지는 과정에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가령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마음을 다시 확인하거나 익숙함에 꺼버린 관심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것 같은.
천일이 고비다. 일련의 변화에 인내심을 갖지 못하고 여기서 탈락하면 끝이다. 반대로 이 고비를 넘기면 연인은 그 시간이 선사한 변화의 역경을 이겨내고 비로소 둘 사이의 새로운 형태의 관계에 적응하게 된다.
사랑은 술 같은 것이다. 익히면 익힐수록 기막힌 맛이 난다. 하지만 처음 술을 담글 때 그 변한 맛에 질겁하고 포기한다면 사랑의 맛을 맛볼 기회는 영영 잃게 된다.
사랑과 시간. 시간에 따라 변하는 사랑도 사랑이다. 시간을 극복할때 사랑은 가장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