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12기 모태솔로 특집 편에서
치트키를 썼다. 모태솔로 편. <나는 솔로> 12기는 모태솔로 출연자들로 구성됐고, 지난 첫방을 통해 그 면면을 선보였다. 보면서 딱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많은 시청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어? 저 사람이 모태솔로라고?
아~ 누가 봐도 모태솔로구나.
전자는 아마도 여자 출연자들에 대한 반응이 많을 거고, 후자는 남자 출연자들에 대한 반응이었다. 모태솔로 같지 않은 모태솔로, 누가 봐도 모태솔로 같은 모태솔로. 케바케인 건 감안하지만 이게 개개인에 따라 나뉘는 게 아니라 성별 구분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이상하다. 어떤 차이일까. 왜 이런 걸까.
나는 솔로 출연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으나 누가 봐도 모태솔로라고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극내향이다. 너무나 극도의 내향이라 그냥 보면 약간 사회성이 없어 보이거나 언뜻 어눌해 보이기도 하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기만의 커리어에 있어서는 엄청난 몰입을 보여서 성공을 이뤘지만 그 외 특히 이성 관계에는 1도 레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왜 모태솔로?라는 반응이 나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일까. 봤을 때 외모가 나쁘지 않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 커리어도 성공적으로 이어간 사람들이다. 한마디로 대인관계에 불호는 분명히 아닌 사람들. 분명히 썸 내지는 고백 공격이 있었을 것 같은 사람들, 고로 이 사람들에게는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뭐 진실은 모르지만,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했을 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고 치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왜냐는 질문이다.
나는 이 차이를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크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효능감이라는 말을 내가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것에 대한 믿음으로 쓴다. 이것에 빗대어 연애효능감이라고 할까. 연애를 할 수 있다는 믿음. 그것에서 여자와 남자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인다. 남자는 거의 절망적일 정도로 본인이 연애를 이룰 것이라는 것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 여자는 하면 할 수 있지만, 괜찮은 사람이 없다는 정도. 이 정도의 차이가 모태솔로 레벨의 차이로 이어진다. 타인들에게도 그렇게 보이게 되고.
하지만 그게 다일까? 연애효능감을 만든 건 무엇일까. 나는 지지자, 지지조직의 유무가 크다고 생각한다. 모태솔로 남자와 여자의 가장 큰 차이는, 아마도 그 두 성별이 영원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 무리 문화, 집단 문화에서 온 것이다.
여자들이 알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남자의 무리는 정말 서로에게 놀랄 만큼이나 무관심하다. 친구라는 사람도 그런 경우가 많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본질적으로 외롭다. 고독사의 대부분이 남자라는 사실은, 그 연결의 끈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남자들이 알면 정말 와, 이렇다고? 할 정도로 여자들의 무리는 상상 이상으로 연결되어 있다. 베이스는 공감이다. 공감은 당사자 이상으로 당사자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공감의 힘은 대단한데, 모태솔로에게도 그 연애가 필요 없게 느낄 만큼 연대를 만들고 서서를 지지해주게 한다.
이런 공감의 연대가 이미 마련되어 있을 경우, 연애에 있어서는 ”굳이? “라는 반응이 나오게 된다. 혹 실제로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여자라 할지라도 이 연대가 작용한다. ”너는 예쁜 사람이야. “ ”다른 남자들이 보는 눈이 없는 거야 “라는 말을 들으며, 연애의 실패에 아파할지 몰라도, 본질적인 외로움은 피할 수 있다.
남자의 조직 문화는 이와 정말 달라서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다. 이런 이야기를 해줄 남자 - 그 사람도 똑같은 형태의 남자일 테니 - 가 한 명도 없어서 외로운 늑대처럼 연애의 기회를 잃어버린 사람. 또 하나는 주변의 조언들이 있지만 대부분 본인의 자존감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무리들 인 경우다.
“넌 키가 작아서 안되는 거야” “넌 연봉이 그것밖에 안돼서 안돼” “넌 자신감이 너무 없어” “넌 얼굴이 못생겼으니까 당연하지”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해결책을 제안해주겠다고 나선 경우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혀 유익하지 않다. 이런 문화에 살아온 대부분의 솔로 남자들은 그래서 그 이유를 해소하기 위해 좋은 직장 좋은 차에 집착하고 키 늘리기 수술을 한다. 심하게는 그런 요소들을 갖추지 못하면 실패자라는 분위기도 있다.
이유를 듣는 것이야 여자들도 듣겠지만 요지는 가장 핵심적인 성별의 문화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남자는 이미 여자들이 연애와 결혼 생활에서 익히 느꼈듯이 공감이나 위로의 스킬이 없다. 그런데 그게 남자들 서로에게도 그렇다. 그것이 모태솔로 남자에게는, 자신감 하락과 연애 효능감 하락으로 이어지게 한다.
다시 나는 솔로 11기들의 얼굴들을 보자. 남자 출연자들은 과연 내가 여기서 짝을 찾을 수 있을까? 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것에 불안하고 초조한 얼굴들. 여자 출연자들은 모태솔로임에도 사랑을 많이 받은 당당한 얼굴들이다. 지지의 크기 자체에서 오는 차이다. 돌아갈 지지 연대가 있는 사람과 돌아가면 다시 외로운 늑대가 되는 사람들. 연애 효능감의 차이로 이어진다.
내가 연애를 할 수 있다고 믿으면 그 믿음대로 자신을 꾸미고 당당하게 자신의 마음도 표현하고 할 수 있다. 남자 모태솔로는 그 지점에서 매우 취약하다. 앞으로 나는 솔로 11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들을 빌런처럼 생각하고 마치 서커스의 희한한 동물 보듯이 반응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응원할 뿐이다. 더 행복하길.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