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TR Dec 30. 2022

착한 남자는 왜 매력이 없는가

나는 솔로 12기 모태솔로 편에서

선해보인다
착해보인다


이 말은 연애 관계에서 그리 매력적인 어필이 못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면전에 두고 매력이 없다고 이야기 못하기 때문에, 돌리고 돌려 ‘착해보인다’는 말로 힌트를 준다는 것이다.


착한 것은 착한 것이되 그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그러니까 이성적인 호감으로 연결되는 필수 요소는 아니다, 라는게 나는솔로 12기에서도 보이는 장면들이긴 하다. 정말 그럴까?


아마 이 부분에 있어 “아닌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부분은 오해가 많다. 착한 사람과 착함의 가치, 그리고 연애 관계에서 착함이 소비되는 방식이 혼재되면서 서로 생각하는 착함의 기준이 모두 달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가 친한 친구에게 누군가 소개할 때 “이 친구 진짜 착해”는 어떤 의미일까. 친구가 보는 착함의 의미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건 선함과는 조금 다른 의미일 것이다. 선한 사람은 마음이 넓고 약자를 배려하며 선한 가치를 쫒는 사람일 테다. 가치관의 개념. 하지만 여기서 착함이란, 성격의 범주이다. 착하다고 이야기하는 성격은 가령 조용하거나 남들 욕을 하지 않는다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잘 웃거나 잘 들어주는 내성적인 스타일일 가능성이 크다. 사람들은 이런 성격을 통틀어서 ‘착하다’라고 표현한다. 선함과는 다르다.


그럼 남자를 거절하고 친구에게 “착하긴 해”라고 이야기하는 착함은 무엇일까. 위의 말한 성격적인 착함도 포함되겠지만, 이 말은 곧 “구심점을 못 찾음“이란 뜻이다. 어떤 공통분모나 공감할 포인트나 같이 관계를 이끌어갈 만한 구심점. 그 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못 찾았고, 찾지 못한 점 대신 보인 상대의 하얀 백지. 그걸 착함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 백지 안에 분명 여러 가지 모양들이 들어있을 테지만 구심점을 찾지 못했으므로 그 모양을 탐구할 의미도 없는 것이다.


그럼 진짜 착한 남자를 찾는 사람들이 말하는 착함은 무엇일까? 이 이야기는 사실 관계가 진전되기 전에는 발견되기 어려운 속성이다. 그 의미 자체가 관계에서 나타날 미래의 모습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연인을 먼저 배려하고, 화가 났을 때 잘 보살펴주고, 소나무처럼 그 자리에 든든히 서 있으면서 무엇보다 한 눈 팔지 않고 온전히 나만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이걸 착한 남자로 표현한다.


이렇게나 착함이란 용어가 다르게 쓰이기 때문에 누군가 진짜 착한 남자를 찾는다면, 굉장한 커뮤니케이션의 오류가 생긴다. 나는 선한 가치관이 있는 사람을 찾는데 성격적으로 조용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거나, 나를 진짜 사랑해주는 착한 남자를 찾고 있는데 목사님 같은 사람이 나온다거나 하는 미스 말이다.


그래서 제목에 어그로를 끌긴 했지만, 명백히 말하자면 착한 남자는 매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찾지 못한 것이고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걸 찾는 사람과 매칭이 되지 못했을 뿐이다. 자문해 보자. 나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지. 착함의 여러 스펙트럼에서 구체적으로 말이다.


누군가 지금도 뺑뺑 돌고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바로 주변에 있는데도 말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인 <어바웃타임>에 주인공 아버지가 해준 말이 기억난다.

결국은 늙어서 지난날들을
추억하는 것일 뿐,
결혼은 친절한 사람하고 하거라


여기서 친절한 사람이란, 결국 좋은 사람이다. 각자에게 가장 좋은 사람, 나에게 가장 친절한 사람. 영원을 꺼지지 않고 같이 보낼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착함의 가치를 알고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이들도 어려워하는 착한 사람 찾기.


하지만 고생할 가치가 있다. 꼭 찾길. 꼭 찾아서 그 친절과 착함을 한 몸에 받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