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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TR Jan 05. 2023

사랑의 속도

나는 솔로 12기 영숙 영식의 데이트에는 무슨 일이 생겼을까

예고편이 어벤저스급으로 끝난 나는 솔로 12기 모태솔로 편. 그중에서 영숙 영식 에피소드가 눈이 들어왔다. 상황은 대략 이렇다. 주변 사람에게도, 인터뷰 때도 영숙으로 마음을 정했다 밝힌 영식은, 데이트를 하면서 그녀에게 돌직구를 날린다. 하지만 영숙은 숙소로 들어와 “잘 모르겠다”라며 고민을 남긴다. 나는솔로에서 흔한 클리쉐이기도 한데, 나는 좀 다른 지점을 봤다. 영숙의 말속에 이 말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를 얼마나 안다고
벌써 이렇게 사랑을 표현하지?


나는 솔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처음 본 사이, 그리고 서로 말을 섞은 지도 실제로 얼마 되지 않은 시간. 영숙뿐만 아니라 많은 우리들도 비슷한 고민을 할 때가 있다.


대체 나의 어떤 걸 좋아한다는 걸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 사람을 다 안다는 걸까? 외면만 보고 판단한 건 아닐까? 섣부르게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솔한 사람은 아닐까? 혹 나중에 나의 단점들이 드러나면 도망가는 거 아닐까?


나의 패를 모두 꺼내보이지도 않았는데, 고백이 훅 들어오면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고백이 감사하고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그 고백의 진의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고백한 당사자는 당황한다. 잘 만나고 있었는데 왜 장벽 뒤에 숨지?라고 생각한다.


사랑의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남자는 전력 질주를 한다. 단거리 선수다. 오래 뛰지는 못하지만 정말 빠르다. 스스로가 심장을 강하게 쥐어잡기 때문에, 게다가 정말 스스로 사랑에 빠졌다고 믿게 된다. 목표를 향해 달린다. 상대의 마음을 사는 것. 그게 목표이고,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수단들이 동원된다.


역시나 케바케이겠지만 여성들은 장거리 선수가 많다. 어떤 비유에서는 천천히 끓어오르는 물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오래 만날 사람, 을 애초에 염두하고 뜯어본다. 너무 뜯어봐서 만나기 힘든 경우도 많지만. 이들의 목표는 목표 달성이 아니다: 그냥 계속 천천히 같이 달려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둘의 속도가 비슷하다면 전력으로 달렸다가 쉬었다가 가도 되고, 천천히 산보하듯이 오래 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완전히 다르다면 어떨까. 한 명이 지친다. 뭔가 처음부터 안 맞는 느낌이 든다. 사람은 분명 괜찮은데, 이상하게 주변을 맴도는 느낌.


나는 솔로 12기에서 남자 솔로들은, 그동안의 연애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장거리 달리기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 한정된 시간 안에 목표 달성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의 목적도 있겠지만. 어쩌면 여성 출연자와 속도를 잘 맞추는 출연자가 마지막에 웃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12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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