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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이라면 이 정도는 되야지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 리뷰

by ASTR

1. 사실 이 영화는 내 영화 관람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영화였다. '꼭 보고 싶다'와 '나중에 한번 챙겨볼 영화', '안볼 영화'가 있다면 첫째와 둘째 사이에서 말이다.



2. 그 이유는 홍길동이라는 인물이 영화판에서 너무 식상해졌고, 또 한가지는 요즘 한국영화에 흔해 빠진 탐정물과 그 유사장르 같았기 때문이다. 괴팍한 성격의 능력자가 결국 마음을 돌려 선한 일을 해내는 그런 플롯이 한국영화에 최근 유행처럼 흘러내렸다. 배우만 바뀌었지 주인공의 성격도, 스타일도 다 똑같은. 몇해 전부터 앞으로 개봉 예정인 영화들까지.



3. 그런데 마음을 돌린 계기가 있다. 영화가 '신시티'를 닮았다는 것이다. 신시티? 신시티는 그 특유의 만화 같은 연출로 내 취향을 버무러둔 영화다. 그런 신시티를 닮았다니, 우리나라 영화에서 그런 스타일이 나올 거란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탐정 홍길동 영화 예매를 한 것은 그래, 순전한 호기심이었다.



4.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으로 뱉은 말은 '아쉽다'라는 것이다. 영화의 퀄리티를 두고 한 말이 아니었다. 개봉시기를 잘못 잡아서 - 시빌워와 한판이라니 - 대중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버린 그 안타까움을 말한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아깝다.



5. 이 영화는 반드시 성공했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 몇번 시도했었지만 성공한 적 없었던 '한국형 히어로'의 제대로 된 이식을 이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것도 전형을 벗어난 안티 히어로. 연출을 말하자면, 신시티를 닮은 것 맞다. 이런 식의 연출을 한국영화에서 본 적이 없었다. 덩달아 감독의 전작 늑대소년에까지 관심이 갈 정도였으니.


6. 한국영화는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탐정 홍길동은 그 하나의 길을 보여줬다. 이 길이 잘 뚫려서 또 많은 길들이 열려야

하는데 보기 좋게 흥행에 실패했다. 2편은 커녕 감독은 다음 작품에서 몸을 사릴게 분명하다. 이건 한국영화 산업에도 손해다.



7. 영화 내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세가지를 꼽을 수 있다. "겁도 없이 이 홍길동 님을 맞선 벌이다'라고 내뱉는 홍길동 클로즈업 장면은 내 최애 장면이다. 다시 이 장면만 보고싶을 정도. 그리고 영화를 본 사람은 모두 인정할 아역 배우의 하드캐리. 마지막은 호부호형하지 못하는 홍길동 출생의 비밀이다. 이렇게 원작을 활용하다니! 무릎을 탁 쳤다. 나중에 이 감독 영화는 챙겨 볼 듯 하다.


8. 어찌됐건 이제 극장에서 내려가고 있는 탐정 홍길동 여러모로 아쉽다. 조금만 미뤄서 추석 때 개봉했으면 좋았을걸. 극장을 나서며 배급사 욕을 엄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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