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새 영화 "아가씨"
옆에 앉은 커플이 영화 타이틀롤이 올라가는 걸 보고 있었다. 여자가 팝콘을 집어먹으며 말했다.
"와, 재밌겠다."
난 이 커플이 끝날때 어떤 표정으로 나가는지 궁금했다. 여지없이,
"뭐지, 이 영화."
맞다. 이번에 개봉한 박찬욱의 새영화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다.
예-전에는 모르겠지만 이제 박찬욱은 작품성은 있지만 대중성은 그다지 없는, 누군가에게는 극찬 누군가는 쓰레기 같은 평을 남기는 오묘한 작품을 연이어 만들어내는 감독이다.
그는 정말 자신만의 예술가로서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고 스토리텔러로서 박찬욱 스타일을 만들었는데 이 스타일의 장점이자 단점은 정말 관객에 대한 눈치를 전혀 안보고 만든다는 점이다.
원래 박찬욱, 아니면 박찬욱이 추구하는 아떤 영화 세계, 혹은 현재 우리가 스크린에서 흔히 봐온 어떤 영화와 다른 어떤 매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박찬욱 영화를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유일무이하니까.
그 외 모든 평범한 관객들, 영화가 취향에 안 맞을 수밖에 없다. 그게 당연하다. 하지만 박찬욱은 관객을 배신하거나 속인 것이 아니다. 원래 그랬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번 아가씨 개봉에 재미있겠다, 기대된다 라는 반응을 보였을 때 좀 의아했다. 배급사에서 홍보를 그리 잘했던 것일까? 이들은 박찬욱 영화에게서 대체 어떤 그림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일까.
박찬욱 스스로 말했듯이 이 영화는 단편적인 방향으로 깔끔한 결말을 맺는 영화, 그러니까 깊은 성찰이나 메시지 따윈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한번에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이 대체 무엇을 본 것인지도. 그런데 정말 이해 못 한게 맞을까?
어쩌면 이해하기 싫은 - 본능적인 거부 때문에 영화 전체 까지도 절하되는 것은 아닐까. 이해되지 않는 건 부정하려는 본능 말이다.
사실 영화의 이야기는 이해되고 말고 없다.
돈 많은 아가씨를 꼬여내기 위한 사기꾼과 그를 사이에 둔 하녀의 속고 속이는 스토리. 이 얼마나 깔끔한 이야기거리인가.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이 스토리라인에 대한 인상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간채 가장 충격적이였던 장면만 머릿속에 남긴다.
바로 자신에게 가장 터부시했던 그런 요소들 말이다. 대표적인 여자와 여자의 동성애 씬. '징그럽다'던지 '역겹다'라는 인상은 당연하다. 한번도 본 적 없는 것이고,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것이니까.
과연 사람들이 뭔가 터부시되는 것이 아니라 굳이 '정상적'인 연출을 했다면 어땠을까. 어떤 유약한 도련님 곁에 성격 좋은 하녀가 나타나고 그 도련님 재산을 뺏으려는 이모가 있었다면. 그리고 도련님과 하녀의 로맨틱한 사랑. 조금 더 영화에 공감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박찬욱은 이 터부를 당당히 꺼내들었다. 그리고 여성을 남성의 족쇄에서 풀어 자유롭게 만들었다.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너희들이 쉬쉬하는거, 그거 내가 보여줄게. 너희들이 그 속에 감춘 삐딱하고 검은 것들. 내가 다 까발려놨다. 그리고 영화에 대한 생각들. 더 많이 이야기해줘. 그게 진짜 영화가 가진 미덕이니까."
내가 느낀 이 '여성주의' 영화는 그렇게 생각 외로 나와 많이 맞았고, 박찬욱이 의도한대로 영화관을 나와서도 한참 동안이나
영화 이야기를 했다. 의도치 않았던 즐거움들.
와챠가 정확했다. 5점 만점에 3.7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