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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는 생일이면

촛불을 켰다

by 진이

울 엄마는 생일이면 방 한구석에서 하루종일 촛불을 켜셨다.

혹시라도 꺼질까봐 조심 조심


특별한 날 이면 보이던, 소복히 쌓인 하얗고 찰진 쌀밥, 스탠 밥그릇에 쌀알을 그득 담아두고 하얀 초를 꽂았다.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작은 상에 따로 놓아 두면, 그게 또 신기해서 상 앞에 자리를 잡고 물방울 모양으로 타오르는 불을 바라보았다. 흐르는 촛농을 따라 종유석처럼 엉기며 굳어가는 모습도 즐거웠다.


그 옛날 장독대에 정화수 떠 놓고 기도하던 어머니들의 모습이 내 어머니에게 전달되어 그렇게 촛불을 켜 두셨던 것 같다. 내가 아닌 가족들을 위한 기도와 인내.


아이에게 줄 생일 케익을 샀다.

나이에 따라 초를 밝히고, 노래를 부르고, 소원을 빈다.

신이난 아이의 웃음뒤로 가만히 어머니가 켜두신 촛불이 보이는 것 같다.


오늘, 오랜만에 전화 한번 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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