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이 Jan 01. 2022

효도 한샘 할까

뭐 나쁘지 않네. 한샘 치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존재만으로도 기쁨이 되어 주던  날이 있었다고



철이 지난 버린 눈으로, 각자의 취향에 따라 철들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눈에 보이는 어설픈 거짓말에 난무하는 반성문들.

다 들리게 소곤거리며 말 맞추기를 시도하는 작당모의.

누굴 닮아 이렇게 깐죽거리는지.

누굴 닮아 저렇게 징징거리는지.


한숨만 푹 쉬며

누구겠어...

나겠지...


"오늘도 내가 참는다"


그래도 여전히 자는 모습은 아기 같은데...

발로 차 버린 이불을 덮어 주다가,

언제 이렇게 길어졌지?


사실 아빠는 낯가림이 심한 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잖아.

신기하게도 낯가림이 없네.

너네보다 오래 지내온 사람들과도 어색할 때가 있거든.

 

시간이 지날수록  몸도 커지고, 기왕이면 길쭉하게, 철이 들어가고 자기만의 기억으로 추억을 만들어 가겠지.

나와 닮았지만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 같이 만든 추억도 다른 기억이 되겠지.

그래 이해한다. 나처럼 그럴 거니까.


어떤 추억일 지라도,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지금의 추억들이, 이유 없는 잊히지 않는 기쁨으로 남을 것 같다.




오랜만에 보는 어린 조카에게서

아직 철들 수 없는 때, 그때의 조그만 손과 발, 볼록 나온 배를 볼 때가 있다.


그리고 생각했다.


굳이 효도하며 살 필요가 있을까?


결론이 뭐 이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맘 때의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는 어린아이.

보고 듣고 어루만지며 그 기쁨으로 채워진 기억을 가져다 줄 아이를 보면서,


넌 할 일 다 했다. 평생 간직할 추억을 주었으니, 평생 할 효도 한 샘 치자.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 날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별(離別)이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