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다고.. 물론 지금도..
지치고 병든 육신을 이끌고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늘 버스 창가와 사투를 벌이곤 한다.
요철이 있는 노면을 지날 때마다
"탱 탱 탱"

'허거걱.. 아프다'
이럴 땐 계속 자야 한다. 눈뜨고 아픈 머리를 비비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서로 민망하니까.
이런 날이면 집 앞 마트에 가고 싶다. 피곤에 지쳐 슬쩍 풀어 내린 넥타이와 반쯤 삐져나온 와이셔츠를 입고서 터벅터벅 걸어가고 싶다. 매끈한 비닐봉투가 아니라, 내 아내의 손을 잡고서...
그리 오래되지 않은 그리고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혼자서 작은 방을 얻어서 생활했던 때가 있다. 부쩍 “나도 결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시절이다.
밥하고 빨래하기 귀찮아서가 아니라...
불 꺼진 창문과 기다려줄 이 없지만 헛기침과 큰소리로 중얼거리며 돌아왔음을, 스스로에게 고하는 의식이 익숙해지지 않아서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늦은 퇴근이 주는 안정감에 늘 그렇게 눈치를 살피고, 버스 한 켠에서 지하철 한 구석에서 졸며 졸다가도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뭐 먹고 싶은 거 있소?"
라며 아내를 불러 손을 잡고서 작은 구멍가게이던 슈퍼마켓이건 아니면 조금 떨어진 대형 마트라도 상관없이 가고 싶었했었다.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카트 한대를 밀고 다니며 사람들을, 새로 나온 물건들을 구경할 것이다. 나처럼 회사일을 마치고 와서 정장 차림의 조금 지쳐 보이는 사람들도 보일 것이다. 서로를 보며 씨익 웃어 줄 것 같다.
'그래. 너도 세상살이에 지치고 고달프구나'
'다 같이 고달픈 아름다운 세상. 쭉 같이 고생하자고~'
어쩌면 나는 카트를 밀고 나의 아내는 나의 팔을 잡아 끌 것이다. 새로 나온 물건들을 보며 눈을 빛내며 여기저기를 쇼핑할 것이다. 물론 금방 돌아가자고 칭얼거리기는 하겠지만, 함께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시간이 행복일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같이 손잡고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그렇게 약속하며 서로의 일상이 되어준 사람과 오늘은 모처럼 집 앞 슈퍼에 가고 싶다.
단, 한 바퀴만 돌고 가는 것으로~